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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음으로부터 배운 것
데이비드 R. 도우 지음, 이아람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했던 사형수 전문 변호사가 쓴 이 책은 자신이 변호한 사형수의 죽음과
암으로 죽어가는 장인어른, 키우는 개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과연 "삶이란 무엇인지, 다시 살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나 심각한 질병에 걸리지 않는 한 자신에게만은 죽음이 비껴갈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 또한 죽음의 고비를 한 번 넘기기 전까지만 해도 제게 죽음이 올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와 지인들에게는 죽음이 비껴갈거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죽음이 바로 곁에 존재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평범한 삶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사형수를 전문으로 대변하는 변호사입니다. 그는 십대 시절 친구들과 함께 84세의 노인의 집에
들어가 노인을 총으로 쏴 죽인 워터맨을 변호하게 됩니다.
사실 워터맨은 친구인 존스턴이 쏴 죽인 노인에게 다시 한 번 확인사살을 한 것 뿐이었습니다.
워터맨의 재판 변호사는 워터맨이 미스 맥클레인을 쐈을 때 그녀가 이미 죽은 상태였다는 사실에 기초해
그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가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워터맨의 두 번째 변호사가 된 저자는 워터맨이 사형을 당하지 않도록 그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하고 그가
교도소 안에서 모범 재소자이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고, 종종 교도관들과 마찰을 빚는 죄수들을
진정시키기도 하는 등 사형에 대한 그의 처벌 수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가려고 합니다.
워터맨이 십대 시절 그런 행동을 하게 된 배경에는 그의 가족사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결국 워터맨은 죽음을 맞게 됩니다.
저자의 장인 어른은 처음엔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수술을 하고 아픈 채로 오래 살기보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더라도 병원을 벗어나 가족들과 지내는 삶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가족들은, 특히 저자의 아내는 아버지가 치료를 계속 받으시며 가족 곁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남아
있기를 바라지만 장인어른은 그들과 생각이 달랐습니다.
"다들 내가 살아 있기를 바라지. 그렇지만 그건 내가 자기들의 삶의 일부분으로서 남아주기를 바라기
때문이잖아. 그래, 그 사실이 내게 감동을 주는 건 사실이야. 나를 행복하게 하고, 슬프게도 한다고.
하지만 내가 살아 있기를 염원한다고 해서, 내 삶과 그 결정에 대한 투표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야.
설사 그런 투표권이 주어진다 해도, 자기들 입장만 내세워, 나를 휘두르기 위해 그 표를 행사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나는 내 존엄성과 함께 죽고 싶어. 그런데 다들 나를 방해하려고만
하는군." (p 185)
저자가 기르던 개와 그가 변호했던 사형수, 그의 장인 어른의 죽음, 각각 다른 죽음을 지켜보면서 그가
느꼈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삶이란 과연 무엇이고 살 가치가 있는 것인가? 라고 저자는 묻고 있습니다.
그 질문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