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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 종친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비종친회』︎라는 특이한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우리 사 형제에게 이름을 한자로 적는 법을 알려주시면서 족보와
본관에 대해 알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전까진 경주 김씨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공
파 ○대손이라며 "파"까지 알려주셨습니다.
솔직히 살면서 자신의 뿌리나 족보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습니다.
양반과 평민, 노비로 계급이 분명했던 조선시대라면 몰라도 지금처럼 돈으로 계급이 나
뉘는 시대에서 과연 과거에 훌륭했던 조상이 얼마나 있었는지가 중요한가 싶었기 때문
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조상님이 노비 신분이었다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책 속에 나오는 헌씨처럼 특이한 성씨라면 자신들의 뿌리가 어디인지 궁금할 것
도 같습니다.
사업이 망해 쫓겨다니는 신세인 헌봉달, 공항에서 명절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들
을 보면서 문득 '조상 잘 둔 사람은 명절에 해외여행 간다'는 말을 떠올리고 고향 선산
에 들릅니다.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딸과 아내에게 남겨줄 생각으로 끈에 목을 걸고 자살할 생각을
하는데, 그 때 마침 선산에 나타난 엄니.
엄니에겐 차마 빚에 쫓겨 도망중이란 사실을 말하지 못했는데 엄니가 알아온 놀라운
소식.
국가기록협회에서 지역마다 돌며 옛날 골동품이나 기록물을 무료로 감정해준다고 합
니다.
포상을 해준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헌봉달은 혹시 집에 감정받을 만한 골동품이 있
는지 물어보고 엄니가 건네 준 건 오래된 고문서.
고조부 함자가 적힌 교지를 들고 면사무소에 달려갑니다. 집에 내려온 고문서를 팔든,
종친회 어른들을 구슬려 돈을 꾸든 할 요량으로.
하지만 고문서를 판정한 국학연구원은 그 문서가 공명첩이라고 합니다. 임진왜란 이후
재정이 바닥 난 조정에서 돈을 받고 직첩을 내렸다는 문서. 정3품 통정대부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읍내 금고에서 일하고 있는 사촌 형에게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종친회에 알게 모르게 돈이 들어와 꽤 쏠쏠한 장사가 된다는 것.
봉달은 그 말을 듣고 헌씨 종친회를 세우기로 합니다. 종친회를 세워 삼 개월 안에 밀린
거래처 대금도 해결하고 돈을 챙겨 해외로 도망가려는 계획.
종친회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건 공간, 사람, 투자자.
건물을 빌리고 헌씨들을 모으기 위해 창문에 "진주 헌씨들 집결 요망"이란 문구를 써붙
입니다.
그 문구를 보고 처음 나타난 사람은 가정주부 헌신자. 헌신자가 인터넷에 올린 모집 공
고를 보고 하나 둘 헌씨들이 모입니다.
사촌 형의 도움으로 헌정치 의원까지 알게 된 헌봉달.
종친회를 통해 자신의 빚을 해결하려고 했던 봉달이 과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봉달과 달리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찾아온 헌신자, 헌학문, 헌금함, 헌총각, 헌자식...
뿌리를 찾기 위해 진주에 가서 고문서를 찾아보지만 어디에서도 진주 헌씨의 흔적은 보
이지 않고 대신 헌씨가 차씨의 조상을 훔쳤다는 의혹만 생기는데...
과연 허봉달은 종친회를 통해 자신의 나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나머지 허씨들은
자신들의 뿌리를 찾을 수 있을지...
얼마 전에 고호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과거여행사 히라이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읽었는데 이 책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앞으로 고호
작가의 책은 믿고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