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4월

이노우에 아레노 作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는 '코코야'라는 반찬 가게에서 일하는 60대 여성 세 명의 삶 이야기를 소박한 음식과 함께 담고 있다.

도쿄 근교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반찬 가게 '코코야'는 점장인 코코는 물론 점원인 마쓰코, 이쿠코 모두 60대 여성들이다. 그녀들은 소박하지만 정감이 가는 음식을 만들며,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을 가지고 생활한다. 그러나 그녀들의 그러한 열정 이면에는 가슴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슬픔과 상처가 하나씩 자리잡고 있다. 이혼한 전 남편에게 아직도 심리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코코, 어렸을 때 죽은 아들과 반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이쿠코, 애인에게 버림받고 독신으로 살고 있는 마쓰코... 그녀들은 자신들의 상처에 대하여 서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지는 않는다. 그러나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도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은 전문 요리사만이 만들 수 있는 고급스럽거나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누구나 만들 수 있고 평소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이다. 이와 같이 소박한 음식을 통하여 코코, 마쓰코, 이쿠코라는 60대 여성들이 걸어온 삶과 결코 즐겁지 않은 추억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 나이의 여성이라면 웃어른인 '할머니'로서 남편, 자식, 손주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삶을 누리는 것이 보통일 것이나,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혼자'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괴로워하거나, 혼자라는 사실에 외로워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전 남편과 그의 현재 부인을 대할 때 이상할 정도로 활기찬 모습을 보인 코코의 심정, 옛 애인에게 아직도 기대하는 마쓰코, 사별한 남편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있는 이쿠코의 위태로운 모습이 안타깝고 슬펐다. 하지만 쌀집 총각 '스스무'의 등장과 함께 그를 두고 서로 미묘한 경쟁하는 모습은 마치 사춘기 소녀같기도 해서 웃음이 났다. 

소박한 음식에서 전해지는 따뜻함과, 요리를 통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녀들의 성장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얻게 될 상처는 어떤 것이고, 얼마나 될까...? 나는 그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추리소설] 블랙베리 파이 살인사건

블랙베리 파이 살인사건 ㅣ 한나 스웬슨 시리즈 17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14년 7월

조앤 플루크 作 '블랙베리 파이 살인사건'은 한나 스웬슨 시리즈의 열일곱 번째 이야기로서, 항상 시체를 발견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한나가 이번에는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인 범인으로 체포되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하여 고분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작품은 이전에 비하여 사건의 실마리가 보일 듯 하면서 의외의 전개가 펼쳐졌던 작품 같다. 또한 한나, 안드레아, 미셸 세 자매의 남다르고 끈끈한 우애 및 항상 제멋대로인 것 같은 어머니 딜로어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나에게는 노먼이 적격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한나의 흔들리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제 그만 노먼과 마이클 중에서 한 사람을 결정했으면 좋겠다...)

[추리소설]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4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월

제목부터 무척이나 도발적인, 니시무라 교타로 作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는 일본의 어느 부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탐정 4명에게 미결로 남아있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의뢰한다는 다소 황당하면서도 과감한 전제에서 시작하고 있다.

이미 노년을 맞이한 세계적인 명탐정 엘러리 퀸, 에르퀼 푸아로, 매그레 경감, 아케치 고고로를 한 자리에 불러 모은 사토 다이조는 그들에게 1년 전 일본에서 발생한 3억 엔 강탈 사건의 진범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용의자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한 탓에 명탐정들은 그 의뢰를 완곡하게 거절한다. 이에 사토는 사비를 털어서 그 사건을 재현하겠다는 괴상한 제안을 하는데...

미궁에 빠진 3억 엔 강탈 사건을 동일하게 재현하겠다는 의뢰인 사토의 발상과 모르모트가 된 젊은이의 행동과 심리를 정확하게 추리하는 명탐정들의 활약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허를 찌르는 사건 전개와 다시 허를 찌르는 결말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던 작품이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에 등장하 명탐정을 4명이나 등장시키다니... 독자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지만, 이를 글로 표현한 작가는 얼마나 준비를 많이 하고 고민스러웠을까? 적어도 엘러리 퀸, 애거서 크리스티, 조르주 심농, 에도가와 란포라는 작가의 책을 모조리 섭렵하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철저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소설] 명량

명량
김호경 지음, 전철홍.김한민 각본 / 21세기북스 / 2014년 7월

이미 관객수 천 만을 돌파하고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한민 감독의 영화 '명량'을 글로 표현한 소설이다. 

솔직히 달랑 한 권에 명량의 내용을 다 담을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빠른 전개와 과감한 생략으로 정말 영화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도 영화에서는 짧게 스쳐 지나가거나 또는 등장하지 않았던 임진왜란 이후의 조선 정세와 이순신이 백의종군하게 된 상황 및 일본군의 상황, 이순신 및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과거, 심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100자평] 성경 2.0

성경 2.0 - 성경통독을 위한 최고의 자습서 ㅣ 성경 2.0 1
김동순 지음, 배광선 그림, 하이툰닷컴 기획 / 씨엠크리에이티브(CM Creative) / 2013년 5월

구약 중에서 동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창세기와 욥기를 다루고 있다. 창세기는 읽으면서 특히 난해한 구절이 많았는데, 이 책의 유머러스한 만화와 설명 덕분에 이해하기 쉽고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성경을 공부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