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방각본 살인 사건

방각본 살인 사건 - 상 - 개정판 ㅣ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김탁환 作 백탑파 시리즈는 조선의 중흥기를 불러 일으킨 정조 대왕과 비록 서얼 출신이라서 관직을 얻을 수 없었지만 북학으로 나라를 구하고 변화시키려는 큰 꿈을 꾸던 젊은 백탑파 학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일련의 사건을 그린 역사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백탑파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인 '방각본 살인 사건'은 당대 최고의 매설가 청운몽이 쓴 소설과 관련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장안을 공포에 몰아넣은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종친이자 의금부 도지사인 이명방은 각 사건 현장마다 청운몽이 쓴 소설이 놓여져 있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이를 근거로 하여 의금부는 청운몽을 심문한다. 처음에는 범행을 완강히 거부하던 청운몽이 돌연 자백을 함으로써 그는 사지가 갈갈이 찢기는 극형에 처하여 죽음을 맞이한다. 한편 무인임에도 시문을 즐길 줄 아는 이명방은 의형제를 맺은 백동수의 권유로 백탑파 서생들의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평소 존경하던 학자들을 직접 눈 앞에 둔 이명방은 무척 영광스러워하지만, 김홍도가 청운몽의 초상화를 그리고 백탑파 서생들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죽은 청운몽을 기리는 행동을 보이자 그는 무척 화를 낸다. 졸지에 모임은 청운몽의 결백 여부에 대하여 백탑파 서생들과 이명방이 다투는 자리로 변질되고, 이명방은 김진이라는 한 살 어린 서생을 만나게 된다. 한편 청운몽을 잡아들여 죽인 이명방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미 죽은 청운몽이 저질렀던 일련의 사건과 동일한 방식으로 어느 기생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 5명이나 더 살해당하고 그 사건 현장에는 어김없이 청운몽의 소설이 놓여 있다. 이에 이명방은 청운몽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재조사하라는 명령을 받고 난감해하는 그를 김진이 도와준다. 

깔끔하면서 품위가 있는 문체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백동수 등 조선 중흥기의 인물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생동감이 넘친다. (작가가 얼마나 역사를 연구하고 캐릭터 설정에 고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조선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하여 북학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백탑파 학자들이 단지 서얼이라는 이유로 관직에 나아가 뜻을 펼 수 없는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명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하여 청의 문물을 업신여기고 배척하는 당시 조선 조정의 모습이 안타깝고 한심했다. (게다가 당파 싸움까지... 이러니 발전이 늦었지...) 

방각본 살인 사건 (상)은 백탑파 학자들과 이명방의 만남, 이명방과 김진의 첫 만남과 김진의 비범함, 청운몽이 죽은 후에도 발생한 살인 사건의 의문점 등을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다. 박진감 있고 재미있었다. 어서 (하)권을 읽어서 사건을 해결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