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도쿄밴드왜건

도쿄밴드왜건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쇼지 유키야 作 '도쿄밴드왜건'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낡은 헌책방 '도쿄밴드왜건'을 운영하는 홋타 일족의 소소한 일상을 사계절에 따라 그리고 있다. 배를 잡고 웃을 수 있는 큰 재미는 없으나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에서 겪을 수 있는 작은 사건과 이를 통하여 느끼게 되는 따뜻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다. 

전체적으로 '러브'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 새로운 만남을 상징하는 봄에는 수수께끼 백과사전과 한 소녀의 사건을 중심으로 잃어버린 가족을 찾고 화해를 돕는 에피소드를, 자연의 싱싱한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여름에는 손자 부부의 결혼을 반대했던 사돈과의 화해를 중심으로 아야코가 가족들에게 계속 감춰왔던 비밀이 밝혀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방방곡곡 아름답게 물드는 가을에는 책 한 권으로 되살아나는 추억과 오래된 죄에 대한 용서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온 세상이 하얗게 덮히는 추운 겨울에는 둘째 손자 아오의 결혼식과 아오의 출생에 관한 비밀이 밝혀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매일 저녁마다 KBS 1TV에서 방영되는 한 편의 가족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부와 자녀로만 구성된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심지어 독신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4대가 화목하게 사는 도쿄밴드왜건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고집쟁이 칸이치 할아버지와 전설의 로커이자 로맨티스트 아들 가나토, 카요라는 초등학생 딸을 혼자 키우는 화가 손녀 아야코와 프리라이터 손자 콘, 그리고 알뜰한 살림꾼 콘의 아내 아미,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증손자 켄토, 꽃미남 여행사 가이드 아오까지 4대가 모여 살면서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고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며 따뜻하게 감싸주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만약 내가 도쿄밴드왜건의 가족이 된다면 정말 즐겁고 행복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화자가 칸이치 할아버지의 부인 사치로서 이미 죽은 자라는 점과 각 에피소드마다 매우 교묘하게 숨겨진 복선, 그리고 일상에서 우리가 자주 들을 수 있는 대사와 이웃들의 모습 역시 매력적이었다. 

4대가 오손도손, 그리고 시끌벅적하게 사는 도쿄밴드왜건. 오랜만에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정(情)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