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의 세계사, 그림으로 읽다
이소부치 다케시 지음, 강승희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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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홍차를 무척 좋아하지만 종류나 역사는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관련 서적을 찾고 있던 중 이소부치 타케시가 쓴 '홍차의 세계사, 그림으로 읽다'가 눈에 띄었다. 이 책은 일본의 홍차 전문 연구가 이소부치 다케시가 홍차의 역사를 밝혀내기 위하여 직접 영국, 중국, 미얀마, 인도, 미국 등 여러 나라를 탐사한 후 저술한 것으로서, 홍차 소비량이 가장 많은 영국을 중심으로 하여 홍차의 기원과 종류, 홍차 때문에 벌어진 국가별 에피소드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전 세계인의 음료 중 하나가 된 투명한 붉은색의 '홍차'하면 제일 먼저 영국이, 고급 응접실에서 근사하게 차려입은 신사들과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예쁜 찻잔을 들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홍차를 만든 것은 영국이 아니라 중국이며 영국의 홍차 문화는 중국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영국인에게 있어서 홍차는 동양의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인식된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중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홍차보다는 녹차를 더 선호하며, 홍차는 오로지 수출용으로만 재배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동경하는 영국이 녹차보다 강한 맛의 발효차인 홍차를 선호하는 것은 미네랄이 포함된 영국의 수질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홍차는 생산되는 지역의 험난한 지형과 다소 부족한 기술이라는 요소가 결합되어 우연히 만들어지게 된 것으로서 부드럽고 섬세한 맛과 향의 정산소종이 원조라고 한다. 그러나 영국의 차 소비량을 대폭 증가하면서 중국의 생산과 공급에 이에 미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때 등장하는 것이 현재의 랍상소종이라고 한다. 랍상소종은 이윤만을 추구한 중국 상인이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찻잎에 소나무향을 훈연하여 부착시켜 판 것이라고 한다. (옛날부터 먹는 것에 대한 중국인의 사기는 보통이 아니었던 것 같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영국에서 홍차하면 랍상소종으로 통한다니 놀라운 일이다.  

풍토상 차나무를 재배할 여건이 되지 않았던 영국이 중국에서 차를 수입하기 위하여 중국과 아편 전쟁을 벌이고 식민지였던 미국의 세금을 올리는 바람에 보스턴 차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후 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세금이 높아지면서 위조차까지 등장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씁쓸하면서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결국 식민지였던 인도 아쌈 지방에서 차를 재배하게 되면서 홍차는 상위층 계급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비롯한 하층 계급에 이르는 모든 영국인이 즐기는 음료가 되었다고 한다. (영국이 차를 재배하기까지 식민지의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영국의 홍차 문화와 관련하여 트와이닝, 립턴, 포트넘 & 메이슨 등 우리에게 익숙한 홍차 브랜드가 생기게 된 과정도 실려 있다. 영국 홍차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기까지 각 회사의 창시자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차에 대한 영국인의 사랑과 동양에 대한 동경을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고 신기했다. 개인적으로 얼그레이가 창시자인 그레이 백작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또 부끄러워졌다.  

'홍차의 세계사, 그림으로 읽다'는 각 장마다 주제와 관련된 그림이 소개되어 있어서 그 당시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쉬운 설명으로 홍차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무척 도움을 준다.  

홍차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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