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아라키 겐 作 '촌마게 푸딩'은 타임 슬립으로 180년 후의 현대 세계로 오게 된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 청년이 히로코 모자를 만나 요리에 눈을 뜨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이혼 후 직장을 다니며 어린 아들 도모야를 혼자 키우는 히로코는 초조하고 정신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히로코 모자는 마치 대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사무라이 복장을 한 다소 촌스러운 생김새의 청년과 조우한다. '기지마 야스베'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청년은 분세이 9년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였다. 처음에는 야스베를 사무라이 마니아 정도로 생각했던 히로코지만 현대인과 다른 그의 말투와 행동을 보면서 점차 그가 정말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야스베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면서 그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한다. 야스베에게 있어서 현대 세계는 새롭고 신기하다. 그러나 모셔야 할 상전이 없고 여자가 바깥 일을 하고 남녀가 집안일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가치관은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해서 히로코와 말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야스베는 생명의 은인인 히로코에게 신세를 갚기 위하여 그녀 대신 도모야를 돌봐주고 청소 및 요리를 하는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기 시작한다. 집안일 중에서 특히 요리에 푹 빠지게 된 야스베는 그 실력이 나날이 발전한다. 한편 히로코는 야스베 덕분에 전보다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도모야 역시 엄마의 빈 자리를 야스베가 채워준 덕분에 많이 밝아지고 행동과 생각하는 것이 어른스러워진다. 게다가 히로코는 야스베의 진중한 모습에 끌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야스베가 우연히 케이크 경연 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 야스베가 유명해질수록 히로코 모자가 느끼는 서운함과 상실감은 커지고 급기야 히로코는 야스베와 크게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두 사람의 갈등은 도모야의 가출 사건을 계기로 눈 녹듯이 풀리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야스베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정신을 잃고 눈을 뜨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 별 세계에 떨어졌다?! 생각만 해도 등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황당한 상황이다. 이 작품에서는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의 눈에 펼쳐진 180년 후의 현대 세계가 묘사되어 있는데 몸이 굳어버릴 정도로 놀랐을 그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그리고 전쟁이 없을 때는 녹봉만 받으며 놀고 먹는 신세라고 할지라도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야스베가 여자가 할 일이라고 치부한 요리에 새롭게 눈을 뜨면서 이에 몰두하게 되는 과정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사무라이 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일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그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또한 그가 푸딩의 맛에 보내는 찬사는 한 편의 시 같았다.  

개인적으로 과거의 사무라이와 현대 여성의 가치관 대결이 펼쳐지는 대화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겉모습은 쉽게 바꿀 수 있어도 그가 살아온 배경이나 가치관은 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히로코의 고충 역시 마음에 와 닿았다. 남녀가 평등한 시대지만 아직까지도 가사 및 육아에 있어서는 모든 것을 여자에게 떠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같은 여자로서 히로코의 일을 결코 남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한편  공공 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되는 행동을 하는 아이를 혼내지 않는 어른이 많고, 간혹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꾸짖는 어른이 있다하더라도 그 아이의 부모가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 잘못한 것은 단호하게 혼내고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는 야스베의 교육관은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옳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SBS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야스베는 히로코 모자로부터 현대 세계에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장소와 일하는 즐거움을 얻었다. 히로코는 야스베 덕분에 가사일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일에 더욱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그동안 바쁜 엄마 때문에 관심에 굶주리고 있던 도모야는 야스베를 만나면서 애정을 받고 검술 훈련 및 예절 교육을 받게 되었다. 세 사람은 서로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현대 세계에 적응하는 동안 좌충우돌하는 사무라이 야스베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소소한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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