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사랑한 수식
코이즈미 타카시 감독, 후카츠 에리 (Eri Fukatsu)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 : 博士が愛した数式 

[감상] 

교통 사고로 인하여 기억이 80분 동안만 지속되는 수학 박사와 10살 배기 아들을 둔 미혼모 가정부의 따뜻한 우정을 그린 오가와 요코 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원작의 잔잔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다. 특히 박사와 가정부가 다정하게 산책한 벚꽃이 만개한 공원은 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마치 가족 같은 분위기의 박사와 가정부, 루트 세 사람의 모습은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박사 담당 가정부이자 루트의 엄마인 '나'의 시점에서 쓰여진 소설과 달리 영화는 어느덧 어른이 되어 수학 선생님이 된 루트가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박사와의 추억이 담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원작에서의 박사는 에나쓰 선수를 좋아하고 야구 승률은 정확하게 계산하지만 정작 야구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없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 반면 영화에서는 어깨 부상을 입기 전까지 학창 시절 야구를 했던 것으로 나온다. 한신 타이거스 경기 대신 루트가 소속되어 있는 학교 야구부 경기를 보러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원작에서는 그저 암시만 되어 있던 미망인과 박사의 관계가 영화에서는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박사에게 있어서 오일러의 공식이 갖는 의미를 다소 알 수 있었다. 

오일러의 공식에 따르면 눈에 보이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숫자일지라도 1을 더하는 순간 비로소 0이라는 무(無)의 실체를 갖게 된다. 마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마음처럼 말이다.  

원작처럼 영화에서도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 공식이 잔뜩 나오지만 숫자나 기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비록 뇌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소중한 추억은 언제나 가슴에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사 역을 맡은 테라오 아키라(寺尾聡) 씨의 나즈막하고 부드러운 음성이 너무나 듣기 좋았다. 내가 상상했던 박사와 싱크로율 100%라서 마치 박사가 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배우 후카츠 에리(深津絵里)씨의 깔끔한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박사, 루트, 가정부가 서로를 의지하며 나누는 따뜻한 우정과 사랑, 그리고 미래에의 희망을 그리고 있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 타인에게 각박한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자들이 반드시 꼭 봐야할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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