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TV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2010년 한 해 동안 큰 인기를 모았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후속편으로서 윤희, 선준, 재신, 용하라는 잘금 4인방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권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권 결말에 이어서 선준과 윤희가 정식으로 혼례를 올리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토록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 두 사람의 혼사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싶었으나 용하와 재신으로부터 네 사람 모두 규장각에 내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윤희가 선준의 아버지 좌의정 대감 이정무를 찾아가 스스로 정체를 밝히면서 일은 겉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결국 선준과 윤희의 혼사는 중단되고 이정무는 윤희의 어머니와 동생 윤식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그녀에게 한 달의 시간을 줄 테니 사임하고 아들 곁에서 떠나라고 협박한다. 한편 남인이며 가문이 보잘 것 없는 윤식을 규장각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관리들의 불만을 단칼에 잠재우기 위한 왕의 제안 때문에 잘금 4인방은 유례 없이 승문원, 예문관, 사헌부, 홍문원 네 곳이 마련한 신참례를 겪게 되지만 서로의 머리를 맞대어 얻은 기발한 생각으로 무사히 통과하고 규장각에 입성한다. 그러나 잘금 4인방의 신참례가 시작됨과 동시에 가짜 홍벽서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은 이것이 단순히 홍벽서를 추종하는 자의 짓이 아니라 진짜 홍벽서를 불러내려는 누군가의 음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은 후속편은 재미가 덜 하다는 속설을 완전히 깨고 있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윤희와 선준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등장 인물들의 성격과 새로운 위기 상황에서 그들이 느끼는 심리가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정조와 규장각을 둘러싼 조선의 정치 풍속을 옅볼 수 있다.  

가문과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남인이자 남장을 하여 관리가 된 윤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준의 아버지와 무슨 일이 있어도 윤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선준, 그리고 선준을 사랑하고 그와 헤어질 수 없지만 혹시나 자신 때문에 선준이 피해를 입게 될 때는 가차없이 자신을 버리라는 윤희 세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윤희를 그리워하며 시를 짓는 재신의 모습이 너무나 애틋했으며 비록 선준의 아내가 된 윤희지만 그녀를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암기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멋졌다. 개인적으로 재신의 새 신부 꼬마 다은의 등장은 무척 귀여웠으나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용하는 여전히 모든 것을 꿰뚫어 보면서 능글맞게 나오지만 그가 윤희, 선준, 재신을 생각하는 마음은 정말 깊고 따뜻했다. 또한 그의 용의주도함이 잘금 4인방을 여러 가지 면에서 구해주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규장각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정조가 윤식이 여자 윤희임을 눈치 채고 있다는 암시가 계속 등장하고 있는데 앞으로 윤희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게 될 것인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존재감이 거의 희박했던 진짜 김윤식의 등장이 많아졌으며 새로운 로맨스가 싹트려는 조짐이 보여서 흥미롭다. 

더욱 끈끈해진 잘금 4인방의 우정! 그리고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과 사건까지! 2권도 빨리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