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이야마 만화경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모리미 도미히코 作 '요이야마 만화경'은 교토 기온제(祇園祭り)의 요이야마(宵山)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신비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놀아본 적이 있을 만화경을 통하여 들여다 본 요이야마의 아름답고 화려한 겉모습과 기묘하고 섬뜩한 진실을 그리고 있다.  

요이야마 자매 편에서는 호기심 많은 언니와 겁이 많고 매사 조심성 있는 동생이 요이야마에 휩쓸려 겪게 되는 신비한 체험을 동생의 시각에서 그리고 있다. 금붕어 떼처럼 붉은 유카타를 입고 이곳저곳 누비고 있는 소녀들에게 넋을 빼앗겨서 언니를 잃어버리게 된 동생은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곧 언니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한다. 동생은 소녀들에게 스자키 발레 교습소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지만 소녀들은 대답만 할 뿐 계속 같은 곳만 돌며 축제를 즐기라고 한다. 

요이야마 금붕어 편에서는 요이야마를 즐기기 위하여 교토로 돌아온 순진하고 평범한 후지타가 고등학교 동창인 오토카와에게 속아 넘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토카와를 잃어버린 후지타는 실수로 긴타로의 사탕을 밟게 되고 이 때문에 기온제 사령부 특별경무대 요원들에게 끌려간다. 요이야마의 규칙을 어겼기 때문에 요이야마님이 친히 벌을 내리실 것이라고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기묘한 차림의 사람들 때문에 후지타는 겁을 잔뜩 먹는다. 그러나 그가 만나게 된 요이야마님은 오토카와가 키운 초금붕어였다.

요이야마 극장 편에서는 오토카와가 후지타를 속이기 위하여 후배들을 모아서 가짜 요이야마를 만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손을 쓸 수 없는 망상가 야마다가와가 연출을 맡고 작년 대학 축제에서 그녀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한 나머지 연극부를 은퇴한 고나가이가 다시 한 팀이 되어서 무대를 만들기 시작한다.  

요이야마 회랑과 요이야마 미궁 편에서는 교토를 떠나본 적이 없으며 15년 전 요이야마 때 사촌동생을 잃어버린 지즈루와 1년 전 아버지가 원인불명으로 숨지고 대신 화랑을 운영하게 된 야나기가 겪게 되는 신비한 체험담을 담고 있다. 야나기와 지즈루의 삼촌이 요이야마를 반복해서 겪게 된 것은 야나기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될 만화경 때문이었다.

요이야마 만화경 편에서는 다시 자매의 이야기로 돌아오며 언니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붉은 유카타를 입은 소녀들 떼에 넋을 잃은 동생이 자신의 손을 놓자 언니는 일부러 그녀의 눈 앞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숨어서 동생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언니는 방심한 탓에 동생을 잃어버리고 만다. 언니는 동생을 찾기 위해서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거인중과 마이코를 만나서 요이야마님을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언니는 요이야마님에게 섬뜩한 느낌을 받게 되고 동생을 찾아 달려간다.  

앞의 세 편은 가짜 요이야마의 즐겁고 화려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모든 것이 후지타를 속이기 위한 오토카와의 아무 이유 없는 계획이었으며 이에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간 후지타의 모습이 재미있었고 안쓰러웠다. 또한 고나가이와 타카야부 등 오토카와가 주문한 가짜 요이야마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노력한 사람들의 에피소드 역시 재미있었다. 고나가이와 야마다가와는 전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라서 꽤 반가웠다.  

이와 반대로 뒤의 세 편은 가짜 요이야마와 연관된 어둡고 기묘한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15년 전 잃어버린 딸과 함께 요이야마의 시간 속에 갇히게 되는 고노와 아버지의 유품을 돌려주기까지 반복되는 요이야마의 하루를 겪게 되는 야나기의 이야기는 섬뜩했다. 또한 어린 자매 역시 자칫하면 요이야마의 시간 속에 갇힐 뻔 했다.  

만화경 속에서 보여지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모양은 여러 개의 거울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것처럼 요이야마의 밤 역시 환상이고 원래는 무섭고 기묘한 것이 진실된 모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하나, 하나가 모두'라는 말처럼 요이야마 만화경에 실린 6가지 이야기는 각각 독립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등장 인물들 역시 크던 작던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요이야마 자매의 동생에서 시작해서 후지타와 오토카와, 고나가이, 지즈루, 야나기를 거쳐 언니로 결말을 맺는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교토의 잔잔하고 그림 같은 풍경과 기온제 요이야마의 화려함이 녹아 있는 듯한 문체가 무척 아름답고 소소한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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