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 검은 집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기시 유스케 作 '검은 집'은 생명 보험금을 둘러싸고 인간적인 감정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와 어린 시절 형의 자살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보험 회사 직원의 숨막히고 공포스러운 대결을 그리고 있다.  

평범한 보험 회사 직원 신지는 자살한 때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냐는 기이한 전화를 받고 사적인 충고를 하게 되면서 보험금을 노린 비정한 사이코패스의 계략에 휘말리게 된다. '고모다 시게노리'라는 남자의 지명을 받아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된 신지는 폐가를 연상시키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약한 악취에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곳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한 고모다의 아들 가즈야를 발견한다. 신지는 자식의 죽음 앞에서 어떠한 충격도 슬픔도 느끼지 않은 채 자신의 반응만 살피고 있었던 고모다의 행동이 내심 마음에 걸리고 혹시 그가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사체를 발견하게 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고모다에 대한 뒷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가즈야가 타살이라는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을 발견하지 못하고 보험 회사는 고모다 부부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다. 여전히 고모다가 의심스러운 신지는 고모다의 부인 사치코에게 익명의 경고 편지를 보낸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의 집 앞에는 메구미가 키우던 고양이들의 목이 담긴 쓰레기 봉투가 놓여 있고 그에게 사이코패스 이론을 설명하고 고모다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던 가나이시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사체로 발견된다. 충격을 받은 신지는 생명 보험과 관련된 범죄 사례집을 읽던 중 한 가지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진범은 고모다가 아니라 그의 부인 사치코는 아닌지...

이 작품은 언제 발생할지 모를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취지를 가진 보험이 그저 돈을 목적으로 하는 자살 또는 살인을 야기시키는 범죄의 온상지가 되어 가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코패스와 접목시켜 무척 생동감 있고 현실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기시 유스케라는 작가의 섬세한 묘사와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인다. 초반에는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신지가 검은 집을 방문하면서부터 알 수 없는 위기와 공포감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만큼 책 내용에 몰입하게 되었다. 특히 검은 집의 실체가 들어났을 때와 신지가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는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잔혹한 짓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것인지 등골이 오싹했다. 

사이코패스를 선천적인 악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 영향에 의한 것이라고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가나이시와 메구미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메구미의 의견은 세상과 인간을 너무 아름답게 보는 이상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고 너무 편파적인 가나이시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인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평범하고 염세적인 사람들보다는 평범함을 가장하고 있는 사이코패스가 사회적으로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검은 집'은 한 사건이 해결되었지만 앞으로 비슷하거나 더 악질적인 보험금 범죄가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면서 끝을 맺는다. 보험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죽음, 그리고 범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지 가슴 한 켠이 먹먹하고 답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