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심리] 이웃집 사이코패스

이웃집 사이코패스 - FBI 프로파일러들이 파헤친 연쇄살인범의 심리, 증보판
폴 롤랜드 (Paul Roland) 지음, 최수묵 옮김 / 동아일보사 / 2010년 8월

몇 해 전부터 섬뜩하고 잔혹한 범죄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여성을 노린 연쇄 강간 살인 사건 및 아동 성폭행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자로 지목된 것은 흉악하게 생긴 사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무척 충격적이었다. 이와 같은 '사이코패스'는 단순한 살인자 또는 절도자와 달리 죄의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의 성적 욕구 및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타인을 살해하거나 고문하는 등 끔찍한 짓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기 때문에 더욱 두려운 존재인 것 같다.  

점차 증가하는 사이코패스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범죄 현장에 남겨진 증거 및 피해자를 통하여 용의자의 인상착의, 나이, 성격, 성장배경 등을 예측하여 사건의 진범을 밝혀내는 수사 방법인 프로파일링이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다.

이 책에서는 사이코패스의 특징과 FBI 프로파일러가 직접 다룬 사이코패스 다양한 범죄를 소개하고 있으며 프로파일링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요즘 FBI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CRIMINAL MIND'라는 미국 TV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는데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에피소드와 비슷한 실제 사례가 있어서 매우 놀랐으며, 극처럼 단시간 내에 프로파일에 맞는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이코패스를 자칫 정신분열증 환자로 판단하여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는 위험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충동적이며 자기 통제를 하기 어렵지만 사이코패스는 범죄를 저지를 때까지 온갖 상황을 상상하고 계산하는 신중함을 보이며 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있으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절대 사이코패스를 정신분열증 환자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연구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사이코패스를 예측하는 프로파일러의 노력과 인내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고 또한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대체로 사이코패스는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육체적 또는 언어 학대를 받고 자란 자가 많았으며 억압된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하여 자신보다 약한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강간, 고문,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어린이가 저지르는 아동 살해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어린 아이는 그저 순수하고 해맑아야 한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철저하게 깨트려 버렸다... 이와 같은 어린이 사이코패스는 유전적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무관심, 폭력, 학대, 잘못된 훈육 등 후천적 요소인 가정 환경에 의하여 생길 수 있다는 것인데 정말 가정 환경과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한 장 한 장 책을 읽어가면서 끔찍하고 불편한 사실에 소름이 돋고 세상이 무서워졌다. 사악함을 숨기고 평범을 가장하여 일반인들 사이에 숨어 있는 사이코패스... 그나마 자신이 영리하고 천재라고 믿는 그들이 그 오만함 때문에 자멸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파악하여 그들보다 한 발 앞서갈 수 있는 프로파일링이라는 수사 기법이 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FBI 프로파일러는 30명. 그리고 2000년부터 프로파일링을 도입한 우리나라 역시 30명의 프로파일러가 있다. 그러나 점차 증가하는 범죄에 비해서 프로파일러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사이코패스 범죄 및 강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프로파일러의 인원을 보충하고 보다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구도 인간인 이상 성인(聖人)은 아니며 세상은 누구나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하여 나와 내 가족, 친구를 보호하기 위한 경계심을 길러주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