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보은 [dts](2disc)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 / 대원DVD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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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늦잠을 자서 아침을 거르고 급히 학교에 뛰어가나 이미 지각. 몰래 교실에 들어오려고 했으나 선생님한테 발각되어 반 아이들 전체에게 비웃음을 사게 된다. 게다가 좋아하는 남자 아이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다... 이렇게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여고생 요시오카 하루(吉岡ハル)는 일상이 우울하게만 느껴진다. 어째서 하는 일마다 꼬이는 것인지 한탄을 하며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그녀는 선물을 입에 물고 유유히 걸어가는 고양이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고양이가 트럭에 치일 위기에 놓였다는 것을 깨닫고 몸을 날려 고양이를 구한다. 고양이가 무사한지 확인하려던 그녀는 고양이가 두 발로 서서 몸을 털고 게다가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한다.      

그날 밤. 두 발로 서서 걷는 고양이 무리가 하루의 집 앞에 찾아와서 그녀가 낮에 구한 고양이가 고양이 왕국의 황태자 '룬(ルーン)'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하여 고양이 임금님이 직접 행차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일부터 그녀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하루는 방금 일어난 일이 그저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친구로부터 집 앞에 어제 고양이를 구하다가 부러진 라켓이 잔뜩 쌓여있다는 전화가 오고, 마당에는 강아지풀이 잔뜩 심어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동네 고양이들이 모두 하루를 따라오고 신발장 속에는 쥐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하루는 고양이 따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후회를 한다. 그날 오후 친구 대신 청소 당번이 된 하루는 쓰레기통을 비우러 가다가 어젯밤에 왔던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친다. 하루는 고양이에게 답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평을 하자, 고양이는 룬 황태자의 비(妃)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이에 고양이처럼 하루 종일 뒹글거리고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그러자 고양이는 하루를 고양이 왕국으로 초대하겠다며 밤에 데리러 가겠다는 말과 함께 사라진다. 순간 하루는 자신이 내뱉은 말 때문에 고양이 왕국으로 끌려가서 고양이의 색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감해한다. 그 때 어디선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고양이 사무소'를 찾아가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에 하루는 속는 셈 치고 목소리가 일러준 곳으로 향한다.그리고 사거리에서 만난 하얗고 커다란 고양이 '무타(ムタ)'를 따라 고양이 사무소의 남작 '바론(バロン)'을 만나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나 하루는 고양이 사무소에 들이닥친 고양이들에 의하여 고양이 왕국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감상]  

2003년 개봉했던 지브리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猫の恩返し)'를 2010년인 지금 보게 되었다. 어째서 지브리 작품을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해보니 당시 축구에 빠져서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꽤 재미있었다.  

고양이가 은혜를 갚는다... 우리나라 정서로 생각하면 선뜻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고양이의 복수라면 모를까... 하지만 이 작품에서 고양이는 은혜를 갚으려고 노력한다. 다만 그 은혜 갚기가 고양이의 입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민폐라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도 밉지 않고 귀여워 보였다. 그리고 다양한 고양이가 등장해서 눈이 즐거웠다. 

까마귀 '토토(トト)', 그리고 하루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뚱뚱한 고양이 무타는 무척 재미있었다. 이 작품에서 무타가 빠졌다면 재미가 반감되었을 듯... 그리고 풀네임이 너무 어려운 고양이 사무소의 소장 바론은 멋졌다. 그야말로 기품 있는 신사랄까. 하카마다 요시히코(袴田吉彦) 씨의 중저음 목소리가 굉장히 좋았다.

뜻대로 되지 않아 재미가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 고양이가 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하루에게 '자신을 잊으면 안된다'라고 계속 주의를 주는 바론의 목소리가 아직도 내 귓가에 남아 있다. 가끔은 매일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고 부끄럽고 후회되는 모든 기억을 잊고 싶은 때가 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가 있기에 비로소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어느 하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소중한 추억인 것이다.  

고양이의 보은.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는 훈훈한 감동을 전해준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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