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김훈태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나는 여행 기록을 담은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자랑 섞인 여행기를 읽으면 여행의 감동보다는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게 된다. 게다가 여행의 감동은 직접 경험해야만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요즘들어 부쩍 늘어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와 '편지'라는 독특한 형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고즈넉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교토(京都)에 대한 동경 때문일지도...

서른을 넘긴 저자가 스스로의 삶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고 재충전하기 위하여 일본의 교토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달동안 생활하면서 겪은 일을 수신자 불명의 편지 형태로 담담하고 솔직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총 14통의 편지에는 부산에서 오사카 행 배를 탄 것, 한 달동안 머물며 생활하게 된 유라쿠조 게스트 하우스에 대한 것, 교토에 있는 여러 절을 둘러본 일과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보고 느낀 점, 맛있는 커피 전문점을 발견한 일과 여행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대화 등이 실려 있다.     

그 중에서 내 눈길을 가장 끈 것은 '우토로(ウトロ) 마을'을 방문하면서 적은 편지이다. 우토로는 일제강점기 때 강제 동원되어 일본으로 끌려가서 미처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한국인들의 후손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라는데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토지 소유권과 관련하여 그 마을이 현재 처한 상황을 읽으면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마음이 아련해져 왔다. 그리고 내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했다는 것도 반성하게 되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쉽고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 또한 자기 자신을 한 번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달까.

답답한 일상에서 지쳐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작은 여유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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