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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 미쳐봐
임요환 지음 / 북로드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임요환, 게임계 뿐만 아니라 일반인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프로게이머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가지고 현란한 마술 같은 전술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GG를 받아낼 때 그제서야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그다. 젊은 나이, 만25세 꿈도 많은 청년이 게임하나라는 것에 미쳐 직업까지 프로게이머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의 길이 잘못되었다고 하지는 않는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가진 후유증으로 주변을 소홀히 했던 점을 이 책에서 부각시키고 있다.
대학 진학 실패, 친구의 죽음, 연애의 실패 등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라는 한계에 노출되어 임요환이라면 게임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사람들은 인식을 하고 있다. 임요환의 자서전인 '나만큼 미쳐봐'를 보며 임요환이 게임만 하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게임에 미치지 않았더라면 임요환은 또래처럼 평범한 대학생으로 취직을 준비하고 있을 나이다. 임요환은 이 책에서 보듯이 게임만 아니라면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착하고, 순수하게 보이는 청년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지난 6년, 프로게이머라는 명성에 걸맞게 스타리그 우승과 월드사이버 게임즈에서 금메달을 따며 승승장구를 하던 그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간간이 좋은 성적을 낸다고는 하나 2003년 이후에는 좋은 성적을 못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임요환이 성적이 저조한 이유도 이 책에 담겨있다.
프로라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이 꿈이기에 프로야구에서 선동렬 선수가 최초의 억대 연봉을 받았듯이 임요환도 게임에서 억대 연봉자가 되었다. 선수들 측면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실력이 연봉만큼 받쳐주기에 1억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팀에서는 특별하지 않는 이상 이런 사람들을 원하지 않는다. 프로야구가 그렇듯이 삼성의 이승엽이나 임창용, 심정수, 박진만, 박종호, 롯데의 정수근, 이상목 등등처럼 연봉이 예상보다 많이 나올 경우에는 협상할 때나 전지훈련, 시범경기, 본경기 등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 임요환도 마찬가지다. 최초의 억대 연봉을 받았다고 해서 좋은 뉴스거리는 아니다. 팀에서는 고액연봉에 비해 성적이 저조하면 연봉을 내리거나 팀에서 방출을 시키는 것이 해결책이다. 특히 게임분야는 아직까지 일부 마니아들 만의 세계로 보고 있어 투자나 스폰서 계약을 맺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팀에서는 먹튀보다는 연봉이 적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뽑아 집중 육성을 시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임요환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정공법을 택하여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성적에 걸 맞는 대우를 받는 길밖에 없다. 팀을 옮겨 주장을 맡으면서 임요환이 많이 도움을 줬고, 팀 성적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게이머는 게이머일 뿐, 임요환의 사생활은 공개되지 않아 게임 중독자처럼 여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부모님세대라면 임요환이라는 사람을 알게되면 부정적으로 비춰지게 된다.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게임은 나쁘다, 공부나 할 것이지 게임만 하면 공부는 언제하니?' 라는 말들을 우리세대들은 과거에 많이 들었다. 나도 부정하기에는 답을 회피한다. 나와 임요환하고 비슷했기에 많은 동질감을 느꼈다. 공부는 하기 싫고, 게임은 하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이 공부하라고 하면 늘 청개구리처럼 겉돌았다. 3학년 1학기에는 열심히 하려고 애쓰다 2학기가 되면 모의고사 성적에 녹다운되어 게임에 빠져버렸다. 재수를 하게 돼서 지금 이 위치까지 왔다.
그러면 임요환이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뭐가 되었을까 생각해봤다. 서울의 평범한 청년으로 수능시험을 쳐서 대학교를 가든지 아니면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 외에는 달리 큰 능력을 보유하지 않아 보인다. 워낙 소심한 성격이고, 게임에 미쳐버렸기에 심하면 게임 중독자가 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나 셋 밑에서 귀여움을 많이 받는 막내 동생이 되었을 것이다.
25세의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가진 청년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으며 임요환이 직업을 잘 택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2억이 넘는 연봉을 받으면서 전성기보다는 못하지만 팀 내의 주장으로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30대 프로게이머, 프로게이머의 평균수명을 볼 때 노력하지 않는 이상 넘지 못할 산이다. 그러나 임요환이라면 게임이라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최초의 30대 프로게이머가 탄생할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겠다. 그러나 임요환이 프로게이머이기에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다. 우리나라의 게임문화가 게임발전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다. 게임발전과 같이 게임문화도 성숙하면 부모님세대도 공감할 수 있다. 임요환이라는 명성에 맞게 올바른 게임문화 정착에 힘을 쓴다면 게임분야는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하여 다시 스타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는 그를 보았으면 한다.
SLayerS_`BoxeR` 임요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