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 위치한 바지락 칼국수 전문점 ‘섬마을 밀밭집’.
이 음식점은 깔끔한 바지락 국물과 쫄깃한 면발로 인기가 높다. 또한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가게 이름이 좋은 것도 손님이 많은 이유. 이 음식점은 2001년 문화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글학회가 선정하는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이름’으로 뽑혔다.
○ 말맛 고운 간판, 눈길 끄네
한글학회는 2001년부터 매년 6차례 우리말 상호를 가진 가게나 기업을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이름’으로 선정하고 있다.
샘이 깊은 물(한정식집),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안경집), 소꼴 베러 가는 날(한우전문점), 하얀 종이 위에(미술학원), 보드미(동물병원), 글나래(출판사)….
간판을 처음 봤을 때는 ‘뭐 하는 가게인가’ 의아한 생각이 먼저 들지만 곱씹어 보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경기 화성시 정남면 보통리 저수지 인근에서 한정식집 ‘샘이 깊은 물’을 운영하고 있는 안경옥 사장은 “1997년 음식점을 열 때만 해도 이곳은 상권이 아니어서 ‘가게 이름이라도 눈에 띄게 하자’는 생각에서 우리말로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멀리서도 ‘가게 이름이 독특해 왔다’며 손님들이 찾아와 이름값 하기 위해 음식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4일 한글학회 진주지회로부터 ‘아름다운 가게 이름’으로 선정된 경남 진주 중앙시장 내 한복집 ‘우리옷 고우리’ 한영숙 사장은 “시장의 외진 곳에 위치한 가게지만 이름이 독특해 단골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561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한글학회 관계자는 “선정 사업 초기만 하더라도 우리말 이름을 단 업소를 찾기 힘들었지만 최근 2, 3년 새 우리말 이름을 단 업소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 우리 먹을거리엔 우리말 이름이 제격
1997년 미원(현 대상)은 ‘간장파동’을 겪은 후 회사명을 대상으로 바꾸고 제품명을 ‘햇살 담은 간장’ ‘참빛 고운 식용유’처럼 자연과 정성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우리말 이름으로 바꿨다. 이후 대상의 ‘햇살 담은 간장’은 프리미엄 간장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현재까지 1억2000만 병 넘게 팔렸다.
식품업계에서는 요즘 제품명을 우리말 서술형으로 짓는 것이 일반화됐다. ‘봉지째 데워 먹는 부추찐만두’ ‘계란을 입혀 부쳐 먹으면 정말 맛있는 소시지’ ‘지리산이 키운 생녹차 순한맛’ 등 제품명만 봐도 어떤 원료로 만들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