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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1년 9월
평점 :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우선 미리 밝혀두자면, 나는 종교는 없지만 무신론자는 아니다. 그리고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해서 책을 볼 때 좀 더 너그러워지는 경향이 있다.
비종교인을 위한 종교 지침서
종교가 없는 이들은 종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학교에서 종교와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천주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떼제공동체에 대해 연구하느라 떼제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떼제는 교리나 분파를 초월하여 모든 청년들에게 열린 공간을 제공하며 함께 기도하고 노래한다고 한다. 떼제의 수사님 한 분이 한국에 오셔서 화곡동에 자그마한 공간을 마련해 두셨더란다. 떼제공동체는 공지영의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에도 소개되는데, 처음 떼제에 접근할 때 이 책을 읽었었다.
그 날은 비가 왔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화곡동은 난생 처음 가보는 낯선 곳이었고, 함께 화곡동을 찾았던 조원과는 데면데면한 사이었으며, 또 다른 조원은 약속 당일 파토를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찾아간 화곡동 모임 장소는 비좁았다. 어두운 실내에 촛불이 은은했고, 비오는 날 특유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스산하기까지 했다. 나는 비종교인이 으레 어느 정도씩은 가지고 있는 종교에 대한 특유의 거부감을 갖고 수사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기도모임에도 참여했다. 처음 배운 노래도 함께 부르게 되었다,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참 이상스런 경험이었다.
종교라는 게, 좀 더 크게 말해 믿음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 똑같은 노래를 부르고 기도를 한다고 한다. 때로는 이성적인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가능케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것들이 종교라는 이름 아래서 종종 목격되기도 하고.
작가는 비종교인, 혹은 무신론자에게 종교(주로 기독교를 이야기하지만 이슬람, 불교, 천주교 등 전 종교를 다 아울러)를 보는 시각을 새로이 제시한다. 종교가 제시한 공동체, 교육, 친절 등의 관점이 어떻게 비종교인의 삶에 적용될 수 있는지, 미술, 건축, 제도 등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래서 종합적으로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종교의 어떤 지점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새롭고 재미있는 시각이었다.
우리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끼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아우구스티누스나 단테보다도 이미 더 많은 책을 읽었음을 그만 간과하고 있다. 즉 우리는 책을 얼마나 많이 소비하느냐가 아니라, 오히려 책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곧잘 속독을 배웠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하곤 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에 종종 그랬는데, 긴 지문을 순식간에 읽어버리고 얼른 문제를 풀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빨리 그리고 많이 읽는 것'과 '이해하며 읽는 것'이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은 건 조금 나중의 일.
매 해 1월이 되면 새해 다짐을 몇 가지 정해두곤 한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갔던 것이 'XX권 이상 독서하기' 였는데, 무조건 양으로 승부하려 하다가 지쳤던 기억이 난다. 올 해는 평소 소설이나 시 분야만 편독하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는 것에 조금 더 치중하고 있는 중이다. 절대적인 양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서.
토니는 평소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지극히 당연한 사실, 즉 우리 모두가 숨을 쉰다는 사실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아나파나사티 - 호흡의 인식 - 명상에 숙달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가만히 앉아서 존재하는 것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우리는 새삼 깨닫게 된다. (…) 심지어 호흡을 세 번 하는 사이에도 걱정에서 벗어나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극히 당연하게 행하는 일들을 의식하는 순간 괜히 어색해지는 때가 있다. 어떻게 숨 쉬고 있는가? 혀는 어느 위치에 두고 있고? 눈은 얼마에 한번씩 깜빡이는가? 라고 물어보면, 그 즉시 수동 숨쉬기, 수동 혀 움직이기, 수동 눈 깜빡이기를 하게 되는 법이다.ㅎㅎㅎ
평소에는 늘 당연히 여겼던 사소한 것들이, 집중하고 의식하는 순간 당연히지 않게 된다. 삶에서 어떤 때에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봐야하는 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것도 생각보다 더 자주, 종종.
우리의 필수품 가운데서도 가장 하찮은 것들(샴푸와 모이스처 로션, 파스타 소스와 선글라스 등)을 위해서는 최상급 브랜드가 대기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본질적인 필요를 위해서는 외로운 개인의 비조직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관심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현대 세계의 이상하고 유감스러운 특징이다.
작가는 종교가 개개인의 영혼을 섬세하게 신경쓰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임을 지적한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대인의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들 말하는데,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누구 하나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없다. 나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자거나 먹거나 영화를 보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아니라 '유예'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 이게 결국 몸에 독이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화장품, 음식, 옷, 가구, 하물며 필기구 하나에도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는데, 내 영혼, 정신, 육체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 이것들을 위해 어떤 브랜드가 준비되어 있는지 - 돌아보게 된다.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책 + 그럼에도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어서 좋았다.
우리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끼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아우구스티누스나 단테보다도 이미 더 많은 책을 읽었음을 그만 간과하고 있다. 즉 우리는 책을 얼마나 많이 소비하느냐가 아니라, 오히려 책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
토니는 평소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지극히 당연한 사실, 즉 우리 모두가 숨을 쉰다는 사실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아나파나사티 - 호흡의 인식 - 명상에 숙달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가만히 앉아서 존재하는 것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우리는 새삼 깨닫게 된다. (…) 심지어 호흡을 세 번 하는 사이에도 걱정에서 벗어나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의 필수품 가운데서도 가장 하찮은 것들(샴푸와 모이스처 로션, 파스타 소스와 선글라스 등)을 위해서는 최상급 브랜드가 대기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본질적인 필요를 위해서는 외로운 개인의 비조직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관심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현대 세계의 이상하고 유감스러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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