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 spirit - 유니크하고 매혹적인 세계의 증류주
조엘 해리슨 & 닐 리들리 지음, 정미나 옮김, 성중용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소주를 20년 넘게 마시고 있고, 서른 넘어서는 이 술, 저 술 많이도 마셔보고 있지만 증류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아는것이 없더군요. 최근 많이 마시는 위스키에 대해서나 조금 알까 다른 증류주는 몇번 맛만 보았을 뿐 그 맛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마시고 다니면서도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알았습니다. 혀의 감각을 더 높이려면, 술에 대한 이야기도 머리에 좀 넣어야 겠습니다.

 

이 책은 들어가는 글부터 반갑게 웰컴하더니만, 책의 편집 의도를 설명하는 가이드와 간추린 술의 역사, 증류 종류, 스피릿의 색, 시음요령, 그리고 스피릿을 구했다면 일단 섞어 보라는 듯이 칵테일 만들기 필수 준비물을 알려준 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술의 종류를 알려주고 이런 술은 이렇게 섞어 먹어라는 듯.

꼭지에서는 풍미도와 토닉워터계의 우등생 사총사를 흥미롭게 읽었고,  보드카 꼭지에서는 크리스탈 헤드 보드카의 댄 애크로이드 인터뷰가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사정으로 해골 보드카가 나왔다니, 놀라우면서도 당연하게 느껴지더군요.

한때 데킬라를 끈적하게 사주는 문화가 있었지요. '오빠가 해줄께'라며 손등에 레몬을 묻히고 그 위에 소금을 뿌려 준 후, 입에 탁 털어 넣고 레몬소금을 핥아 먹는 것을 멋으로 알던 시절, 저자들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 점잖은 바텐더를 만나기 전까지 데킬라가 '금기의 술'이었다는 말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술 사주고 본전도 안나온다며 화 내고 갔던 그 쌍놈의 오빠는 정신 잘 차리고 살고 있을까요? 아가베와 전통적 생산방식도 재밌었는데, 무엇보다 벌레가 들어가 있는  메즈칼, 구사노 로호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오... 그리고 압생트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압생트란, 마셨다하면 눈이 멀고, 정신창란이 일어나고 귀라도 잘라야 할 듯한 녹색 술로 인색되고 있어 호기심에 언젠가는 마셔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아직 기회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금지된 술인 줄 알았습니다. 황제 커피처럼 불 붙여 마시는 것은 죄짓는 서빙법 이라고 합니다. 불 한번 붙여 보겠다 기대하고 있었는데 질나쁜 압생트의 끔찍한 맛을 가리는 방식이었다니, 세상 많이 배워야겠다 싶습니다.

은 만화에서 해적들이 마셔대는 술로 나와서 그저 해적의 술 처럼 인식되었는데, 영국 해군과도 유대관계가 있다니 재밌습니다. '토트(tot)'이야기가 머리 속에 남아 있을까 모르겠지만, 기억했다가 달달한 럼을 마시면서 럼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나랑 크라켄 한번 만나볼래?'ㅋㅋㅋㅋㅋ. 

위스키는 스펠링 이야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나만 모르고 있었나 싶더군요. 위스키하면 싱글몰트를 주로 생각해서 그런지 버번을 위스키에 분류시킨 것에 괜히 깜짝 놀랐습니다. 읽고나니 컴파스박스 스파이스 트리 한병 사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책에도 나오다니! 

꼬냑, 아르마냑, 칼바도스 같은 브랜디에 대한 이야기 끝에 남미의 피스코 이야기가 나왔을 때, 피스코 사워를 생각했습니다. 한번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남미 칵테일을 어디가서 마셔야할까요? 그리고 그 이외의  소주를 비롯한 그외의 스피릿에 대한 이야기와  칵테일 비터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집니다.

아주 흥겹게 읽었습니다. 술 이야기를 골돌하게 하지 않고 유머를 섞어가며 부드럽게 풀어낸 책이라 보다 상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정보가 부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칵테일에 관심이 없었으나, 이 책을 읽다보니 칵테일의 이름이 방식인가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 볼 겸 칵테일 책도 하나 구입하고 이번 여름 화이트 와인에 맛이 들려 와인 책도 하나 구입해 두었습니다. 혀만 아니고 머리도 흥미진진해질 예정입니다. 

 

책 상태는,

올컬러에 양장이고 사진 자료가 많습니다. 편집구성에 신경을 써 세 가지 정도의 폰트를 성격에 맞게 쓰고 있어 전체적을  잘 읽히고 편집이 예쁘기도 합니다. 각 술에 대해 키 포인트(이름, 기원, 색, 주요 제조국, 최대 판매 브랜드, 주원료)를 큼지막하게 편집하여, 술의 성격을 알려주고 반대편 페이지에는 관련 이미지를 크게 넣어 상세한 읽기 전에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뒤로 술에 대한 사연과 인터뷰, 해당 스피릿을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칵테일, 추천 10선으로 구성되어 있어 짜임새가 있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천 10선에 나온 술들의 이미지가 첨부되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관심이 가는 술에 대한 이미지를 하나하나 찾아서 기억하는 것도 좋겠지만, 편집 시 이미지를 넣어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배경이 진하게 인쇄된 부분에서는 검정색 글씨의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잘 보이다가 안보이는 느낌이 들어 나이가 들어서 눈이 침침해졌나 싶어서 심장이 덜컹 했습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쓰게되었습니다만,

그렇다고 마음에 안드는 책을 좋다고 쓰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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