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요에 속의 조선과 중국 - 다색판화에 투영된 근대 일본의 시선
강덕상 엮음, 김광열.박순애 옮김 / 일조각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강덕상 저/김광열, 박순애 공역| 일조각| 208쪽| 1008g| 188*254mm| 2010년 06월 04일| 정가:25,000원


몇년 전에 근대사에 대한 전시가 있어서 관람을 하던 중, 근대 관련 자료로 몇가지 미술작품이 소개되어 있어 관람한 적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선정적인 화면의 우키요에였다. 조선과 중국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일본인을 용감하고 멋진 인물로 그려 놓고 한국인과 중국인을 아주 작고 비겁한 이미지로 그려놓은 그림들.  미인도나 풍경화 우키요에의 색감에 흥미를 갖고 있다가 발견하게 된 그 그림들은 피곤하고 불쾌했었다. 언젠가 다시 찾아보리라 생각하다가 잊었다. [샤라쿠 살인사건]을 읽고 다시 우키요에를 찾아보는 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면서 면서 기억이 떠올랐다.  불쾌한 기억과 함께 호기심이 일었고, 가고시마에 다녀왔던 기억과 우리나라와 일본의 근대사 그리고, 그 후로 읽었던 [1910년, 그들이 왔다]를 읽었던 기억을 되새김질하고 다시한번 정리할 기회라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책은 식민지 시대에 소학교를 다녔다는 강덕상 선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일본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국사'가 싫었던 저자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한일관계사 연구자가 되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연구에 집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편안한 문장으로 책을 열었다. 이 부드럽고 공감되는 서문을 읽고 이미 반쯤 저자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사건 제목들로 분류된 이야기들은 각 사건에 대한 설명과 함께 관련 우키요에 자료가 붙었다. 이렇게 도판이 훌륭하고 풍부한 책은 오랜만이라 내용의 불쾌함-순전히 역사의 문제로써의 불쾌함-은 뒤로 미루고 아주 즐겁게 읽었다.

이야기는 통신사로 부터 시작한다. 역사라는 것이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일이고 현재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그 당시의 힘있는 자가 쉽게 왜곡시키기도 하는 것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과 딱 맞물려진 이야기가 통신사 이야기다. 아무리 서로 예의를 다 하며 지냈어도, 필요에 의하면 적으로 돌려야하는 것이고 적으로 돌리기 위해서 있었던 사실을 묻어버리고 상대국과 적대적인 상황으로 선동하기도 한다. 일본이 정한론을 앞세우면서 신화 속의 인물과 사건을 현실로 옮겨오며 사용했던 선전 수단이 우키요에 중 니시키에라는 다색 목판화였다. 실존하지 않았던 진구왕후는 마치 실존 인물인냥 많은 작품으로 남아 많은 곳을 정복하고 다녔다.

 

그 후로 일본의 승전보를 알리는 우키요에들이 인쇄되는데, 그 구성이나 색감이 어찌나 선정적인지 보고 있으면 내 피가 끓어 오르는 듯 했다. 적이 아니라 아군의 모습이라면 충분히 아름답고 멋져 보일 수 있는 우키요에들.  나라가 다르면 인간에 대한 예의 조차도 없이 만들어진 몹쓸 우키요에들이 일본 사람들을 얼마나 흥분시켰을지는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을 듯 싶다.  고증 따위는 하지 않는지 한국인과 중국인의 모습은 그저 아둔한 모습으로 특별히 구별되지 않고, 일본인들은 건장하고 서양인인듯 수염과 구레나룻을 멋지게 기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현재로 가까워질수록 우키요에는 훨씬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극적인 상황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줄 만큼 잘 묘사하고 있다. 이런 우키요에가 일본의 에니메이션 역사의 시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41개의 도판이 수록되어 있다. 도판이 더 중요한 책이기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술은 간략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친절하게 서술되어 있다. 따로 꼭지를 만들어 우키요에에 대한 설명을 잊지 않았다. 미주와 책에 언급된 사람들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게 책 뒷편에 달아두었다. 우키요에든 일본근대사든 관심 있는 사람이어야 찾아볼 책이라는 점이 안타깝지만, 일본 근대사 자료로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하기에 많이 팔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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