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파스칼 크로시 글 그림, 이승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파스칼 크로시 글,그림/이승재 역 | 문학세계사 | 95쪽 | 448g | 2003년 05월 06일 | 정가 : 8,000원



세상이 열리면서 기독교인들이 말하길,
"너희 유태인들은 우리와 함께 어울려 살 수 없다."

중세 초기의 고위 성직자들이 말하길,
"너희들은 더 이상 우리와 같이 살 수 없다."

그리고, 나치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살 가치도 없어!"

 

첫페이지에서부터 사람 잡는 이 문장들은 할말이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연필로 그린 듯 보이는 그림들은 언듯 보기에는 꽤나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림 안의 인물들의 쾡한 눈과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소름이 돋는다. 배경이 축약되어 있어 인물들이 강조되고 동작 하나하나가 강렬하다.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을 만큼 모두 마른 모습에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정적인 수용소 장면이 바로 떠오른다. 분명 컬러 화면이면서도 흑백으로 보이고, 사진이 아니라 영상임에도 정지된 듯한 느낌. 힘들다. 누구나 들어봤지만, 누구에게나 생생하지는 않은 경험을 이 만화는 생생하게 전달한다. 흑백의 그림이라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끔찍하다.

그러나 친절한 묘사와 달리 이야기는 불친절하다. 아우슈비츠에서 날아남아 유고내전으로 처형되기까지 카직과 그의 부인의 이야기는 마지막 인터뷰를 읽지 않으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주인공 부부가 아우슈비츠의 생활이 너무 아팠기 때문에 오랬동안 서로 터놓지 못했던 딸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유태인이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사실만 알 뿐 그 주변국과의 관계들과 그 후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 충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유고내전을 모르는 까닭에 뼈져리게 와 닿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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