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에서 어른이 되었다
컬린 토머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읽고 이 책을 추천 받았다.  여러가지 사고를 일으킨 미국인은 이런 저런 이유로 미국으로 돌려보내진다고 생각했었다.  살인사건을 일으켰던 군인들의 예를 보며, 미국인이 한국 감옥에 갈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였다.  군인이라서 그랬던 것일까?  읽기 전부터 호기심이 동했다. 

책은 생각보다 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감동적이지도 않고 무턱대고 교훈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뭔가 달랐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이 우리나라 속에 있는 내가 가보지 못한 극단적인 곳의 경험을 풀어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속에서 긁어 내어놓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읽다보니 잔잔하게 스미는 듯한 자신과 한국과 경험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긴다.

나태하고 철없이 살았던 저자가 잘 알지도 못했던 한국에 영어 강사 자리를 찾아 오면서 자유를 만끽한다. 영어 강사 생활을 7개월하면서 이 세상의 한 부분인 한국의 생활에 권태를 느낄 즈음, 너무나 쉽게 마약을 우편으로 들여오는 친구를 보고 따라하기에 이른다. 필리핀에서 보낸 마약을 우체국에서 찾으려 할때 저자는 현장에서 잡히고, 자신이 악의가 없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상황은 저자를 가운데 두고 광풍처럼 휘몰아친다. 사건과 관련된 공무원과 만나는 일과 변호사를 대하는 일, 밖에서 도와주는 친구들과 가족의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말이 안통하는 장소에서 적응하는 일과 다른 시선의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일은 정말 힘들었으리라고 본다. 난방이 되지 않는 곳에서 보내야하는 겨울과 대책없이 모기에 노출되어야 했던 여름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마음을 놓은 후에 누리게 되는 여러가지 자유들에서 오는 작은 행복감과 후회와 자기반성은 저자의 뼈저린 성장기였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한국이었다” 

이제는 한국에 올 길이 막혀버린 저자의 책이 한국에서 출판 되었다.  글 속에 겹겹이 스며있는 그 당시의 한국의 상황들을 풀어낸, 저자의 흐림없고 바르면서도 애정어린 시선에 감탄하며 책을 덮었다. 책 내용에 비해서 책 표지가 별로라 많이 않읽힌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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