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청목 스테디북스 59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승휴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가와바다 야스나리 저/유승휴 역 | 청목사 | 222쪽 | 315g | 2001년 04월 30일 | 정가 : 5,000원


책이 두껍지도 않다 나름대로 열심히 읽고 있는데, 도무지 페이지가 나가지 않는다. 주인공이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도대체 뭐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성질 급한 사람은 숨이 넘어갈 듯 하다. 고마코의 답 없는 주절거림이 참으로 거슬린다. 설국을 보고자 하였으나 마누라를 집에 두고 온천마을에 놀러와 동네 기생과 감정놀음 하고 있는 시마무라의 한량짓을 보고 있자니 '쳇'하며 코웃음 쳐졌다. 마음 깊은 곳의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기 전에 괜히 조강지처가 등장하여 이 감정놀음에 초치고 갔으면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정서의 차이려나? 그런 자잘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읽어내기에 내 마음이 옹졸해서 그럴까?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감정을 끄집어네어 이해하기에 나의 인내력은 참으로 얕다.

원래 상을 탄 작품들은 이렇게 재미없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른 번역자의 글을 읽어보아야 알겠지만 읽은 이의 평이 양쪽으로 갈리는 것으로 봐서는 소설 [설국]의 스타일이 그저 나와 맞지 않든지, 아니면 내가 아직 이 책을 읽을 능력이 안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렴풋이 느껴지던 하얗고 시린 설국의 풍경은 이들의 갑갑한 말들에 흩어져 사라졌다.

책에 실려 있는 다른 글은 나름대로 와 닿으며 재미도 있었다. [이즈의 무희]에서 보여지는 우수는 아직 여물지 않은 울적함으로 까닭도 알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이제 어른티가 날랑말랑한 남학생이 홀로 여행하며 무희의 일행과 길을 함께하는 여정은 설레이면서도 아름다우면서도 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서정가]는 사랑하지만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자의 죽음에 관해 각종 종교를 어우르는 주절거림으로 묘하면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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