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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불을 지고
김혜빈 지음 / 사계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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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사계절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등에 불을 지고>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마치 내 등에 뜨거운 열감이 느껴지는 착각이 들었다. 직관적이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제목. 완경볼이 아닌 가제본을 읽어보게 되었는데 (현재는 출간되었다.) 불에 그을린 듯한 가제본의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호연의 아버지 진택은 녹우인쇄소를 운영하다가 화재를 당한다. 살아남은 사람 중 가장 처참한 피해를 입게 된다. 화재소식과 함께 대학동창인 희슬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된 호연. 하루만에 두 사고 소식을 듣게 된 호연을 중심으로 동생인 호수, 희슬의 엄마인 이모경, 녹우인쇄소 화재 용의자 기수라, 희슬의 연인이자 <부름> 소설 작가 2ing1 유기영까지.


‘불’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느낌이란게 있는데 어디선가 난 불, 불이 다가오고 있다는, 한날 한시에 그들이 타들어갔다는 메모로 시작되는 1부의 시작은 그 자체로 매우 강렬하다.

주인공 호연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을 읽다보면 불이 났을 때의 그 뿌연 연기 속을 정신없이 걸어다니는 느낌이다.

왜곡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함’. <등에 불을 지고>는 눈으로 보는 행위 뿐만 아니라 보는 관점과 무엇을 보았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이야기와 물음을 던진다. 왜곡 또한 눈으로 보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눈, 내 마음의 눈에 어떤 필터가 씌워져 있어서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왜곡 아닐까. 사실은 어디에 존재할까, 사실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사실은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

책을 읽다보니 나 또한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소설 속 상상과 현실을 구분짓기가 어려웠다. 명확한 경계선을 긋지 않다. 호수가 느끼던 상상의 냄새가 나에게도 진하게 나는 것 같았다.



“책의 야성이 불길을 데려왔어.”
녹우인쇄소 화재와 희실의 죽음은 닿을 듯 말듯 평행선을 달린다.
희슬이 원하던 세계와 유기영의 소설 그리고 녹우인쇄소의 화재까지
그래서 화재의 범인은 누구인지,
희슬은 왜 죽었는지,
가제본을 읽으면서는 그 해답을 전혀 찾을 수 없다.
나에겐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 발밑에 불이 타고 있는 것 같다.

<등에 불을 지고>는 단순한 추리소설이라고 장르를 한정 지을 수 없다.
비무장지대 안에 위치한 녹우리라는 마을 배경도,
마을 떠나지 않고 증식하려고 하는 호수도,
불씨를 따라 이 상황을 파헤치려는 호연도.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이야기.

그 어느것에도 현혹되지 않도록 정신을 붙잡고 봐야하는 몰입도 높은 소설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나도 얼른 완결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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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체공 [滯空] 항공기나 기구 따위가 공중에 머물러 있음'

 

책을 읽기 전 체공? 체공이 어떤 뜻이지?’하고 인터넷에 검색해보았을 때. 그리고 체공의 뜻을 보았을 때 마음이 먹먹했다. 그때에도 지금도 하늘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강주룡의 삶을 그린 소설이지만 처음 만난 강주룡의 모습은 단식을 하는 모습이었다.

오래 주렸다.’ 왜 이 모습이 첫 만남이었을까. 작가의 의도에 의문을 가진 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래도 이해되지 않은 채로 넘긴 책장은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넘어갔다. 책장을 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가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던 단순히 한 여자의 삶을 접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꽉 들어차있는 느낌.

 

스물이라는 늦은 나이에 다섯 살 어린 전빈과 결혼을 하게 되고 독립운동을 하게 되는 과정 가족과 집을 떠나 고무 직공 노동자가 되고 파업을 참여하는. 그리고 을밀대 지붕위에 올라가 외치는 강주룡의 일련의 모습들은 단순히 한 여성을 영웅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었다. 수동적이었던 그녀는 이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인생의 진정한 주체로 성장한다. 여성으로서 억압받던 현실을 탈피하기 위함이 아닌 말도 안되는 이 현실에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강주룡.

 

여직공은 하찮구 모단 껄은 귀한 것이 아이라는 것.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 고무공이 모단 껄 꿈을 꾸든 말든, 관리자가 그따우로 날 대해서는 아니 되얐다는 것.”

내 동지, 내 동무, 나 자신을 위하여 죽고자 싸울 것입네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자본가여 먹지도 말라

내가 마치 강주룡이 된 것처럼 느끼게 되는 세심한 감정 묘사, 과하지 않고 담담하게 강주룡의 설명한 이 소설을 보며 나는 다시한번 나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생각해본다. 불합리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바꿔내고자 했던 강주룡의 모습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도 바꾸기 위한 목소리를 가감없이 내야하지 않을까. 이것이 강주룡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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