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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와 흰둥이 1 야옹이와 흰둥이 1
윤필 글 그림 / 길찾기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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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하고도 뭉클한 이야기. 야옹이와 흰둥이가 분신처럼 느껴져서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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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고 우는 까닭 - 옛 노래에 어린 사랑 풍경
류수열 지음 / 우리교육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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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타보고 싶다는 상상, 한 번쯤은 해본 적 있지?

내가 어렸을 때 <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가 유행했었어. 20여 년 전에 개봉한 작품인데, 지금은 많이 늙어버렸지만 당시는 너무 풋풋했던 마이클 J 폭스라는 배우가 '마티' 역을 맡아 인기몰이에 성공 했더랬지. 극중 마티는 우연한 사고로 타임머신을 타게 되고 30년 전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만난 마티의 부모님은 마냥 철없는 철부지야. 특히나 마티의 어머니가 과거로 돌아간 마티에게 반하는 바람에, 마티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할 뻔 했지 뭐야.

시간을 뛰어넘고 싶다는 욕망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종종 내 나이를 떠올리면서 깜짝 놀라곤 해. 아무리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고 있다지만, 나는 여전히 철부지인데 내 부모님은 지금 나이에 ‘부모’라는 이름으로 삶과 자식을 책임지며 살았더란 말이지. 당시 내 부모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가끔은 역사책에 나오는 시대로 돌아가 보고 싶기도 해. ‘광주 대학살’이 일어났던 80년 광주에 내가 있었더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한편 조선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궁중 무수리나 상궁마마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이런 상상들은 현재 내가 있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고 싶다는 욕망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우리에게는 ‘타임머신’이 없잖아. 내가 선택한 방법 중 하나는 잠수함을 떠올리는 거야. 비틀즈의 노래로 유명한 ‘노란 잠수함’ 같은 것. 나는 거대한 수압을 견디는 잠수함을 타고 거대한 심연을 가로질러. 마치 한 마리 물고기마냥. 동그란 창문을 통해 처음 보는 물고기와 눈을 마주치고, 흔들리는 해초 사이를 유영하는 상상을 하면 잠시나마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시간 여행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에게 잠수함이 있다면 그 잠수함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아주 먼 곳으로 떠나볼 수 있겠지.

류수열 선생님이 쓴 『꽃보고 우는 까닭』에서는 ‘시’가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잠수함이야. 고려가요의 대표작 ‘서경별곡’에는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음탕한 줄도 모르고 떠나는 배에 내 임을 태웠느냐 사공아’라는 구절이 있잖아. 지금 우리는 고려시대 대동강 이편에 숨어있어. 저편에서는 자신을 두고 떠나는 임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는 한 남자가 보이네. 그런데 그 남자는 임을 향해 화를 내지 않고 애꿎은 사공을 보고 화풀이를 하고 있어. 그 남자에게 왜 사공에게 그러냐고 물어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끓는 마음이 그렇게 표현된 것이라고 이해하지 않을까? 지켜보는 나도 괜시리 가슴이 미어져 하늘의 구름을 바라볼 지도 모를 일이야.

이번에는 민요의 한 구절을 살펴볼게. ‘나중에는 오마더니 오만 말도 허사로다 딸각딸각 끄는 소리 우리 님의 짚신 소리 쌀랑쌀랑 부는 바람 우리 임의 한산 바람.’ 이 구절을 통해 우리는 연인을 기다리는 여인 옆에 앉아볼 수 있어. 남자/여자 친구가 오기를, 부모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려본 경험 있지? 괜히 딴청을 부려보지만 먼 데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하나에도 귀를 세우게 되잖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애가 타고, 화가 나고, 결국에는 앙금을 남은 체념을 하게 되지. 결국 우리는 민요의 화자가 이런 노래를 부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마치 그이 옆에 앉아있는 양 느낄 수 있는 거야.

시간여행을 할 때는 지켜야 할 사항이 두 개가 있어. 하나는 최대한 마음의 창을 활짝 열 것.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을 의심해대서야 어디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 또 한 가지는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것을 현재로 돌아와서도 잊지 않을 것. 그래야 여행한 보람이 있지. 이번 겨울 방학에는 ‘시’를 타고 시간여행을 해보지 않을래? 앞에 말한 두 가지만 지킨다면, 그 어떤 해외여행 부럽지 않은 장대한 세계를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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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
이혁규 지음 / 우리교육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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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교육과 관련해서 두 가지 씁쓸함이 있다. 하나는 초, 중, 고 12년 동안, 스승의 날에 찾아뵙거나 여타 즐겁고 슬픈 일을 여쭐 은사님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과 (생각보다 나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비극이다) 동창들의 안부를 묻다보면 상당수가 교사가 되었거나, 임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학교를 다닐 때 내가 제일 싫었던 선생님은 '내가 선생이 될 줄 몰랐는데 진짜 인생은 모를 일이야'라고 자조 어린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이었다. 그런 말을 너무 쉽게 내뱉는 사람은 그 사람의 성향이나 능력을 차치하고 신뢰를 할 수 없었다. 교사가 평생 꿈이었거나, 천직이 아닐지언정 학생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자기 일에 대해 책임감과 애정이 없다는 말 아니던가. 과거를 바꿀 수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선 자리를 빛나게 할 수는 있지 않을까.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에서는 각기 다른 이유와 방식으로 '욕심'을 내고 있는 교사들의 수업을 엿볼 수 있다. 동네 한 바퀴 돌기, 대운하 찬반 토론, 천정산 도룡뇽 재판,,, 정규 교과 과정에서 어지간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녹록한 일은 아니다. 헌데, 그걸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게 어떤 장, 단점이 있는지 개선점은 무엇인지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교사의 수업이라는 것은 제도에 의해서 규제, 발전할 수 있다기보다 교사 개개인이 애정과 사명감을 가질 때 달라질 수 있다. 게으르게 하려면 할 수 있고, 알차고 신나게 하려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 재량권을 가졌다는 것은 행운이며 동시에 책임이다. 교사라는 직업이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는, 타직종에 비해 지위와 경제적 여건이 안정적이라서(특히 여자들에게는 최고라고 일컫어지는) 가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지식 전달에 관한 창조성을 현장에서 직격탄으로 날리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예민하다. 선생이 애정이 있는지 없는지, 자기들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쉽게 알아차린다. 또한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에 대한 판단도 빠른 편이다. 물론 활동적 수업을 힘들어하거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입시 위주의 수업을 바라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 그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런 것만 바라다보면 나처럼 '은사' 한 분 안계시는 처량한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열정을 쏟는 선생님을 만난 걸 행운으로 알라고. 나는 너희들이 몹시나 부럽다고.

수업은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는 장이면서, 아이들의 성장을 유도하는 장이다. 교사 개인에게 수업을 날로 먹지 말고 열심히 해보라고 강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고, 좋은 것은 배우고 나쁜 것은 고쳐나가는 작업을 통해 아이들은 물론 교사도 성장할 수 있다. 수업비평은 그래서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수업 비평에서는 수업을 하나의 공연(퍼포먼스)라고 보고, 교사는 공연을 하는 사람, 아이들은 관객(경우에 따라 아이들도 공연자가 된다)으로 상정한다는 것이다.

연기를 싫어하는 배우에게 무대는 공포일 뿐이다. 하지만 연기를 즐기고 명배우가 꿈인 배우에게 무대는 설렘이다. 자기 공연에 욕심내고, 다른 사람들의 공연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공연을 비평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교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어린시절 나를 가르쳤고 아직 현직에 계신 선생님들과 교사로 성장하고 있는 내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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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10-29 13:06   좋아요 0 | URL
30년 전이랑 똑같이 아직도 학교에선 수업 연구를 하는데요... 쇼죠. 보여주기 위한 쌩쑈.
나의 수업을 남과 나누는 문화, 교장, 교감 조차도 수업을 보지 않는데...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이런 시도들이 일반화되려면... 학교가 많이많이 바뀌어야 할 겁니다.

gzem 2008-11-10 09:40   좋아요 0 | URL
보여주기 위한 '쇼'라는 것은 저 또한 학창시절을 지나며 많이 겪었지요. 그날만 유독 다른 선생님의 모습, 질문자의 순서까지 정하는 치밀함(?), 떠들거나 장난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반협박, 제발 협조해달라는 애원이 얼버무려진 모습들이 아직 생생합니다.
하지만 '쇼'라는 건 기회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애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는 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 속이는 것이 될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건강한 몸과 아름다운 라인을 갖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학교가 변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사실입니다. 물론 바뀌어야 하고요. 하지만 목표를 너무 크게 잡으면 나태함이나 체념을 합리화하기 쉬워지지 않을까요. 자신이 선 자리에서 자신의 공연을 묵묵히 준비하고 실행하는 선생님들이 적지 않다는 것에서 희망을 느낍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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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 이름만큼이나 눈알이 팽팽돌고 혀가 돌돌 말리는 사람이다. 도대체 그사람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을까 - 혹시 개미라도 들어있지 않을까 - 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 그 사람이 열 네살 때부터 만들어온 것이 바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다.

<개미>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졌을 법한 이 책을 지난해 생일 어느 작자로 부터 선물을 받았으나, 이 책은 나의 책상 속에 고이 간직돼 있다가 최근에야 나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결국 나는 책을 선물 받은지 만 1년에 완독을 한 셈이 되어버렸다.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고 부질없게 생각하면 부질없고 괜찮다고 생각하면 만물상자 보물상자처럼 느껴지는 이 책은 제목처럼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백과사전 이다. ㄱ,ㄴ 순으로 정리돼있으니 사전의 구색을 갖추었고,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도 아니니 나름대로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베르나르 자신의 기준에 따라 항목이 선정되었으니 상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사전이 틀림없고, 사전을 처음부터 찬찬히 읽는 것은 때론 바보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찬찬히 읽었다. 주루룩 넘기다가 마음에 드는 항목만 읽는다고 누가 뭐랠 것도 아닌데 왠지 그렇게 허술(또는 자유분방)하게 읽고 싶지 않았던 까닭이다.

- 냄새 언어 : ... 그 과정이 미묘하다. 두 사람은 자기들이 후각적인 대화 를 나누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그러고는 그저 <사랑은 맹목적이다> 라고 말할 것이다 ... 개들이 그렇듯이, 어떤 사람이 상대에게서 <공포>의 메시지가 담긴 냄새를 맡게 되면 그는 자연히 상대방을 공격하고 싶어질 것이다...

- 왜와 어떻게 : 장애물이 앞에 나타났을 때, 사람이 보이는 최초의 반응은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거지?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잘못을 범한 사람을 찾고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그에게 부과해야 할 벌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똑같은 상황에서 개미는 먼저 <어떻게, 누구의 도움을 받아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 함께 있기 :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행위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앉아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서로를 바라보아도 되고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같이 있으면 기분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야 있다는 것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더 이상 마음을 쓰거나 떠벌릴 필요도 없다. 그저 말 없이 함께 있음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위에 열거한 항목들은 다소 감성적인 것에 편중돼있지만 실제 이 신기한 백과사전에는 과학과 철학, 이성과 감성, 그리고 베르나르의 가치판단이 고루 갖춰져있다. 그런 다양함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백과사전이 좋은 이유가 뭐겠어.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읽거나 동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잖아! 그냥 마음에 드는 부분만 살짝 빼내 읽는다해서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명심한다면 책장을 넘기는 속도에 융통성이 생겨난다.

책을 덮으며, 쓸데없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나도 백과사전이나 하나 만들어볼까? 단지 사전, 뭐 이렇게. 혹시 모르니까 기대하시라. 한 20년 쯤 뒤에 서점 한 귀퉁이에서 '사전'이란 이름을 단 허름한 책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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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렵지 않아요 - 아름다운 소년, 이크발 이야기
프란체스코 다다모 지음, 노희성 그림,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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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지쳐, 싸움에 지쳐 투덜거리는 나에게 선배 언니가 불쑥 건낸 책. 한번 읽어보라고, 마음먹고 읽으면 한시간만에 읽을 수 있을 거라고,책을 읽으면서 자기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 한방울을 찍, 흘렸다고. 머리맡에 책을 둔지 한 일주일 쯤, 모처럼 몸과 마음의 여유가 생긴 어제 새벽 4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만 들어서는 무슨 '자신감 획득 프로그램용' 책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노란 표지에 왠 소년의 얼굴이 그려져있는 이 책에는 '아름다운 소년, 이크발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 책은 실제 존재했던 이크발 마사흐라는 소년 노동운동가의 이야기를 파티마라는 소녀의 시점으로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심각한 아동학대가 이뤄지고 있는 파키스탄, 발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 손끝에 피가 나도록 카펫을 짜는 아이들,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불합리하게 '억압'받는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그애들에게 미래는 없다. '빚을 다 갚는 날'이 그들의 미래이지 이상향인 것이다.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도 분노가 치미는 일이지만 자신들이 그릇된 힘에 의해 당연히 누려야할 기본적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것조차 모르는 아이들을 모면서, 몸이 떨렸다. 화가 났다. 정말 꼭지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옆에서 함께 일하던 아이가 거리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자기와 함께 일하는 아이들을 감시하고 주인에게 충성하는 모습은 정말, 경악 그 자체였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과연, 살고 있는 것이기나 할까. 이런 아이들 앞에 이크발이 나타났다. 그리고 말한다. 빚이 없어지는 날은 오지 않는다고. 그래, 돼지같이 살찐 착취자가 있는 한 언약한 팔, 다리를 가진 그네들의 빚은 탕감되지 않을 것이다. 죽도록 일해도, 기계처럼 일해도 그들의 빚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할 수 밖에 없는 그, 어리고, 연약한, 아이들.

이크발을 똑똑한 아이였다. 그것은 그애가 남들보다 더 빠르고 훌륭하게 카펫을 짤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애는 자신들이 받고 있는 대우가 불합리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거기서 벗어나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실제, 그렇게 했다.

열세살의 나이. 세상이 무섭지 않았을까. 또래의 아이들이 모르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크발은 많이 무서웠을 게다. 그리고 뭔가를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더 많이 무서웠을 게다. 하지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서서히 무서움을 떨쳐버렸을 게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학대받는 아동 노동자들을 위해 싸웠을 게다. 썩어빠진 카펫 마피아들의 총에 쓰러지기 전까지.

책을 다 읽었을 때는 5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이크발을 만난 시간은 고작 한시간이었는데 꼭 어딘가 멀리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조금씩 동이 터오고, 불을 큰 자취방에는 까만 어둠이 내리지 않아서인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자꾸만 가슴이 뛰어서, 몸을 뒤척였다. 남들이 모르는 불합리합을 인식하는 것, 그것을 그냥 넘길 수 없는 것, 그래서 뭔가를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 참....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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