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 동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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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즘을 잘 모른다. 페미니즘에 관련된 페이스북의 글들과 인터뷰 기사 등을 통해서만 접했다. 나는 성향이 섬세한 편이라서 예민하다는 소릴 들으며 자랐다. 남자치고 예민하다고. 그래서 나는 남자지만 남자들의 거칠고 무례를 아무렇지 않게 침범하는 환경이 달갑지 않았다. 

내가 현재 있는 환경은 섬세한 곳이다. 여성이 다수이고, 섬세하고 사근사근 말하는 남성들이 있는 곳. 그런데도 페미니즘에 관련된 생각들을 읽을 때면 너무 예민한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남자니까 어쩔 수 없는 걸까, 싶다가도, 섬세하고 개방적인 내가 이 정도인데, 무뚝뚝하고 둔한 남자들은 얼마나 이해가 안 갈지 상상이 되어 슬퍼졌다. 학교 밖의 공부를 스스로 하려는 사람은 너무나 적으니까.

내가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관련 생각을 적기라도 하면, 나는 남자들로부터 페미니스트가 된다. 나는 페미니즘 에세이를 한 권 읽었을 뿐이다. 페미니스트를 이해해보려 하지만, 소셜미디어상의 글로만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관련 책을, 접하기 쉬운 에세이부터 집어 든 것이다. 

페미니스트라 세상이 규정하는 그들끼리도 서로 싸우는데 진정한 페미니즘이 있을 수 있을까. 왜 자꾸 틀에 맞춰서 규정하려 하는 걸까. 늘 정답을 원하고 규정하려 하는 건 더는 촌스럽다. 그저 듣자고. 설득하려 하지 말고 서로 얘기를 하자고. 그러다 보면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갈 테니까. 이야기를 들으려는 나의 첫 시도는 이 책인 거고. 


누군가의 부재는 '마땅히' 애도해야 하는 것이 되고, 누군가의 부재는 그렇지 못하다. 매 맞는 아랫집 여자가 당한 폭력은 '그런 남자를 만났거나, 여자도 똑같거나, 여자가 맞을 만했거나'로 해석되며 희석되고, 낙태를 한 여자의 아픔은 '그러게 피임을 잘 했어야 했다, 여자가 자초한 일, 여자가 아니라 죽은 아이가 불쌍하지'라며 폄하된다. 파리 테러의 희생자를 애도했던 많은 사람들은 아프리카·시리아·팔레스타인 등 제 3세계 곳곳의 희생자들에게도 같은 슬픔을 느꼈을까.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함께 아파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의 죽음이나 폭력에는 어떨까. 여전히 '자발적 매매춘'이었는지 '강제적 인신매매'였는지는 위안부 문제의 중심 화두가 된다. 설사 '매매춘'이라면 그 폭력은 다르게 해석되는 걸까. -78P


페미니즘은 단 하나 혹은 메갈리아와 메갈리아 아닌 것으로 나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정체성도 페미니스트 혹은 메갈리안으로만 정의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쉽게 "너는 진정한 페미니즘을 하고 있구나"라고 말할 수 없다. 각자의 삶을 자유롭게 하는 개개인의 페미니즘이 있으며, 페미니스트'들'은 사안에 따라 협력하거나 투쟁하며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정하며 살아가는 것뿐이다. 페미니스트가 세상의 구원자이거나 천사이거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존재는 아니니까.

진정한 페미니즘은 없다. 나는 누군가 허락하는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될 생각이 없다. 이것은 나도 모르게 가하는 폭력을 성찰하지 않겠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의 거부이다. 나는 내 존재 자체로 자유로워지고 싶고,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자유롭길 바랄 뿐이다.

추신. 혹시 진정한 페미니즘이 있다고 믿는다면 스스로가 진정한 페미니스트의 모델이 되어주길 바란다. -111~1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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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론
김범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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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입하게 된 동기는 이 책의 저자를 유튜브에서 접했다. 나는 평소 심리학과 철학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서, 유튜브에서도 그런 강의들을 종종 찾아본다. 이 저자의 이론이 어디에서부터 온 건지, 어느 학회의 이론인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 저자가 책까지 썼다는 걸 알게 되었고, ebook까지 구입하게 되었다.


요즘 시대에 성별을 나눠 심리를 말하는 건 구시대적인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공감이 되는 건 왜일까?


이 책에 대한 내용이 학술적(?)인 용어가 다소 있어서, 심리학과 같은 것에 관심이 없다면 난해한 책일 수 있다. 유튜브에서 저자 이름을 검색해서 동영상을 몇 편 보고, 호기심이 생긴 후에야 구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겐 책이 어려웠다. 하지만 동영상에서 풀리지 않는 점이 있어서 그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면, 책 전체를 읽지 않더라도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한 후, 대화를 하자고 하면 스트레스의 부정감정이 발생하지 않지만, 여자는 그냥 대화를 하자고 한 후 대화하면 부정감정이 발생하지 않는다. 남자에게 그냥 대화를 하자고 하면 스트레스의 부정감정이 만들어지고, 여자에게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하자고 하면 대화를 한 후에는 부정감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남자는 대화를 문제로 인식하면서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여자는 해결로 인식하면서 긍정감정이 발생한다. - 2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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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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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도도한 인상을 허물어준 책이에요. 학습 목적보다는 독서에 관한 입장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거나, 소설이라면 모를까 비소설도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거나, 그런 편견을 깨트려요. 저자가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고 자신의 독서 방법을 예를 들어요. 그래서 읽는데 강요하지 않는 듯해서 불편하지 않고요.


독서는 재미없으면 덮어도 되고, 한 번에 여러 권을 읽어도 되고, 책에 밑줄 박박 치며 낙서해도 되고, 책에게 신봉하지 말라는 말을 주로 합니다. 다만 나의 세계를 넓히기 위한 독서도 필요하다고 하는 내용도 있어요. 소설가 김영하씨가 소설을 읽기 어려운 이유는 뇌도 근육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그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저는 책을 신봉하지는 않아요. 과거엔 숭배했었죠. 하지만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독서에 대해 가벼워졌어요. 그래서 오히려 독서가 쉬워졌고, 지금은 그저 재밌어서 읽어요. 다만 그 재미가 쾌락적이라기보다는 분야가 다르다고 생각한 세계가 연결되는 재미 때문에 책을 읽거든요. 전자책이 아닌 이상 생각과 감정도 책에 악필로 적어놓고. 나중에 누군가 볼까 걱정되기도 하는,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아 검열하지 않은 일기장처럼 돼버려요.


"그런데 저는 책 읽는 중간중간에 잠시 멈추는 것, 그것도 독서 행위이고, 더 나아가서 그것이 좋은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것을 넓혀나가기 위해서 또는 스스로 소화하기 위해서 책을 덮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억지로 참아가면서 몇 시간 안에 이 책을 독파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는 것은 참 미욱한 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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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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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이 소설에는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여자 없는 남자들'은 그 중 한 단편의 제목이면서, 7편의 단편들은 모두 여자가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결국 '여자 없는 남자들'은 단편들을 엮은 또 다른 제목이다.

 

  첫 단편인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내를 잃은 연극 배우의 이야기다. 아내를 잃은 충격으로 눈까지 안 좋아진 가후쿠는 여자 운전사를 고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운전사에게 죽은 아내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가후쿠는 차를 정비소에 맞겼다가 미사키라는 여자 운전사를 소개 받는다. 가후쿠는 여자 운전사가 영 마뜩치 않았다. 그가 경험해 본 여성의 운전 실력이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운전 실력은 대략 두 가지로 나뉘는데, 지나치게 난폭하거나,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것.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운전 실력은 신중하지만.

 

  단골 정비소 주인의 말에 따르면 미사키는 정말 운전을 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사키의 운전 실력은 난폭하다는 게 아닐까?" 가후쿠는 지레짐작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시험 운전을 시켜보니 미사키는 운전을 정말 잘한다. 가후쿠의 차는 스틱 쉬프트인데, 그 기어 변속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만큼 부드럽게 차를 잘 모는 것이었다. 정체 상태에서도 차의 엔진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줄 알았고, 그냥 만났을 때보다 운전할 때 그녀의 모습이 편해지는 것이 가후쿠의 맘에 들었다. 더구나 말수도 적었다. 그래서 운전사로 채용한다.

 

  가후쿠는 연극 배우이기 때문에 수시로 대사 연습을 한다. 혼자 운전할 때 하던 대본 연습이 미사키가 운전하는 차에서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아무리 가후쿠가 큰 목소리와 감정으로 대사를 해도 미사키는 마치 귀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운전에 집중한다.

 

  연극 무대 외에 필요한 거 말고는 말을 아끼는 가후쿠와 온갖 말에도 꿈쩍하지 않는 미사키 사이에 대화가 시작된다. 가후쿠는 죽은 아내를 그리워한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다른 남자를 만났던 비밀이 있었다. 가후쿠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가후쿠가 알고 있기로는 결혼하고 나서 부인은 자신을 제외하고 만난 남자는 모두 4명이다. 4명을 함께 만났던 건 아니고, 한 명을 만나다가 끝낸다. 한동안은 남자가 없다가 다시 만난다.

 

  가후쿠는 몹시 괴로웠다. '왜 아내는 다른 남자를 만나는가?' 아내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사이에 아내는 암에 걸려 죽고만다. 가후쿠는 아내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괴롭다. 이런 이야기를 운전사 미사키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아내가 죽기 전에 만났던 네 번째 남자에게 복수를 하려고 계획한다. 하지만 그 남자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가 그 남자의 허접스러운 언행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 형편 없는 놈을 아내가 만났다니.' 절망하다가, '아내는 이래서 이 남자를 떠났구나.' 이해 아닌 이해를 하게 된다.

 

  미사키에게도 어두운 상처가 있다. 그녀의 상처는 다 드러나지 않는다. 가후쿠가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그 중에서도 꼭 필요할 때만 마치 양념처럼 올라온다. 그럼으로 인해 가후쿠의 슬픈 상처는 완성되어 간다.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었다. 소설이란 것 자체를 읽기 시작한 게 얼마되지 않았고, 하루키에게 편견이 있었다. 결국 성적인 얘기만을 늘어놓는다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자주 거론되기도 하고 해서 '한 번은 읽어봐야지'란 생각에 최근 작품을 모셔왔다.

 

  두 번을 읽었다. 처음 읽을 때 정말 재미없었다. 편견대로 성적인 얘기만을 늘어놓고. 생각만큼 감성적이거나 화려한 글쓰기도 아니고 집중도 안 되고. '역시 소문대로구나'라고 느끼며 집어던졌다. 그래도 세계적으로 나름 인정받는 작가인데,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게 억울했다. 그래서 집중해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다시 보니까 섹스, 불륜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만을 끌기 위한 게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대부분이 사랑으로 인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경험으로 인해 우린 평생 고독해진다. 하루키는 그걸 말하려는 게 아닐까. 사랑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 때의 고독은 고독이 아니다. 사랑을 하고 난 후 떠나간 그 자리에 서면 그제야 진정하면서도 영원한 고독을 품고 살아간다.

 

  다시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한다. 조명을 받고 주어진 대사를 한다. 박수를 받고 막이 내려진다. 일단 나를 벗어났다가 다시 나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온 곳은 정화하게는 이전과 똑같은 장소가 아니다. - '드라이브 마이 카' 60쪽 

 

  한번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어 버리면 그 고독의 빛은 당신 몸 깊숙이 배어든다. 연한 색 카펫에 흘린 레드 와인의 얼룩처럼. 당신이 아무리 전문적인 가정학 지식을 풍부하게 갖췄다 해도, 그 얼룩을 지우는 건 끔찍하게 어려운 작업이다. 시간과 함께 색은 다소 바랠지 모르지만 얼룩은 아마 당신이 숨을 거둘 때까지 그곳에, 어디까지나 얼룩으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얼룩의 자격을 지녔고 때로는 얼룩으로서 공적인 발언권까지 지닐 것이다. 당신은 느리게 색이 바래가는 그 얼룩과 함께, 그 다의적인 윤각과 함께 생을 보내는 수 밖에 없다.

  그 세계에서는 소리가 울리는 방식이 다르다. 갈증이 나는 방식이 다르다. 수염이 자라는 방식도 다르다. 스타벅스 점원의 응대도 다르다. 클리퍼드 브라운의 솔로 연주도 다른 것으로 들린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 방식도 다르다. 오모테산도에서 아오야마 1가까지 걸어가는 거리 또한 상당히 달라진다. 설령 그후에 다른 새로운 여자와 맺어진다 해도, 그리고 그녀가 아무리 멋진 여자라고 해도, 당신은 그 순간부터 이미 그녀들을 잃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 '여자 없는 남자들' 331쪽

 

  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때로 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모든 여자를 잃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모든 것들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남겨진 것은 오래된 지우개 조각과 아득히 들려오는 선원드의 슬픈 노래 뿐이다. 그리고 분수 옆에서 하늘을 향해 고독하게 뿔을 치켜든 일각수. - '여자 없는 남자들' 335~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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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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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는 무슨 뜻일까?

1.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2.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


책에 이렇게 설명돼 있다. 쉽게 말하면 '좋은 기회나 환경을 가진 평범함을 넘는 사람'이 아닐까. 


겉표지에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이라고 적혀있어, 나름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초라한 환경에서 태어나 치열한 노력을 통해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영웅으로 거듭나는 그런 스토리. 조금만 읽어보면 그런 내용이 아니란 걸 뒷통수를 후려친다.


책 내용을 빌어 예시를 빌어보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돌을 손에 쥐고 있다가 놓으면 땅에 떨어지는 이유에 돌 자체에 '중력'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반면, 갈릴레오는 돌이 떨어지는 이유를 돌과 전체 장(場) 사이의 '관계'로 설명했다. 돌 자체보다는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적 관점과 갈릴레오적 관점의 대립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철수가 친절한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철수가 친절하기 때문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설명이 한 편에 있고, 그 대척점에는 '철수가 속한 상황 때문이다'라는 갈릴레오적 설명이 존재한다.


이 책에서 글래드웰은 '사람 대 상황' 논쟁을 성공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이 책은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성공의 색다른 측면을 제시한다.

 


반슬리는 남부 앨버타의 레스브리지 브론코스 하키팀의 게임을 보고 있었고, 그 팀은 밴쿠버 자이언츠나 메디슨 햇 타이거스처럼 메이저주니어 A리그 소속팀이었다. 그의 곁에는 아내 파울라와 두 아들도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읽던 파울라가 선수 명부를 훑어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여보, 당신은 이 젊은 친구들이 언제 태어났는지 알아?"

"물론이지. 60년대 후반에 태어났을 테니 열여섯 살에서 스무 살 사이겠지."

"아니 그게 아니라, 몇 월에 태어났느냐고."

반슬리는 그때를 회상하며 "저는 파울라가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명부를 다시 들여다보니 아내가 말한 것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1월, 2월, 3월생이 월등히 많았습니다."(34쪽)

이토록 생일이 빠른 아이들과 하키의 상관관계는 단지 캐나다에서 1월 1일 기준으로 나이를 헤아리고 그에 맞춰 하키 클래스를 짜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1월 2일에 열 살이 되는 소년은 그해 말까지 만으로 열 살이 되지 못한 소년과 함께 하키를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사춘기 이전에는 열두 달이라는 기간이 엄청난 신체 발달의 차이를 낳는다는 것이다.


위 내용만 읽었을 때, 조금 억지스럽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책 안에 선수 목록 별로 쭉 정리돼 있고 다른 사례들도 설명을 하고 있어 수긍이 됐다.


연습은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1만 시간의 법칙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1만 시간이 엄청난 시간이라는 점이다. 성인이 아닌 경우, 스스로의 힘만으로 그 정도의 연습을 해낼 수는 없다. 격려해주고 지원해주는 부모가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곤궁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연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으면 안 되므로 가난해서도 곤란하다. 대개의 경우, 특수 프로그램이나 특별한 종류의 기회를 붙잡아야 그 수치에 도달할 정도로 연습을 할 수 있다. (2장, 1만 시간의 법칙, 59쪽)

일반적으로 지능지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크며, 믿거나 말거나 수명도 도 길다. 하지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IQ와 성공 사이의 상관관계는 일정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만약 누군가의 IQ가 120을 넘는다면 그 이상의 IQ 지수는 실제 생활에서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3장, 위기에 빠진 천재들, 97쪽)

부유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유시간에 깊이 개입해 아이들을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실어 나르고 선생, 코치, 친구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 라루가 추적한 어느 부유한 집안의 아이는 야구팀 하나, 축구팀 두 개, 수영팀 하나, 농구팀 하나에 속해 있었고 어린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자였으며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었다. 이런 집중적인 스케줄 관리는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가난한 아이들은 이웃에 사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밖에서 게임을 하며 논다. 아이들은 어른의 세계와 분리되어 있으며 부모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케이티 브린들(Katie Brindle)이라는 노동계급 가정의 소녀는 방과 후에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지만, 그것은 스스로 등록한 것이고 늘 자기 발로 걸어서 연습하러 간다. 라루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케이티의 엄마는 중산층 엄마들과 달리 노래에 대한 딸의 관심을 계발해야 할 재능의 징후로 바라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돕지 않는다. 또한 그녀는 연극에 대한 케이티의 흥미에 관심이 없고 딸의 재응이 발현될 수 있도록 비용을 댈 수 없는 자신에 대해 한탄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녀는 케이티의 기술과 흥미가 케이티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그녀는 케이티가 연기할 때 귀여워 보인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케이티가 주목받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성공한 사람들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조금 더 나은 기회와 환경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좋은 환경이라는 게 집이 부유한 것만이 아니라 태어난 동네같은 사는 환경도 중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서울하고 먼 동네에 태어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서울로 왔다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뭔가를 배우거나 스터디를 하고자 할 때. 하지만 그 학생을 집에서 교통비 조차도 대주기 버거운 상황이라면, 이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해야할 것이다. 그 시간에 서울에 사는 그나마 평범한 학생들은 공부나 스터디에 몰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과가 같을 수 있을까? 또 결과물을 공유할 때, 시간과 비용 때문에 피곤함과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에 자신감을 떨어뜨리게 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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