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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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는 무슨 뜻일까?

1.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2.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


책에 이렇게 설명돼 있다. 쉽게 말하면 '좋은 기회나 환경을 가진 평범함을 넘는 사람'이 아닐까. 


겉표지에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이라고 적혀있어, 나름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초라한 환경에서 태어나 치열한 노력을 통해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영웅으로 거듭나는 그런 스토리. 조금만 읽어보면 그런 내용이 아니란 걸 뒷통수를 후려친다.


책 내용을 빌어 예시를 빌어보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돌을 손에 쥐고 있다가 놓으면 땅에 떨어지는 이유에 돌 자체에 '중력'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반면, 갈릴레오는 돌이 떨어지는 이유를 돌과 전체 장(場) 사이의 '관계'로 설명했다. 돌 자체보다는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적 관점과 갈릴레오적 관점의 대립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철수가 친절한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철수가 친절하기 때문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설명이 한 편에 있고, 그 대척점에는 '철수가 속한 상황 때문이다'라는 갈릴레오적 설명이 존재한다.


이 책에서 글래드웰은 '사람 대 상황' 논쟁을 성공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이 책은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성공의 색다른 측면을 제시한다.

 


반슬리는 남부 앨버타의 레스브리지 브론코스 하키팀의 게임을 보고 있었고, 그 팀은 밴쿠버 자이언츠나 메디슨 햇 타이거스처럼 메이저주니어 A리그 소속팀이었다. 그의 곁에는 아내 파울라와 두 아들도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읽던 파울라가 선수 명부를 훑어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여보, 당신은 이 젊은 친구들이 언제 태어났는지 알아?"

"물론이지. 60년대 후반에 태어났을 테니 열여섯 살에서 스무 살 사이겠지."

"아니 그게 아니라, 몇 월에 태어났느냐고."

반슬리는 그때를 회상하며 "저는 파울라가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명부를 다시 들여다보니 아내가 말한 것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1월, 2월, 3월생이 월등히 많았습니다."(34쪽)

이토록 생일이 빠른 아이들과 하키의 상관관계는 단지 캐나다에서 1월 1일 기준으로 나이를 헤아리고 그에 맞춰 하키 클래스를 짜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1월 2일에 열 살이 되는 소년은 그해 말까지 만으로 열 살이 되지 못한 소년과 함께 하키를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사춘기 이전에는 열두 달이라는 기간이 엄청난 신체 발달의 차이를 낳는다는 것이다.


위 내용만 읽었을 때, 조금 억지스럽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책 안에 선수 목록 별로 쭉 정리돼 있고 다른 사례들도 설명을 하고 있어 수긍이 됐다.


연습은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1만 시간의 법칙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1만 시간이 엄청난 시간이라는 점이다. 성인이 아닌 경우, 스스로의 힘만으로 그 정도의 연습을 해낼 수는 없다. 격려해주고 지원해주는 부모가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곤궁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연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으면 안 되므로 가난해서도 곤란하다. 대개의 경우, 특수 프로그램이나 특별한 종류의 기회를 붙잡아야 그 수치에 도달할 정도로 연습을 할 수 있다. (2장, 1만 시간의 법칙, 59쪽)

일반적으로 지능지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크며, 믿거나 말거나 수명도 도 길다. 하지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IQ와 성공 사이의 상관관계는 일정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만약 누군가의 IQ가 120을 넘는다면 그 이상의 IQ 지수는 실제 생활에서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3장, 위기에 빠진 천재들, 97쪽)

부유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유시간에 깊이 개입해 아이들을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실어 나르고 선생, 코치, 친구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 라루가 추적한 어느 부유한 집안의 아이는 야구팀 하나, 축구팀 두 개, 수영팀 하나, 농구팀 하나에 속해 있었고 어린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자였으며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었다. 이런 집중적인 스케줄 관리는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가난한 아이들은 이웃에 사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밖에서 게임을 하며 논다. 아이들은 어른의 세계와 분리되어 있으며 부모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케이티 브린들(Katie Brindle)이라는 노동계급 가정의 소녀는 방과 후에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지만, 그것은 스스로 등록한 것이고 늘 자기 발로 걸어서 연습하러 간다. 라루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케이티의 엄마는 중산층 엄마들과 달리 노래에 대한 딸의 관심을 계발해야 할 재능의 징후로 바라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돕지 않는다. 또한 그녀는 연극에 대한 케이티의 흥미에 관심이 없고 딸의 재응이 발현될 수 있도록 비용을 댈 수 없는 자신에 대해 한탄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녀는 케이티의 기술과 흥미가 케이티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그녀는 케이티가 연기할 때 귀여워 보인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케이티가 주목받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성공한 사람들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조금 더 나은 기회와 환경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좋은 환경이라는 게 집이 부유한 것만이 아니라 태어난 동네같은 사는 환경도 중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서울하고 먼 동네에 태어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서울로 왔다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뭔가를 배우거나 스터디를 하고자 할 때. 하지만 그 학생을 집에서 교통비 조차도 대주기 버거운 상황이라면, 이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해야할 것이다. 그 시간에 서울에 사는 그나마 평범한 학생들은 공부나 스터디에 몰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과가 같을 수 있을까? 또 결과물을 공유할 때, 시간과 비용 때문에 피곤함과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에 자신감을 떨어뜨리게 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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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멍키를 아시나요? - 윤카피가 초짜카피에게 전하는 광고 이야기
윤병룡 지음 / 가쎄(GASSE)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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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와의 인연으로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어 구입하게 됐다. 이 분의 강의를 들으면서 궁금한 게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애정 담긴 얘기를 열정적으로 해주시는데 그 분이 원하는 반응을 못해드린 것 같아 이 책으로 대신한다. 물론 내용도 알차다.


내용은 광고 회사 들어가는 법, 살아남는 법이다. 더욱 자세히 들어가면 카피라이터로서 살아남는 법. 이 책을 읽으면 그 안에서 얼마나 치열한지 상상 돼 꺼림찍해진다. 그래도 결국 광고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게 이 책의 매력이랄까.


정보를 알려주기 보다는, 그도 그렇지만 사수 같이 느껴지는 책이다. 혼자 어찌할 줄 몰라 끙끙 앓고 있을 때, 읽으면 도움이 무지 될 것 같다. 이 분에게 듣기엔 자기는 처음 광고회사에 갔을 때, 사수가 없어서, 가르쳐 주는 이 없어 엄청 고생하셨다고 들었다. 그러기에 그런 막막함을 아시는 분이니 절절하게 이 책을 쓰셨지 않았나 생각.


읽으면 읽을수록 재밌고 귀기울일만한 내용들이 꽉꽉 들어차있다. 책 안에 줄을 너무 많이 쳐서 책이 지져분해졌다. 그만큼 공감하는 내용이 많다. 성격이 섬세하신 것 같아 내용도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신 게 역력하다. 이런 내용도 있다.


일이 한꺼번에 몰릴 때 어떻게 할까?


(중략)


무조건 한 번에 하나부터 끝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하나, 또 하나 그다음 마지막.

또 가장 재밌어 보이는 제품부터 하라고 했습니다. 일이 재밌으면 그만큼 빨리 끝낼 수 있으니까요.

그다음엔 쉽게 보이는 일부터 끝내라고 했습니다. 쉬울수록 일은 더 빨라집니다.

끝으로 가장 좋아하는 광고주의 일부터 하라고 했습니다. 싫은 광고주의 일은 시작하기 전부터 답답해지기 쉬우니까요.


사실 가장 하고 싶은 얘기는 처음의 그 말입니다. 중요한 건 무엇이든 한 번에 하나씩 끝내는 일이라고요. 나머지야 어차피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려고 할 테니까요. 

 

광고에 대한 이론, 카피 쓰는 방법을 가이드해주는 책은 시중에 무수히 많다. 물론 이 책도 중간중간 알려준다.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광고회사에 있는 사람에게, 지망생이 직접 카피라이터에게 궁금함을 묻고 답해주는 선배로 느껴진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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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불변의 법칙
데이비드 오길비 지음, 최경남 옮김 / 거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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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나는 사실 광고홍보 전공을 했지만, 솔직해 말해 학교 다닐 때는 광고에 관심이 적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길을 모색했고, 여러 크고 작은 경험들을 하다 현실과 타협해 다시 광고를 해보겠다며 배우는 중이다. 본격적으로 배워보려 스스로 광고의 바이블이라는 광고 불변의 법칙을 구입했다.


380페이지 가량 되는 도구적 학문인 책을 읽으려다보니 꽤 힘들었다. 나름 관심있다는 분야 책인데도 불구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지쳐갔다. 아무래도 가슴 보다는 눈과 머리로 읽게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기억에 잘 남지 않아 한 번 더 읽고 일부러 줄을 많이 쳤다. 이 책은 교재와 같은 느낌을 받아서 나중에 광고를 제작할 때, 긴가민가 하는 부분을 빠르게 찾아 읽으면 수월할 것 같아서다.


저자인 데이비드 오길비는 수많은 광고들을 히트시킨 영국 출신의 카피라이터다. 그는 장학금을 받고 옥스퍼드대학교에 입학했으나 성적부진으로 퇴학을 당한다. 그 이후 파리에서 호텔 보조 주방장, 스코틀랜드에서 고급 부엌스토브 외판원 등을 거치며 여러 경험들을 한다. 부엌스토브 외판원을 하며 자신만의 판매 비결을 팸플릿으로 만든 것이 포춘(Fortune)지 역사상 최고의 판매교본으로 눈에 띄며 광고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는 먼저 런던의 매더 앤 크로더에서 AE로 시작했다. 오길비는 자신의 능력이 타고난 것을 깨닫게 되고 매일 밤낮 없이 몰두했다. 그런 그는 영국에 비해 30년은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되던 미국 광고계를 동경했고, 27세 되던 해 1년 연수과정으로 뉴욕으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미국 광고계는 그에게 냉담했고, 당시 굴지의 광고회사인 영 앤 루비캄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력서를 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광고회사 입사에 실패한 그는 1938년 뉴저지 프린스턴에 있는 조사회사 갤럽에 입사했다. 3년간 400건 이상의 서베이를 진행하면서 광고조사의 중요성,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심리구조를 깊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다른 카피라이터들과 달리 이례적으로 늦은 나이인 39세에 회사를 차린 다음 처음 카피를 쓰기 시작했다. 1948년 '휴잇 오길비 벤슨 앤 매더'를 만들어 JWT에서 AE로 일하던 앤더슨 휴잇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자신은 조사담당 부사장 겸 카피라이터 역할을 맡았다.


오길비는 광고 제작에서 사실과 조사를 중시했다. 이 책은 자신이 성공적인 광고인으로 살아오면서 터득한 노하우들을 생각과 함께 버무렸다. 그는 광고를 제작하는 데에 있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이 전적으로 정답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과 조사를 바탕에 근거를 둔 내용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수긍하게 된다. 



밑줄

"리서치 결과를 보면, 유명인을 모델로 한 광고가 그 제품을 구매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는 확률은 평균 이하입니다. 그런데도 유명인을 꼭 써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하고 말한다. 이런 것을 규율이라고 하는가? 혹은 아트디렉터에게 "리서치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쓴 광고보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쓴 광고를 더 잘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고 말할 때도 있다. 이런 충고는 힌트가 될 수는 있어도 규율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10P


이따금 나는 광고주들, 매체, 그리고 광고대행사들이 이러한 결정적인 테스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때가 있다. 광고와 관련된 사람들은 자신의 영역에 대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광고는 일정 정도 제품 판매에 기여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믿음이다. 15P


나는 일에 좀 무관심한 어떤 카피라이터에게 광고와 관련된 책 중에 무슨 책을 읽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읽은 책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직관에 의존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만약 오늘 저녁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합시다. 당신은 해부학 서적을 통해 담낭이 어디 있는지 아는 의사에게 수술을 받겠습니까, 아니면 직관에 의존해서 수술하는 의사에게 맡기겠습니까? 우리의 고객들이 당신의 직관에 몇 백만 달러는 쏟아 부으려 할까요?" 33P   


광고주의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98P


죽어 가는 브랜드의 장례 행렬에 동참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109P


"광고 카피라이터는 그들이 영업사원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예술가가 되고자 노력한다. 제품을 파는 대신 사람들의 갈채를 원하곤 한다." 340P 빌 번바크의 말


빌이 죽기 얼마 전에, 그는 1980년대 광고계에 어떤 변화를 예측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인간의 본성은 10억 년 동안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음 10억 년 동안도 그럴 겁니다. 바뀌는 건 피상적일 뿐이지요. 요즘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유행이더군요.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사람은 어떤 강박증이 사람을 사로잡고, 어떤 본능이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는지 등 '바뀌지 않는 것'에 신경 써야 합니다. 비록 인간의 언어가 사람을 진정으로 자극하는 것을 자극하지 않는 척 위장하더라도 말입니다. 만일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안다면 인간의 존재 안에 있는 핵심을 건드릴 수 있습니다. 변함없이 확실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광고인,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감화시키는 예술적 재능이 있는 광고인이 성공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것들이 없는 사람은 광고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345P 빌 번바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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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 3년 후
박현우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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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전공이 나랑 정말 맞는 걸까?'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즐겁지도 않은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까?'

'나는 왜 무엇이 되려고 하는가?'


이 책의 저자는 프롤로그에 이런 고민들을 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공유하고 이해하면서 시작한다. 우리는 입시를 위해 달리고 대학교를 가도 지긋지긋한 스펙을 위해 또 다시 달린다. 취업하고 사회에 나와도 어김없이 달린다. 우리는 코앞에 닥친 미래와 현실을 충실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정작 '나 자신'을 돌아 볼 시간이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취업에 성공하면 3년도 되기 전에 회의를 느낀다고들 한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이건가?' 어느 정도 포기하고 그대로 살지, 아니면 다시 새롭게 시작할지를 고민한다.

 

우리는 고3 수험생과 대학 3학년생, 사회 경력 3년 차 등 대개 3년이라는 주기로 이런 고민들과 마주한다. 불과 3년 전에 내린 결정 하나 때문에 후회하며 소모적인 시간을 보낸다.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하기 전, 3년 후를 미리 생각해야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나는 항상 '본질'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 이유는 어느 날 광고인 박웅현씨의 특강 영상을 보게 됐는데, 격하게 감동했다. 박웅현씨가 말하기를, '지금 그 나이, 상황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추구하는 게 좋다. 빅뱅이나 소녀시대 음악보다는 비발디 음악이 본질적이다. 영화, 책, 모든 면에서도 그렇다. 나이 50이 돼서 나에게 남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노력한다면 인생의 기회는 분명히 온다.'라는 말에 나는 그 때부터 내 가치관을 '본질 추구'로 마음 먹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본질이라는 것은 토익 점수보다는 의사소통인 회화 공부를 해야하고, 1위 흥행하는 아이돌 출연하는 로맨스 영화보다는 사색을 하게 하는 이창동 감독 같은 영화가 본질인 것 같다. 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영어 같은 경우, 회화가 목적이 아닌 점수따기가 목적이 돼 버린 상황을 보면 본질이 아닌 확실한 본말의 전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인 중에 스물여덞에 공무원이 되고, 3년차 직장인이 된 30대 초반의 사람을 만난 이야기를 꺼낸다. 저자는 그가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무거운 고민을 짊어지고 있었고, 다시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고, 가슴 떨림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고통의 가운데 있던 것이다. 비록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삶이라 할지라도 자기 자신의 만족이 아닌 주변인들의 기대와 욕망만을 대신 충족시켜준 결과가 됐다.


이 얘기는 어느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반복적인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청춘들이 시간의 흐름과 주변의 압력에 휩쓸려 정작 나 자신의 본질을 찾지 못했기 때문. 본질을 알아내기 위해 자기 자신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함으로써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고 '3년 후에도 여전히 내가 원하는 일인가?'라고 시작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하라고 조언 한다. 


나는 현재 다른 길을 가려 한다. 내가 배운 전공과 관련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같은 전공 학위를 따서 취업한 아이들을 보면 나는 확연히 다른 길이다. 현재 빨리 취업한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그 분야에 관심이 크거나 좋아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싶다는 등의 목표보다는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맞춰 하루하루 살아간다. '인생이 다 그렇지 뭐' '좋아하는 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회사 다니기 싫다' 등의 말을 많이 듣게 되니 나는 확실히 재미없고 잘 하지 못하는 전공 살려 취업하면 전혀 내 삶이 행복하지 않고 입에 욕만 달고 살겠구나 싶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현실을 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알고 있다. 나는 멀리 보자면 내가 더 현실적이라고 자부한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주변인의 기대감에 취업해서 관심과 열정이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지 않고 상사에게만 있는 척하며 하루하루를 월요병 같이 살아간다. 이게 현실적인 거라고 한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인정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일이기 때문에 싫어질 수도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비교적 관심 있는 일을 해야 인생이 덜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이미 오랜 기간 목표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끝냈다고 생각하기에 골치는 아프지 않았지만, 나처럼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화가 렘브란트가 '야경'이란 작품으로 명성을 얻게 됐을 때. 한 미술학도가 찾아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좋겠습니까?"

렘브란트는 주저없이 대답했다.

"붓을 잡고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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