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순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명작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 ㅣ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2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3년 11월
평점 :
제목은 긴 호흡의 글을 단숨에 내뱉을 수 있도록 하고, 부제목은 한 번에 뱉은 호흡을 가다듬는데에 도움을 준다. 그래서 제목은 책의 전부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의 새로운 책 「명작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은 그런 면에서 책의 본문을 잘 보여주고 있는 제목을 갖고 있다. 책 제목처럼 「명작순례」는 과거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마흔 아홉 가지의 서화에 대해서 저자만의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다른 수식이 필요치 않을 것 같아 서평의 제목 역시도 책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예술세계에서 독창성과 유일함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숱한 표절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래서 매번 창작의 고통에 시달려야만 하는 예술가들의 모습만 봐도 그렇다. 그들에게 있어서 새롭지 못하다는 것은 곧 죽음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그만한 명성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앤디 워홀은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쳐줄 것이다(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even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라고 까지 말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것들이 뜻하는 바는 두 가지 정도가 되겠다. 하나로는, 대중들은 독창성의 가치를 높게 산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대중들은 다른 이의 시선, 즉 사회에서 내리는 일반적인 평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예술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안목이 그 만큼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독창성이라는 것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가리키는 것은 자신의 모자람을 들키지 않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안목을 기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자신만의 안목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우며, 결국 다른 사람의 안목에서 차근차근 모방해나가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빛깔을 찾아 나가야만 한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접한 기존의 안목이 당신에게 그 해석만을 요구하고 강요한다면 이는 접하지 않는 것 보다 못하다. 따라서 객관적인 시선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안목을 처음에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작품 속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아보는 것이 흥미를 유발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몇 해 전 KBS는 “사극드라마를 방영하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써의 책무”라고 밝히며 비용문제를 떠나서 매 해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방송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한 공언 뒤에 처음으로 방영된 드라마 「정도전」은 정통 사극의 부활이라는 평가와는 반대로, 기존의 사극과는 전혀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매 주 일요일 방송분의 마지막에서 5분 내외의 미니 다큐멘터리를 편성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인데, 이 때 다큐멘터리는 해당 주에 방영된 드라마의 내용과 관련된 실제 장소, 또는 유물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정도전의 유배 생활을 다룬 6화 끝에서는 정도전의 실제 유배지를 보여줬고, 공민왕의 죽음을 다룬 2화 끝에서는 공민왕의 무덤과, 마포구에 있는 공민왕의 사당을 보여줬다.
이와 같은 시도는 영화 「관상」을 실제 한국사 강사에게 의뢰해 영화의 역사적 내용을 다루는 등 이전에도 있었던 시도였기 때문에 새로울 것은 없지만, 한국사의 의미가 날로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공영방송이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점은 큰 의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미니 다큐멘터리의 몰입도를 높이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곳, 또는 그 유물을 보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그 것에 얽힌 이야기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이기 때문이다. 이는 서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앞서 언급했듯이 똑같이 적용된다.
이런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책으로는 「명작순례」만한 책이 없는 것 같다. 책은 저자인 유홍준 나름의 해석과 함께 그 서화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 해석이 특별한 방향으로 치우쳤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서화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이 최소한의 안목을 갖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러나 어떤 작품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그 시대적 맥락을 바탕으로 해석 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표현기법과 같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없는 현재 없고 현재 없는 미래 없듯이 시대적, 역사적 맥락 없이 온전히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이 주장에 동의할 수 있다면, 책 「명작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