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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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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런 언니를 보며 늘 생각했죠. 왜 원하는 걸 갖고 싶어 하면 안 되는 걸까? 왜 진지한 마음을 상대에게 틀키면 안되는 걸까? 자기감정을 상대에게 솔직하게 전하는 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일까? 그렇지만 그건 상대를 아끼는 감정이 자신의 진지함을 추하게 여기는 감정에 졌을 뿐이야." - 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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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 사이언스 클래식 25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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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오늘날 물리학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입자물리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책으로, 스위스에 위치한 CERN의 LHC(대형강입자충돌기)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험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증명 혹은 찾기 위해서 존재하는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그려내고 있다. 책은 2개의 큰 제목으로 스케일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스케일을 이해하는 것이 미시세계를 다루는 입자물리학과 거시세계를 다루는 천체물리학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는 동일한 개념이 크기나 거리가 달라지면 영향이 달라지거나 혹은 아예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고전적인 원자 모형을 생각해보자. 전기적으로 중성을 띄고 있는 원자는 각각 일정한 전자와 양성자, 그리고 중성자를 가지고 있으며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핵 주위에 전자가 존재한다. 전자와 양성자는 서로 극성이 반대이기 때문에 끌어당기는 인력이 작용하여 전자는 나름의 궤도를 유지한 채 핵 주위를 돌게 된다. 그렇다면 같은 극성을 가지고 있는 핵 속의 양성자는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발생할 것인데 왜 핵을 구성하면서 서로 모여 있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 때 스케일의 개념이 사용될 수 있다. 원자의 전체적인 크기에서는 전하량에 따라 발생하는 전자기력, 즉 쿨롱력이 유의미 하지만 반대로 핵의 수준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전자기력이 아닌 핵력이 작용하여 인력이 발생하게 됨으로써 핵의 구조를 유지하게 된다.


비단 원자의 구조만이 아니라 뉴턴역학,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등 물리학에서는 각각 나름대로 적용되는 특정한 영역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스케일이 한정된 영역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껏 물리학의 발전은 새로운 스케일에 적용되는 법칙이나 정리를 발견해나간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한정되어 있던 스케일의 범위를 넓혀가는 시도들로 이뤄져왔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그것이다. 그렇기에 책은 스케일의 개념, 그리고 아주 미시적인 영역을 연구하는 입자물리학이 어떻게 우주와 같이 거대한 영역까지의 융합이 가능한지를 설명하는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원자핵 크기의 단위인 10^(-15)m, 혹은 그보다 더 작은 아주 미시적인 세계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살아갈 필요는 없다. 우리는 거시적인 물리학의 법칙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또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에 그려졌던 일들이 언제쯤 이뤄질지는 사실 요원한 일이기에 우리의 삶에도 특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언제 특이점이 올 것인지 역시도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의 현대물리학이 어느 위치쯤에 와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책은 다소 전문적인 내용을 함께 포함하고 있어 물리학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여러 개념들을 이해하는데 있어 약간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책 검수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오타들도 많아 이 역시도 읽어 나가면서 거슬릴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현대물리학이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 있어 과학은 어떤 역할을 해왔고 또 해 나갈 것인지를 확인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만약 읽기가 꺼려지신다면 지금껏 과학 분야의 교양서가 우수도서로 선정된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선정 되었다는 데에서 이 책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찾고 읽어 보시시길 바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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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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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무업자는 ‘게으른 청년들’의 문제인가

 

요새 취직하기 힘들다던데. 불황 아니냐 불황. 응? 그래도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착해요. 거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프랑스 백수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다 때려 부수고 개지랄을 떨던데.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다 지 탓 인줄 알아요. 응? 지가 못나서 그런 줄 알고. 아우, 새끼들.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다 정부가 잘못해서 그런 건데. 야, 너, 너 욕하고 그러지마. 취직 안 된다고. 네 탓이 아니니까. 당당하게 살아.


- 영화 ‘내 깡패 같은 연인’ 중


불황이 오래될수록 자기개발서가 잘 팔린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개발서도 시대에 따라서 그 나름의 흐름이 보인다. 과거의 자기개발서는 개인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소위 긍정심리학에 근거한 책들이 많이 팔렸다. 이러한 책의 요지는 실패는 너의 문제이지만 마음만 달리 먹으면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와는 반대로 어쩔 수 없는 실패이니 상심하지 말라는 ‘힐링’류의 책이 잘 팔린다. 이러한 변화가 아무렇지 않게 보일수도 있지만 사회 전반을 놓고 본다면 중요한 의미를 갖게된다. 즉, 오늘날 ‘노오력’과 ‘금수저’로 그려지는 세대 및 계층 간의 갈등, 청년층의 좌절에 미뤄봤을 때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이기도 한 ‘노력’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얻을 수 있다는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이 부정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다수의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노력을 통해 성공할 수 있음을 믿고 있다. 아르바이트 중 급여 체불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해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나쁘게 먹은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모 당대표의 발언(14년 12월 26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과 함께 하는 청춘 무대'에서 아르바이트 시 부당한대우를 받는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대학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만 보더라도 어떤 시각을 보이고 있는지는 분명하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있어서 중소기업 인력부족 현상, 대기업이나 공기업 선호 현상, 청년일자리 부족 등 현재 노동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문제들은 대부분 청년 그들의 문제이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청년들이 편한 일만을 하려고 하고, 게으르고, 인내력이 없기에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일까. 오늘 다루려는 책 ‘무업 사회’는 오늘날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미리, 그리고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전달하고 있는 책으로, 앞서 살핀 청년 문제를 향한 기존의 시선을 소개하면서, 그와 같은 경우가 일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 해결에 있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비구직형 및 비희망형 청년들은 구직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게으르다’거나 ‘의욕 부진’ 때로는 ‘근성이 없다’라는 투의 여론몰이식 비난을 받아 왔고, 우리는 이러한 채찍질이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다고 생각했다. (p17)

 

청년은 일하고 싶다

 

책 ‘무업 사회’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1부에서는 무업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2부에서는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1부에서는 ‘누구나 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업 상태에 처하게 되면 그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힘든 사회’(p26)인 무업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몇 가지의 중요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첫 번째로, 청년 무업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문제이며,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두 번째로, 청년 무업자들의 문제는 청년 그들로 인한 문제가 아니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를 해소하고자 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무업 사회가 어떻게 등장하게 된 것인지 일본 사회와 경제적인 배경을 살펴보며 끝으로는 청년 무업자의 문제가 장래 일본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며 때문에 이를 반드시 해결해야 일본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책 ‘무업 사회’는 1부 3장을 통해 청년 무업자에 대한 다양한 오해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일하지 않는 청년에 대한 오해는 앞서 살펴봤듯이 ‘하고 싶은 일만 하기 위해 일을 고르고 있다’라거나 ‘본인의 의지의 문제’, 혹은 ‘자신의 문제를 개선하고 싶지 않아 함’과 같은 것들이다. 책 ‘무업 사회’는 다양한 통계 자료들을 인용하여 오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든다면, 청년 무업자들을 향해 있는 일반적인 시선인 ‘일할 의욕이 없는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들의 75.5%가 취업을 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를 들고 있다.

 

무업 청년에 대해 ‘일할 의욕이 없는 존재’라고 단정하여 바라보는 시각이 많은데, 그렇다면 청년 무업자의 75.5%가 과거에 일을 해 본 경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취업 경험자 중 정사원 경험이 있는 청년은 33.6%, 비정규 사원 경험은 41.9%로 나타난다. 청년 무업자 네 명 중 세 명은 과거에 일한 경험이 있는 반면에 한 번도 일한 적이 없는 청년 무업자는 불과 24.5% 정도이다. (p127)


다양한 오해를 풀어 나가면서 책은 상당수의 청년들은 일을 하고 싶어 하고, 그 일을 얻거나 혹은 잘 해 나가기 위해서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고 있다.

 

청년이 안고 있는 고민들은 개별적으로 상당히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원하고 있는 지원이 무엇인지를 분석해 보니,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현실화하기 위한 도움을 원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취직했을 때에는 새로운 업무, 새로운 직장 환경에서 잘 적응해 내고 싶어 했다. (p138)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청년 무업자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적으로 청년층은 다른 사회 계층에 비해 약자라고 인식되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청년 세대에 특화된 지원 정책을 활발하게 펼쳐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으로 청년 계층이 약자라고 인식 되지 않는 것 외에도 재원의 한계, 지원이 필요한 다른 계층들이 존재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 고령 세대에 더 많은 투표권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계속하여 권력을 잡고자 하는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고령 세대를 무시하고 청년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 역시도 정치적으로 부담이 있다.

 

정치적으로도 고령 세대에 더 많은 투표권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청년 세대에 특화된 지원 정책의 확충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p161)


유권자의 눈치만을 살피고 다수의 유권자 그룹의 입맛만을 만족시키는 정책을 펼치는 것 역시도 올바른 정치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령 세대의 입맛을 살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한다. 그렇다면 청년 세대를 위한 지원 정책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선결되어야 할까. 책 ‘무업 사회’에서도 언급하듯이 청년 무업자로 인한 문제가 청년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문제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책은 여러 통계를 통해 향후 청년 무업자들이 복지 재정에 어떤 부담이 되는지, 그리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경제 활동을 하게 만들어 줬을 때 어떤 이득이 있는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청년 무업자의 문제가 모두의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당사자 책임’이라고 잘라 버리더라도 실제로 청년 무업자는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액수의 사회보장비를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문제는 결국 되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청년 실업률 증가와 취업 구조 변화에 따라서 이제는 청년 세대 누구나 청년 무업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세대별 구분을 넘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p170)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청년 무업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1) 현 단계에서 곤궁한 사람을 긴급히 구제할 것, (2) 이미 청년 무업자가 된 사람을 빨리 취직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 (3) 또한 무업 상태가 되어 버렸다고 해도 다시 한 번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는 기회와 시스템을 사회 안에 구축할 것 이외에는 없다. (p174)


책은 단호한 어조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청년 무업자 문제를 세대 간 갈등으로 바라보는 것도, 당사자의 책임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못하며, 또한 회보장제도를 통해 우리 사회 모두가 청년 무업자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청년 무업자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어야 하지만 다양한 사회 시스템과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 등이 해결에 있어 걸림돌로 남아있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여러 해결방안들을 나름 제시하고는 있으나,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들은 사회 전체의 공동체 의식, 청년 문제가 모두의 문제임을 인식하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의식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만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책 ‘무업 사회’가 여러 해결책을 자세히 제시하기 보다는 청년 무업자의 문제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고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 많은 지면을 활용한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무섭도록 비슷한 한국과 일본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사례와 통계들은 전적으로 일본의 것이며 일본의 내용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책에 등장하는 국가 명, 기관명만 우리의 것으로 바꾼다면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느껴진다. 저출산 고령화에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로 인한 생산력 감소, 한 번 밀려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사회 구조 뿐만이 아니라 지금의 일본이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체제가 생겨나게 된 경제적 배경 등 모든 것이 우리와 비슷하다. 특히 신규졸업자 일괄채용, 종신고용, 연공서열형 임금 제도가 점점 사라져가는 노동 시장의 모습마저 지금의 우리와 같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기존의 고용 센터에 복지 업무를 추가하여 고용과 복지를 하나의 개념으로 보고, 다양한 청년 지원 대책을 운영 중에 있으나 실제 현장에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것은 크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또한 아직 국내에서는 청년 무업자의 세 가지 부류 가운데 일을 하고자 하는 구직형에 대한 지원만 이뤄질 뿐, 비구직형이나 비희망형과 같이 일을 하고 싶으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과 모두 하지 않는 청년에 대한 지원은 미약한 실정이다.

 

청년 무업자의 문제를 잘 해결해나갈 수만 있다면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력 감소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뿐더러 과도한 복지 지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안정적인 삶을 바탕으로 저출산 문제 까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지금 당면해 있는 여러 문제의 근본 원인이기도 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일본의 전철을 밟기 전에 미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책 ‘무업 사회’를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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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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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야전과 영원이라는 제목을 지닌 이 책의 이로는 이처럼 있지도 않은 통일된 시점’, ‘필연성’, ‘전체성을 보장하는 을 무슨 일이 있어도 부정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영원투쟁에 바치는 책이므로, 여기에는 끝이 없다. 시계는 어둡고 도통 믿음직스럽지 않다. 그것의 승부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쓰는 일의 우연성이야말로, 쓰는 행위가 본질적으로 도박이라는 사실이야 말로 야전과 영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책의 중심에 있는 개념이다. ‘영원한 야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통일된 시점 따위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영원한 야전이다.” (17p)

 

이번 글에서 다루는 책 야전과 영원은 책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사사키 아타루의 박사 학위 논문이면서 처음 출판된 책으로 920쪽의 방대한 분량을 통해 미셸 푸코, 자크 라캉, 피에르 르장드르를 재해석하며 인간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한 주체가 되는지를 보이고 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라캉의 사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를 방대한 분량으로 풀어내고 있는 만큼 과연 책의 말미까지 흥미를 가져가면서 읽어낼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지는 여전히 궁금하다. 책의 옮긴이 역시도 이에 대해서 의식을 했는지, 책 끝의 발문을 통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푸코와 라캉, 르장드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므로 독자가 푸코와 라캉, 르장드르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고 있을 필요는 전혀 없다. 삶이 사회화되는 과정에 대한 지적 호기심, 성찰의 욕구가 있다면 읽을 수 있다. 무게와 두께가 만만하지는 않지만 이는 이 책의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깊은 사유의 즐거움이 지속될 것을 다름 아닌 이 무게가 보증해줄 것이고, 지식의 숲을 헤쳐 나갈 든든한 지도가 될 것임을 이 두께가 보장해줄 것이다.” (909p)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갈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아마 이 책의 무게와 두께가 깊은 사유의 즐거움을 보장해줄 것이다. 그렇지만 짧은 시간에 책을 읽어 해치우려면 깊은 사유의 즐거움은커녕 주어진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읽어내고 받아들이기에도 바쁘다. 문제는 이렇게 텍스트를 읽어 치워내는 것을 저자가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텍스트 원리주의라고 이야기 하며 이런 태도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함과 동시에 텍스트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매개와 소격, 즉 일정한 거리를 둔 해석이 중요함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개와 소격을 제거한, 해석을 경유하지 않은 준거. (중략) 이런 것이 원리주의라고 이미 논했다. 원리주의가 살인적이라는 것도 명백하다.”(350p)

 

더군다나 교양서로 소개되고는 있지만 교양서보다는 전공서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아마도 저자의 박사 학위 논문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 크게 들 것이다. 때문에 저자가 생각하는 올바른 모습으로 책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 할 것이다. 다만 저자가 다양한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고 있는 만큼 옮긴이의 이야기처럼 관련 지식은 없어도 의지만 있지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평범한 의지보다 약간은 더 필요 하겠지만.

 

본래 좋은 서평이라 함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그 핵심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내용을 잘 요약해서 전달하고 거기에 나름의 사족과 평가를 덧붙이는 것이지만 철학에 조예가 깊지 못해 평범한 감상문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더군다나 자세히 알지 못하는 곳에 평가를 감히 덧붙인다는 것 역시도 도를 넘은 행동이지 않을까. 때문에 책에 대한 평가는 책을 읽는 이 각각에게 넘기려고 한다. 아무래도 본인이 직접 책과 맞대면서 받는 느낌이 가장 정확한 것이니 말이다.

 

읽고 만 이상, 거기에 그렇게 쓰여 있는 이상, 그 한 행 한 행이 아무래도 옳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상, 그 문구가 하얀 표면에 반짝반짝 검게 빛나 보이고 만 이상, 그 말에 이끌려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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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불감증 -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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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난민 수용으로 인한 문화적인 충돌이 큰 문제가 됨에 따라 유럽 전체에서 난민 수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난민 문제가 발생하던 초기에 비해 현재 여러 나라들이 난민 수용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와 같이 난민을 수용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를 만들었던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터키 해변에서 형, 그리고 엄마와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된 세 살짜리 아이 쿠르디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결국 쿠르디의 마지막 모습은 난민 수용에 있어서 긍정적이지 않았던 유럽의 국가들이 난민을 향해 걸어 잠갔던 빗장을 푼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한 아이의 주검 사진이 화제가 된 이후에서야 난민 문제가 해결되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서 두 가지의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해결을 위해 노력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는 것과, 아주 잔인한 피해자의 모습을 봐야지만 도덕적인 감각이 깨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것. 이번 글에서 다룰 책 도덕적 불감증은 후자의 내용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어떤 것이 사회를 동요시킬 수 있으려면 그것은 정말로 뜻밖이거나 아주 잔인해야만 한다. (중략) 오로지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자극에 의해서만 사회적 본성과 주의가 깨어나는 무감각한 개인은 많은 부분 대중매체의 결과이다. (중략) 상투적인 것들은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한다. 어떤 종류이든 사회의 시선을 끌려면 스타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어야만 한다. 자네가 관찰했듯이 오직 유명 인사나 유명한 피해자민이 자극적이고 무가치한 정보들로 배부른 사회의 주목을 기대할 수 있다.” (71~72p)

 

비슷한 맥락에서 프랑스 파리서 IS에 의해 자행된 테러를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IS의 이러한 테러에 분노했고, SNS를 통해 희생자들을 애도했으며, 특히 페이스북 같은 경우는 많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프로필 사진에 프랑스 국기를 덧씌우면서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적인 불평등, 요컨대 소득과 기회의 불평등과 같이 만성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 앞에서는 놀라우리만큼 침묵을 지킨다.

 

물론 비슷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같은 자극에는 무감각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전쟁 동안에 일어나는 폭력과 살해의 일상화는 사람들이 전쟁의 참사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상태를 초래(71p)”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다양한 대중매체, 그리고 SNS를 통해 자극에 지속적으로 계속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자극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자극에 반응하기를 멈추도록 만들며, 그래서 사람들은 더 강력한 몇 몇 사회적, 인지적 자극에 대해서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71p)” 책은 이에 덧붙여서 자신은 알려지지도 보이지도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다른 사람을 아는 것은 동정과 인간적 공감을 파괴한다.(364p)”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이러한 행위들이 지속적인 자극과 더불어 우리의 도덕적인 감수성을 상실시켜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상실되고 있는 우리의 도덕적인 감수성을 어떻게 하면 회복시킬 수 있을까. 책은 말미에 다만 사랑, 우정, 충성 그리고 그것들의 정직하고 충실한 산파인 창조의 정신으로는 그것이 가능했다.(371p)”라며 남녀 간 사랑이나 친구 간의 우정이 도덕적인 감수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하고 있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 관련 배경지식이 있다면 이해가 쉽지만, 몰라도 책을 읽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원문 자체가 번잡해서인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책 자체가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제시된 대안 역시도 다소 빈약해 보인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도덕적 불감증을 잘 진단하고 있기에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문제 해결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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