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다정한 하루
서늘한여름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은 한우를 먹었다.
실컷 먹었다. 맥주도 먹었다.
그렇게
<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보냈다ㅋㅋㅋ

동세대의 멋진 창작자를 발견하면 마구마구 응원하고 싶다. 이번 책 역시 너무 좋았다. 게다가 서밤님이 점점 페미니스트로 변하는 모습도 멋지다. 언제나 공감가는 저자의 고군분투. 그를 응원하는 것은 어찌보면 나를 응원하는 것 같기도 해서 응원하면서 더 힘이 난달까.

“(326)
힘들었던 이야기들만 적어서 기억하면
힘든 날 희망을 찾을 수 없다.
내 인생이 제법 마음에 드는 오늘이 있었다고
잊어버리지 않게 또박또박 적어놔야 한다.
힘든 날 눈을 감고 떠올릴 수 있는 하루를
무너졌을 때 다시 돌아올 어떤 지점을
마음 안에 품고 살아야 한다.
돌아갈 곳을 안다면 조금은 덜 두려울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 쓴다.
좋은 날은 귀하기 때문에
좋은 날을 만나면 기억해둬야 한다.
그래야 힘든 날에도 다시 돌아갈 곳을 바라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까지 주 열다섯시간은 커녕 하루에 열다섯시간 일한 이가 읽기에는 너무너무 유토피앙해버린 책이었으나 나는 리얼리스트니까.. 저자한테 완전히 설득당해 우리나라에 기본소득 단체가 있나 검색하고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9-03-12 0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을때의 감동이 여지껏^^
다시 한 번 그 흥분을 느껴보고 싶네요.

공쟝쟝 2019-03-14 12:54   좋아요 0 | URL
감동의 독후감을 쓰고 싶은데 아직 읽을 것들이 더 많아여 ㅠㅠㅠ
 



오전타임 요가 다녀오는 길, 뻐근한 허벅지와 시장에서 풍기는 황홀한 냄새들. 봉다리 달랑달랑 크고 굵은 예쁜 딸기.

막 갈아낸 원두 냄새, 물을 주면 부풀어오르는 커피가루. 똑똑똑 커피내려오는 소리.

창밖보는 고양이, 고양이를 보는 나, 창밖의 하늘, 하늘을 보는 나. 모처럼의 미세먼지 상태는 보통.

세탁기 돌아가는 소음, 소음을 들으면서 쇼파에 비스듬히 기대 있기. 오늘 읽을 책을 펴놓고 심호흡 한 번, 허리 세워보기. 이내 자세는 무너지겠지만 그래도 시작은 번듯이.

눈으로 읽다가 좋은 구절 발견하기. 밑줄 긋기 그리고 때때로 소리내어 읽기. 이 부분 참 좋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 살펴보기. 이 부분이 왜 좋은지 머물러보기. 하지만 다음 부분이 궁금하므로 마저 읽기로 한다.

읽기, 줄긋기, 커피 마시기, 딴짓하기,
앉아있던 나는 어느 순간 누워있다.
낮잠자면 딱이겠다.zzz
낙원같은 느낌이 들어 두다다 생각나는 구절 꺼내오기.
사진찍기.


오후에는 시장에서 사온 계피로 뱅쇼를 끓여볼 예정이다. 오늘 저녁엔 책 맥이 아니라 뱅맥이 되겠군.

#나의행복포인트 #모처럼의휴식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겟타 2019-03-08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모처럼의 휴식시간을 만끽하고 계시는 군요. .^^
좋은 책도 읽고 계시고 (저도 있는 책인데 아직 못 읽은..;;)
그리고 뱅쇼! 아아니.. 뱅맥!? ㅎㅎ
이번 겨울에 감기걸렸을 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쟝쟝님 글에 저도 마치 휴식시간인것 같은 느낌이 물씬 ㅎ

공쟝쟝 2019-03-08 15:56   좋아요 0 | URL
맥주 안주로 뱅쇼를 마시는 주정뱅이의 하루를 보낼겁니다😬 이 유토피아 책은 쇼님이 추천하셨던거 같은데 완전 좋아요~ 헤헤 얼른 읽어야지!! 어랜만이예요 겟타님^^

단발머리 2019-03-0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모습, 아름다운 광경이에요. 꿀휴식 되세요, 쟝쟝님^^

공쟝쟝 2019-03-08 15:56   좋아요 0 | URL
저의 휴식은 택배상자 오픈으로 완전함을 이루었어요..꿀 휴식하겠습니다! 얍얍!
 


그림 그리고 싶어서
늦은 (나 자신의 ㅋ) 생일 선물로 만년필을 질러보았다. ✍🏻

그런데 너무 바빠서 그림은 커녕 책도 못보다가 오늘은 잠시 짬내서 
7장에 돌입하기 전에 개시 기념 필사라는 걸 해본다. 
나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6장의 마지막 문단을 박제해 두고 싶었다.

“(p.320)
경찰 사건 기록부 상의 강간범들은 이 사회의 모든 남성에게 충성하는 미르미돈으로 기능한다. 이들 역시 실체를 뚜렷이 볼 수 없게 만드는 신화 뒤에 숨어 익명성을 띠며, 그 덕에 효과적인 테러 수행자로 기능한다. 실제로 테러를 저질러 손을 더럽히는 자는 이 강간범들이지만, 이들이 단세포 짐승이 되어 가져다주는 지속적인 혜택은 이들보다 계급과 지위가 우월한 자들 앞으로 축적된다.

강간범이 없는 세상은 여성이 남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일 것이다. 역으로 ‘일부’ 남성이 강간을 하는 것만으로 모든 여성은 항상 협박당하는 상태에 몰리게 되며, 남성의 저 생물학적 도구가 언제라도 해로운 무기로 변할 수 있으니 경외심을 품어야 한다는 생각을 영원히 뇌리에 각인하게 된다. 그간 경찰사건 기록부상의 강간범이라는 미르미돈이 남성 지배라는 대의를 위한 임무를 어찌나 훌륭히 수행해왔는지 그 덕에 그들이 한 행동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강간을 저지른 남성은 사회에서 일탈한 자이거나 ‘순수를 더럽히는 자‘가 아니라사실상 남성의 전위 돌격대로 복무해왔으며,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싸움에 투입된 테러리스트 게릴라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9-02-18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체가 장쟝님스러바요 굿뜨👍

공쟝쟝 2019-02-18 22:55   좋아요 1 | URL
이바닥의 손글씨 장인님께 댓글을 받다니 영광 🌈🌈

카알벨루치 2019-02-18 23:08   좋아요 1 | URL
장쟝님 뭔 그런 과찬의 말씀을~ㅜㅜㅋㅋ 글씨체가 이뿌요 뿌잉뿌잉^^

목나무 2019-02-19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글씨체 정말 멋스러운데요. 타고난 악필가로서 쟝쟝님과 카알벨루치님의 글씨체는 정말 부럽부럽입니다. ^^
그나저나 생일선물인 만년필로 첫 개시한 글이 아주 강?!하군요! ㅎㅎ 인상적입니다!
 
잘돼가? 무엇이든 -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첫 번째 에세이
이경미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 망한 것 같아, 징징대는 내게 동생이 사주보러 가자고 했다. 새해 맞이 좋은 제안이군. 덥썩 물었다.

아뿔싸. 잊었다. 사주가 필요없는 나의 사주.
스물 몇살 때, 사주카페에 간적이 있었다. 같은 돈 냈는 데 나는 5분만 상담해주고 같이 간 언니는 40분 상담해줬다. 왜 나는 적게 해주냐했더니 사주에 사주 같은 거 안 믿고, 주변사람들 말도 안듣고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며 니맘대로 살라고 했다.

그리고 수년 후.. 내 사주는 변하지 않았다. (아........ 사주는 원래 안변하는 거지.)

*


-선생님:마라톤 한번 뛰었네. 아무것도 하기 싫죠? 손가락 까닥하기 싫은 상태라고 나오네 지금.
-나: (내심 용하다고 느끼지만, 꿰뚫리기 싫어서) 아, 그런가요?
-선:보통 사람들은 평생가도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데, 어릴 때 이미 자신을 잘 알게 된다고 나와요. 본인 이미 깨달았으니 그대로 사시면 되겠네요. 그렇게 사세요.
-나: 더 하실 말씀은?
-선:궁금한 거 없잖아요.
-나: (오.어떻게 알았지..) 그렇긴 한데... 그래도, 저 인생 망하지는 않겠죠? 음.. 최근에 이것저것...다 때려치우기도 했고...
-선: (정색) 그런데 본인이 망했다고 생각 안하잖아요.
-나:그래도 굶어죽을까봐...
-선:일이 하기 싫어 죽겠어도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스타일이라서 본인 앞가림은 문제 없을 겁니다. 조직생활 하지말고 개인사업하세요. 남들 한테 맞춰주는 거 인제 안하고 싶죠?
-나:!!!
-선:살고픈 대로 사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실 겁니다.

-끝-

=요약 : (이번 역시) 니 맘대로 하고 사세요.

사주팔자 같은 거 믿을 게 못된다고 생각했는 데,
본심 너무 꿰뚫려서 갑자기 사주 믿게 될 것 같았지만,
역시 사주를 믿으면 내가 왠지 지는(?)것 같아서 안믿기로.

*

“(229-231)
-제가 요즘 역학을 공부하는데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어요.
-(이경미)그럼 무섭지 않아요? 내 운명이 나쁘다는 걸 알게되면 어떡해요?
-나쁘더라도 전혀 모르는 것보다 그걸 아는게 더 마음 편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여기서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이제부터 생각하면 되니까요.
....
그런데 『마인드 헌터』를 읽다가 문득 생각했다. 그래, 바퀴벌레와 같이 사는 지하 생활이나 바퀴벌레보다 더 끔찍한범죄 사건을 연구하는 지하 생활이나 어차피 인생 도망칠 수없다고.
이렇게 생각하니 진짜 무섭다. 여기서 더 나아질 방법이없다. 괜히 생각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생각하지 말자.”


*

날 더러 이미 알고 있고, 자꾸 깨달았대서 돌아오는 길에 그게 뭘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대충 아래와 같다.
인생은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됨 -> 그러므로 내 맘대로 할 수있는 범위 안에서 만큼은 내 맘대로 하고 살겠다 -> 움켜쥘 수록 빠져 나가던 인생이 손바닥 펴니까 손위에 놓여있음 -> 안 움켜쥐고 인생 바라보기. 움켜 쥐고 싶은 마음이 들면 딴 짓 하기.

팔자, 운명이 정해져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정해져 있다 한들 그걸 살아가는 나는 어차피 매 순간을 처음 겪어 낼거잖아. 그러니까 운명까지는 모르겠고, 인생은 너무 열심히 살면 억울하니 열심히 안사는 방향으로 정했다. 나는 아마 망하지 않을 것이다. 뭔가를 망할 만큼 쌓거나 채우거나 이루지 않기로 했으니까.

때때로 무리하려 들 때/열심히 하고 싶어질 때/ 마다
이경미 감독 말대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생각하지 않기”

*

나라는 사람은 너무 고생하면 억울해서 맘이 좁아지고 남들한테 야멸차지고 그러더라, 고난을 이겨내면서 막 더 크게 깨닫고 맘 넓어지고 전혀 아니더라. 그러니까 나는 나의 고생과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그게 남한테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
뭐 요즘의 나는 그렇단 이야기.

*

이경미 감독 에세이의 효과 : 나 따위도 어쩌면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22)
사랑을 잃었다고 무너지면, 나는 끝난다. 나한테는 나밖에 없다. 매일 매시간 매초, 나를 때리며 악으로 버텨왔는데, 창피한 줄 모르고 아무 때나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그렇게 매번 눈물을 흘리고 나면 마음은 편해졌다. 숨 쉴 수있어서 좋았다.
그냥 내가 마흔을 목전에 둔 서른아홉 가을에 그랬었다는 이야기.

(137)
올해의 결심.
별로인 것을 두려워 말고 쓸 것.
정말 간절히 원하면, 원하지 말 것.
나나 잘할 것.

(188)
내가 살림하는 사람이 못 된 이유는 아빠의 뜻을 따른 게 아니라 지독하게 소질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잘 돌볼 줄 아는 사람은 살림을 해도괜찮다. 살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살림을 하면 온 집안이 불행해진다. 나는 지금도 아찔하다. 내가 만약 아이를 낳고 살림을 했다면 후회만 남을 육아를 했을 것이 분명하다.

(252)
시나리오를 쓰면서 경계하는 점.
나를 무고하고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으로 만드는 습관.
어려운 장애물을 대충 피하고 싶은 습관.
인물을 통해 남 탓 하고 싶은 습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9-02-12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에세이 완전 제 스타일인데요.
제목만 보고 너무 쉽게(?) 생각했어요. 저도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쟝쟝님 사주 진짜 좋은대요.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세요!!!

공쟝쟝 2019-02-12 20:47   좋아요 0 | URL
ㅋㅋ 저 이경미감독 영화 매우 좋아하거든요~~! 쿄쿄 ^^ 이경미월드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재미난 책이엇어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