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란 것은 참으로 고된 직장이었다. 그야말로 여가시간을 즐기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토요일은 일찍 퇴근하여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로 생각된다. 내 복장이 양복 정장에 긴 코트로 기억되니 말이다. 나는서류가방을 들고 토요일 늦은 오후 퇴근길에 명동지하상가를 들르곤 하였다. 다름아닌, 음반을사기 위해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들락거리듯 말이다.
그 토요일도 어김없이 나는 명동 지하상가의어느 레코드 방에서 여가를 만끽하고 있었다. 상호도 기억이 없는 아주 자그마한 레코드 방이었고, 젊은 친구 혼자 운영하는 그런 곳이었다. 다소 희귀하고 좋은 음반도 제법 있었고, 특히 그젊은 주인과 음반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참으로 즐거웠다. 물론 박봉을 받던 때라서 그 집에서 많은 양의 음반을 살 수는 없었다. 말 동냥이더 많을 정도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