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길을 좇는 데 익숙한 작가는 뭇사람들보다 자기 운명을 잊거나 자신을 희생하기가 한결 더 어렵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친구이자 문학적 동료였던 시인 휴고 발에게 쓴 편지다. 1925년부터 결혼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헤세는 도시를 방황하며 어둠침침한 골목에서 덧없는 관계들을 좇았다.
당시의 괴로움은 몬타뇰라에서 곧 탈고하게 될 『황야의 늑대』에서도 드러난다. 이제 카사 카무치만이 그의 진정한 안식처로 남았다. 언덕을 거니는 산책과 친근한 풍경을 화폭에 담는 일, 그리고 글쓰기라는 오랜 습관들을 되찾을 수 있는 집이었다. 외로움은 토마스 만, 휴고 발, 편집자 고트피엘 베르만피셔 같은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채웠다. 늘 그렇듯이 친구를 직접 만나는 일은 드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