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날씬한 육체는 현실의 모습이 아닌 듯 보인다. 영화감독 테리 길리엄은 <문하우젠남작의 모험>(1989년, 국내 개봉명은 ‘바론의 대모험‘)을 찍을 때 깡마른우마 서먼을 비너스로 기용한 적이 있는데, 이유는 그녀가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가장 닮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줍게 몸을 가리고 있는비너스의 포즈가 보티첼리의 독창적인 창조물은 아니다. 메디치가에서 소장하고 있던 기원전 1세기경에 제작된 비너스 상은 이미 그림속의 비너스와 유사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보티첼리는 미묘하게몸을 가리는 듯한 그 모습에서 상기된 비너스를 발견했고, 자신의 그림에 차용한 것 같다. 고대 조각의 양식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어느 작품보다도 유명한 비너스의 나신을 창조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