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지진이었다. 오래지 않아 화면에 지진 피해 지역 그림과 사망자수 집계가 떴다. ‘네크로이(사망자) 17명이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망자는 자꾸만 늘어갔다. 아테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시 필라델피아(‘형제 사랑‘이라는 뜻)가 진앙지라고 했다. 그리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당시 아들은 미국에서 대학 다니고 있었고, 딸은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니고 있었으며, 우리 부부는 그리스에 묶여 있는 상황이었다. 아들딸을 위해서라도 그리스를 탈출하고 싶었다. 당시의 아테네 관문 올림포스 국제공항은 호텔에서 택시로 15분 거리에 있었다. 아내만 비행기에 태우는방법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아내가 분명히 거절할 것 같았다. 우리 부부는 공포를 이기기 위해 독한 술을 나눠 마시면서 그날 밤을 버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