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린은 물건들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궁핍하지는않았지만 다른 또래 애들과 비교하면 장난감이 적었기 때문에 가진 것을 소중히 여겼다. 그녀는 꾸러미에서 많은 장난감을 꺼내본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이때부터 그녀에게서 대상의 효용보다는 소유 자체를 더높이 평가하는 성향의 조짐이 나타난 듯 보인다. 아이린은 보물처럼 여기던 물건 한 가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윗부분에 거울이 달린 원통 모양의 페이즐리 무늬 손가방이었다. 그녀가 열 살이 됐을 쯤 부모가 이 물건을 내다버리자 챙겨두었던 것이다. 그때쯤 이런저런 물건을 끝없이 모으고, 종종 분명한 생각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딸에게 부모는 화를 내기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가 몇 년 후 아이린은 한 친구에게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