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봉우리의 낙락장송보다 수많은 나무들이 있는 숲속에 서다이 글을 읽으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에이, 아무리그래도 겨울보다는 여름이 낫겠지."라고 혼잣말을 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어리고 말았다. 옆 사람을 저도 모르게 미워해져 버리기 때문에 겨울 징역을 택한다는 이 사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다가도 생각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인간은 총탄이 오가는전장에서도, 죽음이 일상이 되는 수용소에서도 ‘벗‘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