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자 나는 조그마한 광고 기획사의 실장 자리를 맡게 되었다. 사실 작은 회사들도 크리에이티브에 있어서는 메이저 대행사들 못지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직원이 많지 않다 보니 카피라이터가 디자이너나 AE의 일까지 해야 할 때도 많아서 말 그대로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기질을 키우기에는 더없이 좋다. 내 광고인생의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용의 꼬리가 아닌 뱀의 머리로 살았던 이 시기였다. 스펙은 초라했지만 인생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능력은 몰라보게 커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