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에서 패기를 앞세우지 않고 조용하고 은밀하게 자기음악의 작은 공간을 점검해보는 자세가 마음에 든다. 사실나도 무척 좋아하고 친밀감을 느끼는 곡들이 여기에 있다.
첫곡인 <무언가>에서는 세심한 선곡에도 불구하고 다소 저조한 느낌을 받았다. 지나치게 긴장한 탓일까. 듣기는 쉬워보여도 역시 이 곡의 맛을 살린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그녀는 아마도 대가들의 틈바구니에서 자기소리를 만들어내고자 진지하게 노력한 게 분명한데 <베네치아의 뱃노래 Op.30-6>과 <해변에서 Op.53-1>은 조심성이지나쳐 감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선율이 보다 확실한 <물레의 노래 Op.67-4>와 <봄노래 Op.62-6>에서 활기가 되살아나 그가 들려주고자 하는 색채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끼게 해줬다.
해설에도 나와 있지만 대가들의 연주에 한 사람의 연주를그저 보탠다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음악의 두려움을 아는 신진 연주가의 고뇌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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