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무관심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점원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을 만큼넓거나 시선을 적당히 차단해주는 공간과 구조다. 독서에 불편함은 없지만 적당히 얼굴을 가려주는 간접조명과 부분조명도 필수적이다. 미국인들은 돈을 내고 산 무관심의 안락함 속에서 제 할 일을 하다 소리없이 하나둘 일어섰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커피숍은 스타벅스를 포함해 대부분 더 밝고 개방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객들은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크게 웃으며 끝없이 대화를 나눈다. 조용히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거나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앞에조차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친구가 앉아있기 일쑤다. 한국의 커피숍은 분명히 미국의 그것과는 다른 공간이다.
지난여름, 한국의 한 커피숍을 석 달 동안 일터로 사용한 적이 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그곳의 직원들은아쉬워하며 커피와 케이크 값을 대신 내주었다. 미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정이 오가는 한국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오래 머물기 편한 쪽은 미국 커피숍이지만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곳은언제나 한국인 까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