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역마살 인생 김병택의 대화체 소설 1
김병택 지음 / 이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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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체라는 소설형태를 빌러서까지 자기 이야기를 쓰신 김병택님은 어떤 이유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책을 냈을까? 1950년에 태어나셨다면 나보다 25년 인생선배 딱 올해 60세다. 60세 인생을 어떻게 풀어내셨을까?  엉뚱한 역마살 인생이라고 하셨는데 얼마나 엉뚱하게 살아오셨기에 이런 과감한 제목을 내셨을까? 

 아직 한참 진행형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자서전적인 책을 썼다고 하면 궁금증이 발동한다. 35년이라는 세월을 살았지만 지금 내가 자서전적인 책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곰곰히 고민해봤지만 쓸 이야기가 많지 않다. 너무 평탄한 삶을 살아서 남들이 봤을때 너무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에 사실 용기조차 나질 않는다.  앞으로의 창창한 나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도 해볼겸...인생선배한테 이야기 듣는다는 생각에 책장을 펼쳐보았다.

 사실 남의 인생이야기 듣는 것이 쉽지가 않다...그것도 시작이 50년대라면 나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다. 한참 어려웠던 시기라고 하지만, 어릴 때부터 가난함에 끼니한번 걸러본적 없는 나에게는 먼 이야기다.  미국부대 근처에서 살면서 도둑질도 하고, 탄피도 주었던 이야기를 듣자니  단지 한세대가 지났을 뿐인데 세대간의 격차가 크다는 것을 한번더 절감한다.  

 어린시절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무술 배우러 절에 갔다는 부분에서 엉뚱한 발상에 살짝 웃음이 지어졌다.  이어지는 목장하기 위해서 제주도 내려간 이야기에서는 용기에 손벽을 쳐주고 싶었다. 엉뚱한 어린시절이지만 그 다름대로의 진지함이 숨어있어서 엉뚱한 속에 진지한 인생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의 이야기 기울이는데 점점 속도감이 붙는다. 

 군생활이 끝나고 배우자를 만나 이민생활을 시작하면서 엉뚱한 길에서 바른 길(?)로 갔다고 해야하나~ 여기서부터 드디어 장사해서 돈버는 방법이 나오기 시작한다.  외할머니 떡도 커야 사먹는다, 물건값은 손님이 매긴다. 이 두가지 만 이해해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 장사를 한다면 이 두가지 말은 가슴에 명심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성공이 가까이 있을 것이다. 장사한번 해볼까? 김병택님의 장사하는 모습을 보니 쉽게 할 것이 아니다. 정말 독한 결심이 썼다면 해볼만 한 것이 장사라는 생각이 든다. 

 불가마를 뉴욕에 처음 들였을 때 그 의지 또한 높이 살만하다. 남들이 안 된다고 고개를 저을 때도 끝까지 해서 성공하시지 않았던가! 별로 사우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곳은 근처에도 가지 않은 내가 사우나 쿠폰이 정말 있나 뒤적거리고 있는 것을 보니 궁금한가보다. 다른 곳이랑 어떤 차이가 있는지 느껴진다면 김병택님의 성공비법이 몸으로 느껴지지 않을지! 

 성공비법보다는 돈을 쓰는 비법을 더 배우라고 외치고 싶다. 저자처럼 자신에게는 구두쇠지만 남을 위해서는 선뜻 손을 내밀 수 있는 구두쇠.. 이 책 또한 이익금의 전부에 이익금 만큼의 액수를 보태서 청소년을 위해 사용할 생각이라는 큰 뜻에 다시한번 머리가 숙여진다.  

 가까운 친지가 몇년전에 이민을 갔기 때문에 이민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 부모와 자녀 사이의 문제가 남일 같지 않다. 나 또한 이민간 친척분 이야기를 하면 '부모가 고생하지, 아이들은 좋지' 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을 그렇지 않은가보다. 전학 결정조차 아이가 적응을 할지 걱정이 되는데 이런 남의 나라에 가서 아이가 적응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일이겠지.... 청소년들이 겪을 그 고통을 살펴야하는 것은 부모세대의 당연한 몫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너무 바빠서 아이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살피 여력이 많지 않다.  누가 이민 청소년을 살펴야할까? 부모와 함께 바로 이민시회가 함께 거들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책으로 부터 시작한 이 목소리가 점점 커져서 수년내에 청소년 센터가 생기리라고 믿는다. 

 책을 덮고나서 우리 아버지가 떠오른다. 친정집에 갈때마다 아버지는 정치, 사회, 경제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으신다. 가끔은 나이드신 분의 기우같고 잔소리 같아서 건성으로 듣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 아버지 연배의 분이 쓰신 엉뚱한 역마살을 읽는 동안 솔직히 부끄러웠다. 자식에게는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셨던 나의 아버지, 이제서야 주위를 돌아볼 시간이 생기시고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시려는데 젊은이들은 잔소리라고 치부해버리고, 지금 실정을 너무 몰라서 그런다고 여기니...나부터 살짝 바꿔야겠다.

힘든 시절을 살아오신 만큼 할 말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 분들 덕분에 지금 내가. 내 자식이 배고프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또한 그분들이 훨씬 넓은 시야로 볼 수 있음도 인정하자!

정신없이 달렸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나이가 60세라고 했던가 우리의 부모 세대인 분들 이제 사회에서 한발짝 물러서는 나이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해야할 나이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바빠서 돌보지 못하는 분야에서 많은 활약을 해주셨으면 한다. 

책의 이익금이 청소년들을 위해서 쓰인다고 하니 좋은 일하는 셈 치고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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