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카가 던지는 무수한 화두, 그리고 그 결말은?

마스카 Masca 12 - 완결
김영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9월

이번 완결판을 받아들고 1권 부터 다시 읽고 있는 중이다.  1권에서의 유쾌함이 2권부터서는 인간관계의 진지함과 욕망의 쓰라림의 드라마로 변해가면서, 엄청난 스케일로 변해가는데, 연재 초기 (1,2,3 권)에 조용히 등장했던 조연 같은 인물들이나, 무심히 넘기기 쉬웠던 대사들이, 그냥 우연히 등장했던게 아니라  전부다 뒤에 등장하는 사건에 연관있으니, 왜 이걸 예전에 못 보았을까 싶었다.   (예: 12권 305페이지에 나오는 전사들의 우두머리인 아딜은 3권에서 아사렐라를 처음으로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탄노트 족 건달들의 우두머리.  따라서 12권 말미에 나오는 '전쟁'은 마스카 족, 탄노트 족, 벨리알 족등이 모두 개입된 전쟁이라는 말이된다.)  어쨌거나, 처음부터 읽으면서 느낀것은 초기의 순수하면서 호기심 많고 때론 방자하다 싶을 만큼 개성미 넘치는 아사렐라가, 뒤로 갈수록 자신의 의지보다는 주변 사람과 환경에 휘둘리는 소극적 캐릭터로 되어가서 무척 아쉽다는 거다.  아사렐라 보다는 오히려 레아나 하닷사가 더 맘에 드는 것은, 설사 자신들의선택에 의해 죽음으로 몰아넣어지거나 원하는 것에서 오히려 멀어지게 될지언정,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아간다는 데 있다. 

앞에 리뷰를 남긴 분이 쓰시길 "용두사미로 끝난 것같아 아쉽다"라 하셨는데, 나도 김영희 작가가 이렇게 마무릴 지을줄은 몰랐다.  물론 "아르미안의 네 딸들" 의 완결을 보았을 때의 허망감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풀리지 않은 여러 매듭이 있었는데, 그냥 '보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는 식인 것 같아서 아쉽기 그지 없다.  난 아직도 가트미엘 - 여신아샤 - 복면의 사나이(아다마의 이리) 사이의 관계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아샤가 마스카 남자사이에서 진짜 자신의 아이를 낳았는데 (따라서 가트미엘의 이마의 에벤이 설명됨), 그게 가트미엘과 아다마의 이리, 쌍둥이였고, 그들은 레크 족의 여인에 의해서 양육되면서 가트미엘은 스스로를 레크 족과 마스카 족의 혼혈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레아의 아버지가 주도했던 마스카 족과 벨리알 족과의 전쟁당시, 레아를 살리기 위해 카이넨이 희생했던 그의 심장을 먹고 가트미엘의 마력이 급격히 성장했다???  그러면 아다마의 이리가 말하는 '우리둘중에 하나는 불사신이라는 예언 (12권 p.273)'은 도대체 무엇인가?  가트미엘은 아샤가 자신의 모친이라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가?  그리고 망자들의 사냥꾼에 의해 죽임을 당한게 확실해 보였던 가트미엘이 다시 살아난 건가?  아니면 아다마의 이리가 좌원로가 된건가? 

시간과 삶의 유한성과 그 의미, 불사의 삶이 주는 권태와 괴로움, 그 괴로움에 눈을 감은 체 불사체가 약속하는 영생과 파괴력에 매혹당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삶도 되고 죽음도 되는 사랑의 이중성, 철저히 나눠진 계급사회에서 다른 계급/종족간의 사랑과 혼혈인들이 겪는 갈등 (아사렐라도 사실은 마스카인과 보통인간의 혼혈), 형제 부모를 잃은 자들의 근원적인 원한과 복수심....  "마스카"가 제시하는 화두들은 무수히 많고, 그 각각이 하나하나 따로따로 여러 예술장르에서 쓰여지고 그려질만큼 깊고 복잡하다.  행여라도 작가가 힘을 내서, 또 다른 외전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