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 만병의 황제의 역사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암이라는 질환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의사학적생물학적정치적 분석이다이 책은 큰 틀에서 보자면 어떻게 암치료와 암치료법 연구가 경험적인 전략에서 기전을 이해하고 특정 기전을 컨트롤하는 단계로 넘어오게 되었는가 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암이라는 소재를 빌렸지만 결국 현대의학이 질병을 다루는 방식과 치료전략을 어떤 식으로 변화시켰는가에 대한 역사이다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암에 대한 세부적 지식을 얻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질문은 바로 한의약 임상과 임상연구도 암이 걸어간 전철을 밟을 것인가하는 점이다.

암 연구가 경험적인 치료약의 투약에서 근본 매커니즘으로 방향을 틀면서 좋은 결과를 얻어냈듯이경험의학인 한의학도 인체 생리병리에 기초하여 본초학방제학을 다시 쓰게 될 것인가

무작정 효과있는 처방을 찾아 탐구하기 보다는 매커니즘에 근거하여.효과가 있을 법한 처방을 찾아낼 것인가? .사실 지금도 수많은 자칭 재야고수라 칭하는 임상의들이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통계의 역사를 다룬책을 직전에 읽은 다음에 암의 역사를 다룬 책을 접하면서 네이만과 이곤피어슨에 의한 통계의 발전이 근치수술이 국소수술보다 낫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통계적 방법론을 제공했다는 것을 보면서 참 흥미로웠다서로 맞물려 발전하는 학문들학문의 발전은 그 학문 하나로 뚝 떨어져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한의학 발전도 통계학영상진단해부학 등의 발전을 토대로 이제 도약의 시기가 온 것이 아닐까 하는 희망섞인 전망이 하나 

그리고 의학공부를 함에 있어서 의사학을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아마 곧 과학혁명의 구조와 질병의 탄생을 보게 될 텐데 거기서는 또 어떤 흥미로운 사실을 접하게 될까

 

중간에 재미있는 구절이 몇개  있다

 

(67-8) 베살리우스는 아무리 몸을 끈기있게 샅샅이 파헤쳐도 갈레노스의 검은 담즙을 찾아낼 수 없엇다스스로 보는 법을 터득하자 베살리우스는 더이상 갈레노스의 신비주의적 관점을 자신의 관점에 억지로 끼워맞출 수 없었다검은담즙 - 갈레노스가 말한 암과 우울증을 일으키는 스며나오는 체액 - 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베살리우스는 자신이 묘한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는 갈레노스 학파로 이어지는 전통에 속해 있었다그는 갈레노스의 책들을 연구하고 편집하고 재출간했다그러나 검은 답즙 - 갈레노스 생리학의 보석같은 핵심 - 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그는 자신의 발견을 애매모호하게 얼버무렸다죄책감으로 그는 오래전에 사망한 갈레노스를 찬미하는 말을 더욱 더 쏟아냈다그러나 뼛속까지 경험주의자였단 그는 자신이 본대로 그림으로써그것을 보고 남들이 스스로 결론을 이끌어 내도록 했다검은 담즙은 결코 없었다베살리우스는 갈레노스의 이론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해부학 계획을 시작했지만결국 그 이론을 슬그머니 매장해 버렸다
(
중략갈레노스의 보이지 않는 체액망이 존재한다면그것은 종양의 바깥병리학적 세계의 외부정상적인 해부학 탐구의 경계 너머에 있었다즉 의학 너머에 있었다베살리우스와 마찬가지로 베일리도 자신이 본대로 해부구조와 암을 그렸다수세기동안 의사와 환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종양속의 체액검은 담즙이 흐르는 생생한 통로는 마침내 전면에서 사라졌다 

=> 아마도 한의학 임상연구를 하는 사람들아니 현대 한의학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고민해봤던 사람들은 결국은 베살리우스의 길을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음양오행으로 대표되는 사변적 한의학 이론을 슬그머니 매장해 버리지 않고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갈레노스의 검은 담즙처럼 담음어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동양의학에서도 시간이 흘러 해부를 하고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게 될 기회가 많았다면 기존의 동양의학 질병 개념을 폐기했을까
한의사들은 담음어혈을 실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단순한 기능적 문제에 대한 개념이라고 보는가담음증 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그것은 진단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이다하지만 담음증이 존재하고 담음증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그것이 실제적으로 몸안에 존재하는 물질이라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만약 어혈이 혈관에 낀 죽종 같은 것을 의미한다면 지금에 있어서 어혈이란 개념이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혹은 현대과학의 생리병리진단 기술을 받아들여 현대의학에서 점점 더 질환의 개념이 세분화 되듯이 혈관성 어혈부인과적 어혈 등등으로 더 세분화 해야 할까?아니면 현대의학적 동맥경화라 하더라도 어혈증후군이 있고 없고에 따라 병리치료예후가 다르기 때문에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까?

 

(177) 췌장암과 림프종을 같은 암이라고 부르는 것은 뇌경색뇌출혈간질을 모두 중풍이라는 말로 묶었던 중세의 관습처럼 시대착오적인 느낌을 줄 정도였다

 

=> 예전에 송하섭 선생님이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중풍문에 있는 병이 다 똑같은 병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는데 적절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위병에 ALS  AIDP 가 섞여있었겠지만 같은 치료법을 사용할까흔히들 한의사들은 의학은 질병에 따라 다른 치료법을 사용하고 사람간의 차이는 고려하지 않고 한의학은 같은 질환이어도 다른 약을 쓰는 경우도 있고 다른 질환이어도 같은 약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그런데 그 때 그 같은 질환은 정말 같은 질환이었을까같은 증상을 나타냈다 라는 서술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진정 같은 질환이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227) 피셔는 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임상의는 경험이 제아무리 많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과학적 타당성의 민감한 지표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그는 신성한 지혜라면 기꺼이 믿었겠지만홀스테드의 것은 신성한 지혜가 아니었다그는 한 기자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신이라면 그냥 믿겠지만 그 밖의 모든 것은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 이 또한 한의사들이 항상 명심해야 할 구절거의 종교적 믿음에 가까웠던 근치수술에 대한 믿음에 서양의학계가 몇십년에 걸쳐 겨우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아차렸다한의사들은 경전에 대한 종교적 믿음을 타파하는데 역시 몇십년이 걸려야 하나아쉽게도 우리에겐 허비할 몇 십년이 남아 있지 않은 듯하다자기가 많은 사람을 치료했다면서 그것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근거를 삼는 경우가 있는데 홀스테드의 근치절제술 몇십년의 역사는 경험이 과학적 타당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를 가장 슬프게 했던 구절은 "웃음짓는 종양학자는 환자가 토하는지 여부조차 알지 못한다"

최근에 내가 병원에 입원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그것이다그때 그 의사는 날 생명력이 충만한 30대 남성으로 보지 않았다덩어리치료해야 할 질환없애야 할 조직으로 봤을 뿐이다그의 관심은 진단과 치료에 있었지 그 이후에 내가 겪어야 할 후유증과 절망감과 불편함과 예후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하건 후유증과 예후삶의 질이었다그래서 이 구절이 머리가 아니라 피부에서 이해가 된다

 

나머지는 여기서 확인

http://blog.naver.com/julcho/402077786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