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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평점 :
당신의 조각들 Pieces of you (2008)
타블로
문학동네
에픽하이를 잘 모른다. 굳이 안다고 해봤자 의미를 알지 못하는 이름들 뿐. 그래서 에픽하이의 팬인 동생에게 물어봤다. 타블로에 대한 이러저러한 질문들. 그리고 역시나.
에픽하이를 모르는 만큼이나 나는 뉴욕을 모른다. 그냥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 알게 된 이미지일 뿐, 실체는 없다. 다만 내가 갖고 있는 것이니 나에게만큼은 가치가 살아있는 것이다. 마치 타블로가 뉴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실제적인 뉴욕이라기보단 가상의 뉴욕을 설정한 것처럼. 공유하기 힘든 개념에 속한 것이다. 그런 뉴욕은 나에게 있어 언제나 '흐림' 이었다. 높은 범죄율이든, 날씨든, 어떤 이유든간에 뉴욕은 언제나 흐려있었다. 그리고 타블로의 뉴욕 또한 흐려있었다.
그들은 지쳐있었고 떠나고자 했다.
가족, 일, 친구 등의 문제들로 그들은 모두 지쳐있었고 비상구를 찾으려 했지만 탈출하고자 하는 용기조차 힘겨운 상태였다. 하지만 사소할지 모르는 최소한의 빛줄기가 그들의 숨을 이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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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단편집이다.
타블로의 손으로 존재하게된 10편의 단편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다 위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도망치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나 여력이 없어 지치고 우울한 상태에서 단 한줄기의 빛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그런 인물 상을 공통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을 바라보면서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글쓴이의 심리적 상태였다. 타블로는 대화와 인터뷰를 통해서 이와같은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밝히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이야기들이 갖추게 된 서정적인 분위기는 작가의 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생에게 타블로가 방송을 통해서 데뷔 이전의 상황에 대해서 밝힌 것은 없었는지 물을 수 밖에 없었고, 아니나다를까 우울하고 외로운 타지에서의 생활을 경험했다는 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낯선 환경과 언어, 그리고 인종차별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실을 수 밖에 없었던 결과물을 보고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감정적 동질감을, 독자간의 소통을 느낄 수 있었을 듯 하다. 비록 독자로 하여금 힘을 얻을 수 있는 글과는 거리가 있지만 감정을 실어낸 문학적 소양과 독자의 감정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글쓴이는 제목을 통해 '당신의 조각들' 에 대해서 묻는다.
그는 10편의 글을 통해 자신의 조각을 보여줬다. 그리고 다시 되묻는다.
단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기에 '조각들' 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으며, 그것들 중 어느 하나도 버릴 것은 없다는 사실 또한 자명한 것이리라. 자문해보자. 나의 조각들은?
_ 안단테 Andante
_ 쉿 Counting Pulses
_ 휴식 Break
_ 쥐 The Rat
_ 성냥갑 Matchbox
_ 승리의 유리잔 A Glass of Victory
_ 우리들 세상의 벽 The Walls of Our World
_ 증오 범죄 Hate Crime
_ 최후의 일격 Coup de Grace
_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 Strawberry Fields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