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문사냥꾼 - 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이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오랫동안 가수로 활동해온 저자는 이미 작사가로써 글쓰는 재주를 입증해왔다.
게다가 그 재주는 일반적인 시야를 통해서가 아닌 남들과는 차별된 것이었다.
과연 남들이 사랑/이별을 노래할 때 달팽이의 회귀에 대한 고뇌를 노래하고, 왼손잡이의 평등에 대한 갈구를 노래한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본 책은 여러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엽편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짧은 것도 있지만)
그리고 글의 장르는 판타지.
판타지라는 장르가 자체가 비주얼 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띈 장르이기도 하지만 그의 글은 그 점이 보다 강조되어 있다. 글이 워낙 짧은 것도 있지만 판타지 적인 요소를 상당부분 시각적인 것에 의존해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귀를 통해 들어간 이구소제사에게 보여준 머리속의 모습, 반란을 일으킨 그림들, 어딘가 있을 법한 우산들의 도시 등 시각적인 판타지가 곳곳에 삽입된 삽화들의 도움에 힘입어 나름 생동감 있게 전해진다.
그가 짧은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 창의력의 번뜩임은 분명 훈련되어진 것과는 다르다.
짧은 호흡도 호흡이지만 보여지는 상상력의 기괴함이란 배려심있는 누군가를 위한 글이라기 보다는 자위행위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그래서 심플함과 솔직함이 느껴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의외의 결과물이 나왔다.
상상력의 발현은 꼭 작가라는 타이틀을 걸어야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이적이라는 타이틀이 좀 더 쉽게 해줄 순 있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