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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 가발공장에서 하버드까지
서진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경남의 어느 바닷가 작은 마을에 가난한 엿장수의 딸로 태어난 서진규. 먹고 살기에도 바쁠 때에 아버지가 벌어오는 돈으로는 그 많은 식구들이 살 수 없게 되자, 어머니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이 술장사였다. 술집 딸이라는게 싫어 애면글면하다가도 딸이라고 차별하는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공부에도 열심이고, 싫은 일도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초등학교 6학년, 언니의 결혼으로 술장사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언니몫까지 집안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새벽이면 어김없이 술김에 신세한탄을 하며 울분을 토해내는 어머니와 어린 나이에 살림을 떠앉게된 자신이 싫어진다. 그렇게 4년이란 시간이 흘러, 조르고 졸라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서울 작은아버지 댁에 머물면서 여고생이되지만, 용돈이 없어 학창시절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게된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대학에 갈 수 없게되자 낭떠러지로 떨어진 것 마냥,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고통스럽게 보내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가발공장 여공으로 취직을 하게되었다.
관심이 없었던 일이었는지, 만드는 가발마다 불량품이 속출했고 그러다 보니 월급은 나오지 않을 때가 비일비재했다. 가난했던 그녀에게 다시 맡겨진 직업은 골프장 식당에 있는 종업원이었는데, 없는 돈이었지만 영어학원에 등록하여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사랑이 시작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녀의 사랑은 사랑했던 남자의 배신으로 처참히 무너지고,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던 그녀였지만 국제직업소개소라는 곳을 통해 미국의 가정집에 식모로 갈 결심을 한다.
그 곳에 가면 십중팔구 창녀가 된다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가는 ONE WAY 티켓과 백달러만 손에 쥐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영어라고는 간단한 회화외엔 할 줄 모르던 그녀였지만, 희망은 그녀의 편이었고, 우연한 기회에 가정집 식모가 아닌 대형식당의 웨이트리스로 살아가게 된다.
조금씩 경제적 여유도 생길 무렵, 대학에 진학해 낮엔 공부하고, 밤엔 식당에서 근무를 하며 희망을 품어가던 중, 합기도 사범이었던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갖게된다. 그 남자에겐 그 당신 네살짜리 딸이 있었지만, 사랑에 눈이 멀어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인해 그녀의 몸과 마음은 멍들데로 멍들어 버렸고, 남편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것이 있으니 바로 군대였다. 그녀가 미군에 들어간 것이다. 자신의 안녕을 위해 군대를 선택했지만, 유산한 직후에다 어린 딸 성아에 대한 걱정이 앞서 힘들었다. 그러나, 모든것은 하늘에 맡기고 그녀는 특유의 자신감으로 미군내에서도 유일한 한국계 미군, 뭐든지 열심히 하는 아줌마 군인으로 명성을 날렸다.
후에,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들어와 남편과 딸과 시어머니와 가정을 꾸리며 살던 중, 남편과 시어머니가 고대하던 성욱이라는 남자아이를 낳게된다. 그러나, 변변한 직업도 없이 자격지심으로 가족을 힘들게 하던 남편과 이혼을 하고, 남편과의 합의 끝에 어린 아들은 가슴에 묻고 딸 성아를 데리고 살게 된다. 이혼 후, 그녀를 흠모하던 톰이라는 촉망받는 장교에게 프러포즈를 받게된다. 열 살이나 차이가 났으나, 열렬한 구애로 결국, 그의 청혼을 승낙한다. 그러나, 그 짧은 결혼생활도 동생의 죽음과 충격이 될만한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다시 톰과 이혼을 하게 되고, 그러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는 등, 그녀에게 힘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게 된다. 다행히, 적절한 치료를 통해 어머니가 회복하게 되시고, 부모님을 미국으로 모셔와 딸 성아와 함께 정착하게 된다. 후에, 아버지는 폐암에 걸려 돌아가시게 된다.
그녀는, 자신에게 더 큰 희망을 주기 위해, 하버드의 석사과정에 도전한다. 배움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나중엔, 20년 이상을 머물면서 자신의 모든것이라 믿었던 군에서 제대해 학업에 열중하며 학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낸다. 그렇게 그녀는 희망의 증거를 모든 이들에게 보여줬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잊고 지내던 것들이 생각났다. 내가 소망했고, 내가 품었던 비전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기억을 되짚어가며 어린시절부터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여러가지 색깔로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기대와 환상에서 멀어져가는게 아닌가 싶어 조금씩 두렵기도 하다. 하고싶은, 그리고 해야할 일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현재의 모습을 불안해했다. 지은이 서진규가 미국에 가고 군에 들어가고 하버드에 가면서 일어난 여러 형태로 찾아온 과정을 겪었던 것처럼, 지금의 나 역시 내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꼭 거쳐야 할 중요한 시점일거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지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값진 희망의 증거가 되기 위해, 순간 순간에 최선이라는 글씨를 새기며 살아야겠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