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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이
나태주 지음, 박기종 그림 / 시공주니어 / 2023년 12월
평점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얼마나 임팩트 강한 시인가.
나태주 시인의 풀꽃.
소박하고 정갈한 언어로 대중의 마음을 위로하는
나태주 시인의 신작 현명이.
풀꽃은 넘 좋아하는 시인데
그 풀꽃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하여
바로 아이와 함께 읽어보았다.
실제로 나태주 시인은 20여년 전, 공주의 계룡산 속에 있는
조그마한 초등학교 교장으로 첫 발령을 받아 1년동안 근무를 하였다.
학교 이름은 이 책에 등장하는 왕흥 초등학교이고, 현재는 문을 닫은 학교이다.
아이들도 45명 남짓, 선생님들은 딱 네분.
조금은 쓸쓸한 분위기의 학교였지만, 착하고 순하고 예쁜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곳에서 작가는 글짓기 공부를 시작했고
한 학기에 한 번씩 아이들과 함께 문집을 발간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만난 아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현명이"였다.
현명이는 '소망의 집'이라는 곳에 살았는데 또래보다 키도 크고 얼굴이 잘생긴 아이였다.
그러나 공부는 조금 모자란 친구였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현명이를 차별하지 않았고 따돌리지도 않았다.
함께 어울렸고 잘 놀아 주었다.
그런 아이들이라 작가는 그 학교를 더욱 좋아했다.
나태주 시인은 그 학교에서 1년 근무하고 다음 해에는 같은 공주시의 상서 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 학교에서는 4년을 근무하게 되는데, 그 상서초등학교에서
그 때 그 아이들을 떠올리며 쓴 시가 바로 풀꽃이었다.
작가는 풀꽃 시를 쓴 날들을 기념하기 위해 동화 형식의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쓴 글이 바로 이 책 "현명이"라는 동화이다.
동화 속 주인공인 현명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이제는 30세가 넘은 청년이 되어있을 것이다.
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동화이지만
책 속의 내용들이 너무나 순수하고 아름다워서,
이제 현실에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아련함에 그야말로 동화같은 실화이야기였다.
작가는 이 아이를 향해 '공부가 조금 모자란 아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책에 등장하는 현명이의 행동들을 통하여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은
현명이는 발달장애우라는 것이다.
우영우 변호사처럼 말이지.
항상 왕촌 마을버스에서 자신만의 지정석을 정해놓고 그 자리에 꼭 앉아야 하는 아이.
발달장애인 친구들은 자기만의 루틴이 강하다.
그 루틴이 깨어지는것이 그들에게는 어려운 부분인데,
이 마을에서는 그러한 현명이의 모습을 모두가 이해하고, 배려하고 있다.
글짓기반 안에서도 그리고 학교안에서도
현명이는 자기 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행동하지만
누구하나 현명이를 뭐라하지 않는다.
있는 그 모습 그대로의 현명이를 존중해 주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여느 학교 같았으면 수업을 방해한다느니,
같이 공부하기 어렵다느니 하며, 현명이를 분리 시켰거나
진작에 다른 학급을 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왕흥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조차도 그러한 현명이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한 가족인냥, 그 모습을 알고 받아주고 있다.
그러한 따뜻함과 순수함이 참 좋았다.
그리고 그림을 자세히 보면 현명이는 작가에게 상당부분
친밀함을 느끼고 많이 다가왔지만 시선을 잘 맞추지는 못한다.
이 또한 현명이의 정서적 특징을 잘 알고, 섬세하게 표현한 부분이기도 하다.
동화를 읽고 나면 뭔가 아련하게 그립고, 마음은 따뜻해져 있다.
특별히 모나거나,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는 이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를 수용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모습들.
그리고 그 모습을 자세히 바라봐 주는 어른의 시선
판단하고 어른의 틀로 아이의 단점을 찾아내는게 아니라
도리어 예쁘고 사랑스러움을 이끌어내 주는 따뜻한 표현들.
그렇게 작가는 여전히 부족하고 연약한
오늘을 살아가는 현명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담담하게 힐링의 언어를 표현해 주고 있다.
"기죽기 말고 살아 봐"
역시 나태주 시인이다.
[시공주니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