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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아이, 문 ㅣ 라임 그림 동화 34
아녜스 드 레스트라드 지음, 스테판 키엘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3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106/pimg_7402692334145227.jpg)
우리 딸 아이는 이번 겨울, "다름"에 대한 책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책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그동안 다름을 "틀림"으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우리의 시선이 장애를 향해 상당히 왜곡되어 있었던 것을 독서를 통해 발견한다.
특별히 지난해 우리 아이와 함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청하며,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처음으로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의 흔한 특징 중 하나는 한가지 관심사에 몰두하는 것이다. 자신 만의 특별한 세상을 가꾸며 그 안에서 철저하게 정해진 일정과 규칙을 따라 생활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 세상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고나 하면 불안해 하는 것이 자페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예전에 교회에서 내가 가르쳤던 아이도-지금은 굉장히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얼마전 tv에서 연예인 옷에 예쁜 캐릭터를 디자인 해준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그림이라는 세계에 상당히 몰두해 있었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었는데. 감사하게도 그 아이는 자신이 몰두하는 영역이 강점이 되어 지금은 사회적으로도 개인의 삶 적으로도 균형있게 사람들과 소통하며 참 멋있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한 엄마의 경험들을 아이에게 이야기하며 이 책을 읽으니, 아이도 어느샌가 책에 몰입하여 그림 하나, 글자 하나를 허투루 보지 않고 꼼꼼하게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106/pimg_7402692334145228.jpg)
조금 다른 아이, 문에 나오는 '문'도 그러한 자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아이이다.
그래서인지 책은 딱 두가지 색상만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 책이 뭐가 이리 답답한가 느낌마저 있었는데,
그 두가지의 색상이 바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이 보고 있는 느낌과 세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특징이기도 하고 말이다.
까만 머리에 까만 옷을 입은 문에게 노란색 끝이 길게 이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그림 중에는 나비가 중요한 소재로 한편 더 부각되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우영우가 유난히 고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은 나비에 관심이 많다.
이야기 초반 나비들은 벽면에 부착된 그림으로 표현된다. 모든 나비가 블랙 색상일 때, 나비 하나만 유달리 노란색을 보여준다.
나중에 이 나비들의 위치와 또 노란색 나비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도 딸과 얘기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꺼리였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106/pimg_7402692334145229.jpg)
문에게는 군데군데 매듭이 진 끈이 길게 이어져 있다.
기다란 끈이 치렁치렁 늘어져서 걷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엄마와 아빠는 그러한 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신다.
하지만 학교에 가면 문은 늘 혼자이다. 친구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것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문이 뺨을 만지면 성을 내면서 질색을 한다.
어느 날 아침, 문은 혼자서 숲길을 걷는다. 아무도 없는 숲속이 차라리 마음이 편한 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새가 한마리 내려앉아 문의 매듭을 보고서는 지렁이 더미인줄 알았다며 부리로 콕콕 쪼아댄다.
다시 길을 걷던 중, 여자 아이가 냇물에 빠져 버둥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된다.
다행히 문에게는 끈이 있었다. 문이 내민 끈을 잡고 그 여자아이는 무사히 물가로 나왔다.
문이 여자아이의 뺨을 손으로 쓰다듬었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도망가지 않았다.
여자아이와 함께 달리기시합도 할 수 있는 문이었다.
이처럼 조금 다른 아이, 문은 자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문이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를 만나면서 세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은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제서야 문에게 다가와 주기를 시작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106/pimg_7402692334145230.jpg)
문의 이야기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왜곡되어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편견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보인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무엇을 발견하며 느꼈는지를 물어보았다.
아이가 "엄마, 나비, 벽에 붙어 있던 나비가 나중에는 자유롭게 날고 있더라. 노란색 나비 말이야"
그러게. 누군가가 다가와서 그 존재에게 일상의 친구처럼 편안하게 손만 내밀어 줘도,
나비같은 그 친구는 벽에 가만히 붙어있는 죽어있는 존재가 아닌, 자유롭고 아름답게 온 세상을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존재였다라는 것이다.
발견해줄 누군가.
내 딸은 그러한 누군가가 되고 싶다고 엄마에게 고백을 해주었다.
그도 그럴것이 학교에서 도움반을 중간에 가야만 하는 친구와 딸이 짝꿍이 되었다.
자기 만의 세상에서, 때로는 우리 딸에게 알 수 없는 소리도 지르는 친구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 친구가 무서웠지만, 어느 순간 딸이 그런다. "엄마 그래도 00이가 우리 반에서 제일 순수해"
딸에 눈에도 무서움이 아닌 순수함으로 드디어 "친구"로 옆에 아이가 다가왔나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짝꿍이 생각났는지 더욱더 몰입하는 딸이었다.
우리 안에 다름과 틀림을 구분 못하는 일이 없기를,
다름을 인정하고, 특별하게 또 무언가를 오지랖 넓게 하는 것도 아닌,
그저 내 친구중 하나로 인식하고 함께 연결되고, 연대되어 삶을 누리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었음 한다.
아이들에게 그 가치를 일깨워줄, 소중한 책, 문을 이 방학동안 아이들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