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책을 고를 것인가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지만 모든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떤 책은 마음의 인스턴트 음식 혹은 그보다 못한 불량식품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서 이전에 우리가 짚고 넘어갈 주제는 ‘어떻게 책을 고를 것인가’입니다. 제가 책을 고르는 방법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분들에게 참고가 되기도 하고 다른 분들은 어떤 방법이 있는지도 듣고 싶어서 좀 더 열린 형태로 이 글을 가볍고 짧게 진행해 보고자 합니다. (저는 정말로 정말로 책 많이도 빨리도 못 읽는 그저 많이 읽고 싶은 허영으로 가득한 한 불쌍한 중생일뿐입니다.^^)
- 스테디 셀러
서점가에서 혹은 인터넷 판매 랭킹에서 상위권에 오른 책들은 어떤 책인지 파악은 하지만 구입은 보류합니다. 역시 꾸준히 판매되는 책들에는 다 그 이유가 있으며 기획서처럼 ‘칭찬은 고래밥도…’ ‘누가 내 모짜렐라 치즈를…’ 등의 책들은 수필 매거진 수준 이상의 깊이를 제공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이런 책들을 읽어는 봤습니다만 읽고 나서의 느낌은 그냥 출판업계를 작게나마 도와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고전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선택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러시아 문학가 도스트예프스키, 고골리 등을 뒤져보고 있습니다. (문득 스타벅스에서 오디세이 영한 대조판 보다가 훈이환이님한테 현장에서 걸렸던 아픔이… ㅋㅋㅋ)
가장 최신 버전을 공부해야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같은 기술서적은 예외입니다.^^
- 저자
영화를 감독 보고 고른다면 책을 저자를 보고 고르는 것은 가장 무난한 방법이겠죠. 그런 면에서 국내 저자 중 이시형(심리와 건강에 대한 책들), 이어령(한국이 추구해야 할 미래지향적 문화), 류시화(글이 예술) 등은 자세히 목차도 안 보고 집어 들게 되는 책들입니다. 요즘은 박민규가 뜨는 것 같더군요. 좀 지켜봐야겠습니다만 문체의 참신성만큼은 눈에 확 띕니다. 10년 단위로 책을 펴낸 엘빈 토플러의 주옥 같은 미래학 시리즈, 피터 드러커의 지식노동에 대한 글들, 얼마 전 단비님께서 소개하신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의 저자 짐 콜린스 모두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을 저자들입니다.
물론 이렇게 무거운 책들만이 아닌 무라카미처럼 읽는 내내 흥미진진한 저자들도 찾습니다. 다만, 무라카미는 그 이면에 허무주의가 있어서 읽고 나서 좀 덜 개운합니다.^^
- 집필 과정
가끔은 유명한 저자도 아닌데 혜성처럼 나타나 수작을 던져 놓는 작가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저자 서문의 책 집필 과정을 살펴보면 책의 질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 집필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식을 수집했는지, 얼마나 다방면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는지, 집필 시 스스로 검증할만한 기간을 두었는지 (길게는 10년) 등등을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고르게 된 책으로 에릭 바인하커의 ‘부의 기원’, 리하르트 프레히트의 ‘나는 누구인가’, 존 브록만의 ‘위험한 생각들’이 있습니다. 신임대통령 당선 때마다 등장하는 책이나 유명 스포츠 스타가 탄생했을 때 1-2달 만에 출간하는 책들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겠죠.
- Metabooks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책이 다른 책으로 인도한다면 그 책은 좋은 책일 것이다.’ ‘metabook’이라는 말은 제가 그냥 만들어 본 표현입니다. 다른 책들을 소개하는 책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다 읽을 시간이 없으니까 요약이라도 알아두게 ㅡㅡ;)
이렇게 고른 책으로 ‘로쟈의 인문학 서재’(상당히 읽기 까다롭더군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MBA 명강의’(단지 MBA에서 뭘 가르치나 알고 싶었을 뿐인데 각 단원이 끝나면 3-4권씩 읽어야 될 책을 소개합니다. ㅡㅡ;) 등이 있네요.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책을 고르시는지요?
요즘 e-book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봤는데 아직까지 저를 딱 만족시키는 솔루션은 없네요. 어쩔 수 없이 한글로 된 책을 더 많이 읽는데 아마존 킨들은 생각보다 지원하는 포멧이 적고, 반샌노블의 누크는 하드웨어적으로 좀 아쉽고 그렇다고 아이리버 스토리를 사자니 미국책들 호환은 안 되고…
당분간은 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9.7인치 리더가 $100 대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이북 시장의 대중화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mp3 음악처럼 수익모델이 악화될 경우에 책 산업 자체의 하향평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됩니다.
요즘 인터넷, 음악, 바둑, 운동, 축구 등에 독서 시간을 부쩍 잠식당한 스스로를 자극하기 위해서 이 글을 써봅니다.
행복한 2월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