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십야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3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하늘연못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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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꿈 은 과학이 아직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 신비한 현상입니다. 꿈은 우리의 희망, 걱정 등의 불안한 마음 상태를 표현합니다. 그래서 꿈이 우리의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는 자아의 내적 기제(mechanism)라고 풀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꿈은 소름끼칠만큼 정확히 현실과 맞아들어가기도 하는데 이런 꿈을 우리는 예지몽이라고 부르죠. 여러분은 이런 신기한 예지몽을 꾸어보셨는지요? 제가 기억하는 한 저는 3번 정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확히 가까운 미래를 보여준 꿈들이 있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예지몽을 바넘효과로 설명하며 실제로 이런 꿈이 미래를 예견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꿈이 창가에 서린 입김처럼 얼마나 빨리 날아가버리는지 그리고 얼마나 추상적인지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설명은 충분히 근거가 있어 보입니다만 여전히 꿈은 우리에게 신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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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십야
일본의 국민작가라고 불리는 나츠메 소세끼는 비교적 늦은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 등단했지만 일본의 1000엔 지폐의 인물이 될 정도로 일본의 대표작가라고 합니다. 

몽 십야는 10개의 꿈을 꿈처럼 묘사한 소설입니다. 대부분의 예술에서 다뤄지는 꿈들은 이야기의 전개상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인위적이라면 몽십야는 정말 현실이 꿈과 많이 닮아서 인물의 생각이 모호하고 전개되는 사건들조차 무언가 마무리가 애매한 정말 실제의 꿈과 아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은 쓰여진지 이미 100년이 넘었습니다. 100주년을 기념해서 일본의 영화 감독들이 모여 이 소설을 10개의 짧은 옴니버스로 만들어 영화를 발표했다고 하더군요.

오늘은 몽십야 중 5개를 골라서 요약해 드립니다. 모두 '이런 꿈을 꾸었다.'로 시작합니다.

제 1야 - 하늘에서 떨어진 별로 묘비에 세워달라고 한 여자가 말하며 자신이 곧 죽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자의 뺨에 붉게 혈색이 돌고 있었으므로 나는 이 여자가 죽을 것처럼 생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백 년을 기다려 달라고 한다. 나는 기다리겠다고 대답한다. 여자는 눈을 감는다. 나는 여자를 묻었다. 그리고 별을 그 위에 놓고 이제 백 년을 기다리려 한다. 해가 떠오르는 걸 바라본다. 해가 지는 걸 보며 하나를 센다. 붉은 해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백 년이 오지 않는다. 여자에게 자신이 속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옆에서 꽃이 피기 시작한다. 나는 깨닫는다. 백 년은 벌써 와 있었구나.

 

제 3야 - 6살난 나의 아이를 업고 간다. 아이는 눈이 멀었다. 이상하게도 아이의 말투는 어른이다. 아이가 너무 주변을 잘 알자 나는 두려워졌다. 아이를 버리고 갈 생각을 한다. 아이가 자신이 무겁냐고 묻는다. 아이는 장님인데 길을 더 잘 알고 있다. 아이는 그때도 지금과 같은 밤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오래 전 장님을 죽인 것을 기억해낸다.

 

제 5야 - 나는 포로가 되어 적의 대장 앞에 있다. 적장은 나에게 항복할 것인지 죽을 것인지 묻는다. 나는 죽는다고 대답한다. 나는 죽기 전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적장은 허락한다. 여자가 말을 타고 달려온다. 하지만 마녀의 장난으로 바위에 말이 부딪히며 늪으로 빠지고 만다.

 

제 7야 - 나는 배에 타고 있다. 나는 뱃사공에게 이 배가 어디로 가냐고 묻지만 답없이 웃기만 한다. 어디선가 어부들이 노래를 부른다. 나는 몹시 외로워져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배를 타느니 차라리 바다에 빠지리라고 생각한다. 어느 여자가 배에서 울고 있다. 나는 혼자만 슬픈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느 외국인이 다가와 신의 존재에 대해 얘기한다. 나는 마침내 죽기로 결심하고 바다로 뛰어든다. 그런데 내 다리가 배를 떠나는 순간 갑자기 목숨이 아까워졌다.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점점 물로 가까워지는 발을 아무리 오므려도 물로 떨어지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여전히 배에 남는 게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깨달음을 이용하지 못하고 나는 무한한 검은 바다로 빠져들어갔다.

 

제 9야 - 세상이 술렁거린다. 집은 조용하다. 3살난 아이와 어머니가 있다. 아버지는 밖으로 나갔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어머니는 희망을 가지고 아이에게 아버지가 언제 돌아오는지 묻지만 아이는 '저~기'라고만 한다. 어머니는 남편이 돌아오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하지만 그 아버지는 오래 전에 전쟁터에서 죽었다. 나는 이런 슬픈 이야기를 꿈속에서 어머니한테 들었다.

 

파프리카
꿈 에 관한 애니메이션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파프리카가 있습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곤 사토시 감독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으로 불리고 이 작품 이전 작들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누구나 이 애니메이션을 2006년에 봤다면 영화 인셉션의 기본적인 모티브가 파프리카와 아주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특히, 꿈 속에서 주인공이 돌아다닐 때 외부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장면은 정확히 일치하지요.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재미를 망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소개해드리면 정신과 의사 아츠코는 DC 미니라는 꿈 Projector를 사용해서 의뢰인의 꿈을 해석하고 치료방법을 찾습니다. 직접 의뢰인의 꿈에 들어가는데 이 꿈에 들어간 아츠코는 파프리카라는 또 다른 자아가 됩니다. 그런데 DC 미니가 해킹을 당해서 의뢰인들과 병원관계자들의 꿈과 현실이 뒤죽박죽되어 버리죠. 딱 여기까지만 말씀드려도 영화 인셉션의 상상력의 출발점과 비슷하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아 래 유튜브에 오피셜 트레일러가 아닌 팬 트레일러를 소개합니다. 제가 봐도 이쪽이 좀 더 재밌게 편집했네요.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면 보수적인 가정의 분위기라면 아이들과 다정하게 보기 편하지 않은 장면도 있습니다. 15세 이상 관람가)

http://youtu.be/CnkvMKl1y9M

오늘은 약간 내용이 길었지만 쉽게 읽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작가를 소개한 김에 다음 주에 본격 병원 소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즐거운 수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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