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적 환원phenomenological reduction‘ 혹은 판단중지라는 의미를 가진 에포케epoche라는 말로 후설이 주장했던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의식 체험은 후설에 따르면 두 가지 측면을 갖는다. 하나는 순수한 의식작용으로 노에시스라면 의식작용으로 구성된 대상으로서 노에마Noema가 또 다른 것이다. 노에시스가 지향성 ‘이라면, 지향된 대상을 ‘노에마‘라고 이해해도 좋겠다. 노에시스나 노에마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즐겨 사용하던 ‘정신‘을 의미한 ‘누스Nous‘, 그리고 ‘안다‘라는 의미의 ‘노에인Noein‘에서 유래한 말이다. 노에마가 있어서 노에시스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노에시스가 먼저 발생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노에시스의 끝에 바로 노에마가있는 것이다. 이처럼 후설이 개시했던 현상학적 운동은 생생한 의식 체험, 지향성,
그리고 노에시스에 대한 강조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항상 모든 것을 의식하고 있을까? 오히려 우리가 무엇인가를 의식할 때는 습관적으로 영위되던 친숙한 세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이 아닌가?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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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W많은 프랑스인이 "파리 거리에 여행객이 아무리 많아도 뒷모습만 보면 동양인을 금방 알아볼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휴대폰으로 끊임없이 사진을 찍거나 공유하고 있으면 동양인이라는 겁니다. 정신이 온통 손에만 집중되어 있어 등은 굽고, 목은 앞으로 쭉 빼고 있으며, 상체가 앞으로 쏠려 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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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여자가 스물한 살 때 전쟁이 끝났다. 하지만가난은 끝나지 않았다. 당국이 끝없이 쏟아내는 법령 아래 숨었을 뿐이었다.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전쟁공채와 지폐의 방공호 아래로 교활하게 기어들어가 숨어있던 가난은 뻔뻔스럽게 기어 나와 우묵한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며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 전쟁의 시궁창에 남겨진 것들을 집어삼켰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던 겨우내 하늘에서는 수십만, 수백만 개의 돈다발이눈송이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눈은 온기 있는 손에닿자마자 녹아버렸다. 돈은 잠을 자는 사이에도 녹아버렸다. 다시 시장으로 뛰어가기 위해 나무 굽을 댄 구두로 바꿔 신는 동안에도 돈이 날아가 버렸다.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항상 너무 늦었다. 생활이 수학이 되고, 덧셈이 되고, 곱셈이 되고, 머리가 어질어질한 숫자들의 소용돌이가 되고, 마지막 남은 물건들을 시커멓고 탐욕스런 진공 속으로 빨아들이는 회오리바람이되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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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고 난 뒤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한 단락

카를 슈미트 Carl Schmitt, 1888~1985 는 정치적인 것을 적과 동지를구분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계엄과같은 예외 상황에서 대통령에 의해 수행되는 정치적 행동을 이야기하려던 것입니다. 2차 세계 대전 때 히틀러가 유대인을 적으로만들면서 독일인들을 적이 아닌 동지들로 단합시켰던 것이 바로이런 종류의 정치적 행동이니까요. 그런데 아감벤은 슈미트가 말한 예외 상황이란 것이 결코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에서는 항상 존재하는 상례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적과 동지라는 범주를 넘어서 ‘조에와 비오스‘, 혹은 ‘벌거벗은 생명과 정치적 존재‘라는 범주로 정치를 사유하려고 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지요. 결국 적과 동지라는 외적인 대립 관계의 핵심에는 벌거벗은생명과 정치적 존재라는 대립 관계가 이미 전제되어 있었다는 말입니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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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들을 제기했다. 그 여행은 그들이 직접 보고 경험한 것들때문에 잊을 수도 없고 옆으로 밀쳐 놓을 수도 없는 도전을 던졌다. 그 여행은 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인간이 무엇이고, 살아 있고 자유로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각자의 생각속에 자리한 깊은 것들을 건드렸다. -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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