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좋은 일이었는지 나쁜 일이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내게는 초자아(超自我)"가 없다는 어떤 유명한 정신 분석가의 판단에 나는 기꺼이 동의하겠다.
사람은 그냥 죽기만 해서는 안 되며 알맞게 죽어야 한다. 만일 아버지가 더 늦게 세상을 떠났더라면 나는 죄의식을 느꼈으리라. 철이 든 고아(孤兒)는 부모의 죽음을 제 잘못으로 돌려 스스로를 탓하는 법이다. 자기가 보기 싫어서 부모가 일찌감치 천국의 아파트로 물러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무척 기뻤다. 남들이 나의 처지가 불쌍하다면서 나를 존중하고 떠받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의 상실을 나의 이득으로 여겼다.
존* 안키세스는 트로이의 군주이며 아이네아스는 그의 아들이다. 트로이가 불탈 때 아이네아스는 눈먼 아버지를 업고 배가 있는 곳까지 모셔 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효도의 예시로 자주 인용된다.
** 프로이트의 용어. 유년 시절 주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정신적 요소로서, 자아에 대해 욕망을 억제하고 도덕적 규범을 지킬 것을 강요한다. - P22